시창작강의 - (412) 시 쓰기 상상 테마 3 - ⑦ 색깔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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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색깔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 소재나 모티브가 갖는 특징과 상상 적용 방법
색깔이 갖는 상징성이나 암시성은 대단하다.
빨강은
열정·흥분·과격·혁명·더위·혈액·일출·활력 등을 상징하고,
주황은
원기·적극·희열·활력·건강·밝음·만족·유쾌 등을 상징한다.
그리고 노랑은
희망·광명·팽창·명랑·금·부귀 등을 상징하고,
녹색은
휴식·엽록소·안식·평화·안전·중성·평정·여름·청춘 등을 상징한다.
또한 파랑은
서늘함·하늘·물색·우울·적막·냉담·고독·추위 등을 상징하고,
남색은
차가움·심원·냉정·염원·성실·깊은 물·깊은 계곡 등을 상징한다.
아울러 흰색은
순수·청결·소박·순결·신성·정직·정의·자유·공포 등을 상징하고,
검정은
허무·절망·침묵·부정·죄·죽음·엄숙·밤·슬픔·후회 등을 상징한다.
이렇게 상징성이 강한 색깔들을 바탕으로 상상을 적용해 시를 한 편 써보자.
상상을 적용할 때는 위에서 제시한 원형적인 상징성을 바탕으로 간절함을 암시해도 되지만,
시적 대상이나 화자의 개별적인 색깔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가난하지만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를 ‘카멜레온’에 빗대 이 시를 쓴다고 치자.
회사에서 존재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의 색깔은 ‘투명’일 것이고,
집에 갔을 때 분노를 삭이고 있다면 그의 색깔은 ‘붉음’일 것이다.
이렇게 개별 존재에 따라 색깔이 설정되어 시가 전개되면 색깔에 따른 재미있는 시가 탄생하게 된다.
또한 역발상이나 역설적 상상을 통해 검정을 이미지로 다룰 수도 있고,
흰색을 고독의 이미지로 다룰 수도 있다.
“검정을 난 사랑해요/ 나만의 봄을 검정이 부추겨요/ 그러니 까마귀를 주세요/
까마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왜 넌 엄마의 태몽 속으로 날아왔니?”와
같은 낯선 구절로 시작하는 시도 쓸 수 있다.
이렇게 개별자의 상태에 따라 색깔 이미지를 활용해 낯설게 하기를 구현해야 한다.
색깔에 대한 역발상이나 낯설게 하기가 잘되지 않으면 두 가지 색깔을 혼용해서 시에 펼쳐도 되고,
투명이나 불투명에 관한 상상을 해도 좋다.
필자의 시를 통해 그 소재가 어떻게 상상과 만나 펼쳐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회색 검정
아이들은 그 순간에도 동글동글 태어났지
싱싱한 과일을 고르듯 천사가 천사를 쓰다듬었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눈송이는 숨소리 하나씩 달고 내려와
녹도 슬지 않고 배경으로 쌓였지
고양이들도 조심스럽게 걸어갈 것만 같은 백색 위로
새벽 근무를 마친 어린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왔지
과일맛 사탕을 빨며
경쾌하게 쓸모를 빠져나오던 천진난만이란
아이가 순식간에 자란 느낌이랄까
그런데 데리러 온다던 애인이 오지 않는 거야
그때 비로소 회색은 시작되는 거지
폭설이 내려 백색을 덧칠해도
여자가 서성인 자리는 자꾸만 녹아내려서
불순물처럼 번져 갔지
눈발을 뚫고 앰뷸런스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지
여자가 출혈을 멈추지 않았을 가랑이를 떠올리는 건 위험한 일이야
순산한 미혼모의 기분과
난산한 기혼모의 기분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연애에도 감출 수 없는 진통이 있다고 믿으면 그만일 뿐
애매한 감정을 열 달 넘게 키우고 있으면서
애인은 왜 이중적인 호흡법을 숨기고 있었을까
여자는 자신에게 자꾸 되물었지
애인을 누가 나 대신 받아내고 일던 걸까
그런데 천사는 어느 애인으로부터 태어나는 걸까
―『1초 동안의 긴 고백』, 문학수첩, 2019.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회색이란 백색과 흑색의 중간이다.
회색을 감정으로 치면 이중적인 감정 혹은 애매한 감정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런 이중적인 지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
어느 쪽인지 뚜렷하지 않은 경우 ‘회색주의’라고 하는 부정적인 용어도 있다.
그런 사회학적인 의미의 ‘회색’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의 ‘회색’ 감정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시가 「회색 감정」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어린 간호사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애인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산부인과에서 천사를 받아내듯 아이를 받아내고 있기에 그는 순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애매한 감정을 열 달 넘게 키우고” 있는 애인이 오지 않으니 순일한 감정에 이물질이 섞이고 만다.
그렇게 100%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되지 못한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회색’을 차용했다.
이 시의 장점은 애매하거나 이중적인 감정을 상상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감정의 문양이 간호사가 처한 상황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서 객관적 상관 현상은 출산이다.
출산을 하거나 출산을 돕는 행위가 간호사의 회색 감정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근무를 마치고 “경쾌하게 쓸모를” 빠져나오며 ‘천진난만’이 된 간호사.
애인이 오지 않자 회색 감정에 돌입하는데 그 감정으로 인해 자신의
‘천진난만’이 점점 사라지게 될 것 같은 예감에 휩싸인다.
그녀는 “눈발을 뚫고 앰뷸런스 소리가 가까워”질 때,
“출혈이 멈추지 않았을 가랑이를 떠올리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감정을 경계한다.
회색 감정 상태에 놓인 “순진한 미혼모의 기분과/ 난산한 기혼모의 기분을/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렇게 출산하는 행위는 간호사의 회색 감정을 두드러지게 하는 역할로 쓰였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하기
이 시에 등장하는 간호사의 상황과 심리 상태는 전부 상상적 체험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필자는 3교대를 하는 산부인과 간호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 알게 되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새벽에 퇴근하는 간호사의 상황을 상상했다.
일부러 어린 간호사로 설정한 이유는 순일한 감정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간호사이기에 아이를 받아내는 일이
천사를 받아내는 일과 같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그런 간호사에게 애인의 변심은 순일한 감정을 희석시키는 이물질이다.
그래서 마중 나오기로 한 애인이 오지 않는 상황을 개입시켰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은 기재 생략함-옮긴이)
· 정진혁의 ‘있잖아요, 분홍’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파란, 2020)
· 황유원이 ‘백색소음’ (《현대시》 2020년 12월호)
· 이여원의 ‘보라의 경계’ (《유심》 2015년 9월호)
<직접 써 보세요>
* ‘소재나 모티브가 갖는 특징과 상상 적용 방법’에서 제시한 색깔이 갖는
상징성을 뒤틀어버리는 상상이나 발상을 통해 나만의 색깔 이미지가 드러난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쓰시오.
(예를 들어 검정색은 허무·절망·부정·죄·죽음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통 쓰인다.
그런데 검정색 옷을 입길 좋아하는 여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화자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검정은 떨림과 따뜻함의 이미지가 되어 긍정적으로 표현된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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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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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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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1.25.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12) 시 쓰기 상상 테마 3 - ⑦ 색깔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