恭惟鞠養 豈敢毁傷 (공유국양 기감훼상)(백우)
【本文】
恭惟鞠養 豈敢毁傷 공유국양 기감훼상
길러 주신 은혜를 공경히 생각하면 어찌 감히 터럭 하나 헐어서 훼손하랴!
【훈음(訓音)】
恭 공손할 공 惟 오직 유 鞠 기를 국 養 기를 양
豈 어찌 기 敢 감히 감 毁 헐 훼 傷 다칠 상
【해설(解說)】
恭惟鞠養(공유국양) 길러 주신 은혜를 공경히 생각하면
豈敢毁傷(기감훼상) 어찌 감히 터럭 하나 헐어서 훼손하랴!
이번에 공부할 내용은 전 장의 개차신발(蓋此身髮) 사대오상(四大五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다시 한 번 효경(孝經)》에 나오는 구절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적어 봅니다. 효경에 이르되,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니라"라 했습니다. 이는 "몸과 사지와 터럭과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헐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니라." 라는 뜻입니다. 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이 몸을 다치지 않게 잘 보전하는 것이 효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라 했습니다. 이 효경의 말씀과 천자문의 구절을 대비해 보면 천자문의 구절이 효경의 말씀에 의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유(恭惟)란 말은 '공경히 생각함'을 말합니다. 또는 '삼가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공(恭)이란 글자는 엄숙하다[肅]의 의미와 공경하다[敬]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삼가다[愼]'라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유(惟)는 생각하다[思]는 뜻입니다. 국양(鞠養)은 '기르다', '양육하다'라는 뜻입니다. 국(鞠)은 원래 '공을 찬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기르다' 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공유국양(恭惟鞠養)은 '길러 주신 은혜를 공경히 생각하면', 또는 '삼가 부모가 내 몸을 길러주신 일을 생각하건대'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부모의 은혜가 참으로 지중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기감훼상(豈敢毁傷). '어찌 감히 헐어서 상하게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뜻입니다. 효경에서는 이 대목을 불감훼상(不敢毁傷)이라 했지요. 몸을 상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뜻입니다. 기(豈)는 의문이나 반문을 나타내는 부사지요. '어찌', '어떻게'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敢)은 '감히', '함부로'의 뜻이며, 훼(毁)는 '헐다', '망치다' 라는 뜻이고, 상(傷)은 '다치다'는 뜻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이 몸은 실로 부모의 갖은 은공으로 길러진 몸입니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어르면서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노심초사하며 길어 낸 몸입니다. 그러니 그 은공을 생각하면 어찌 몸을 함부로 취급할 수 있겠습니까?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했으니 이 몸을 잘 보전하여 부모의 걱정을 끼지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 옛 효자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합니다.
옛날 장예(張禮)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흉년을 만나 노모(老母)를 봉양하였는데 매일 들에서 나물을 구해다 멀건 죽을 쑤어 노모를 봉양했습니다. 하루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적의 무리를 만났습니다. 그들이 그를 잡아먹고자 하니 장례(張禮)가 울며 애걸하여 말했습니다.
"노모가 오늘 아침을 드시지 못하셨으니 잠시 집에 들러서 음식을 올린 후에 돌아와 죽겠습니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 사람을 붙이어 보내 집에서 나를 죽이시오." 하며 백 번 애걸하였습니다. 도적의 무리가 이를 허락하여 집에 돌아와 매우 즐거운 얼굴로 죽을 쑤어 어머니에게 올리었습니다. 이에 노모가 말하기를, "이 같은 세월에 너의 기뻐하는 모습은 어찌된 일이냐?" 하니 장예가 그 연유를 고하여 말하기를, "부모에 자식된 자가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진지를 올린다면 어머니는 놀라움에 음식을 드시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하였습니다." 하니 노모가 말하기를, "도적들에게 가지 말라." 하였습니다. 장예가 말하기를, "가지 않으면 반드시 도적이 와서 죽일 것이니 어머니에게 그 참혹함을 끼치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닙니다." 하였습니다. 이때 그의 아우가 그 말을 듣고 몰래 도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도적에게 말하기를 "앞서 놓아준 사람은 나의 형이다. 형은 살이 말라 있고, 나는 살이 쪘으니 나를 잡아 먹어라." 하고 애걸하였습니다. 이때 장례가 도착하여 서로 죽기를 다투니 도적들은 형제가 서로 죽기를 다투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을 모두 풀어 주었습니다.
기가 막힌 이야깁니다. 죽음을 초월한 효는 살인귀 같은 도적들의 마음도 녹였습니다. 끝으로 《시경(詩經)》의 『소아(小雅)』의「육아편(蓼莪篇)」에 나오는 노래 하나를 소개하고 마칠까 합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쓰다듬어 길러 주시고, 키우고 가르쳐 주셨네.
거듭거듭 살펴 주시고, 나를 들며 안아 주셨네.
이 은혜 갚고자 하나, 하늘이 무정하셔라.
남산은 하늘에 솟고, 바람은 사납구나.
모두 다 즐거이 살거늘, 어찌 나만 풀이 죽었나
남산은 우뚝하고, 바람은 매섭구나.
모두 다 즐거이 살거늘
어찌 나만 부모 봉양 못하나.
수신(修身)의 기본 정신은 효(孝)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