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21) 시 합평의 실제 3 - ① 박영애의 ‘사랑은요’/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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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박영애의 ‘사랑은요’
<원작>
사랑은요/ 박영애
사랑할 게 없는 마음은 참 슬픈 일이에요
좋았던 기억이 희미해지는 거나
할 말이 없어지는 거나
함께할 게 바닥이 나는 것은요
좋은 것은 아무 느낌이 없고
스스로 고립되고 외면한다면
너무나 슬픈 거예요
스러지는 가운데에서도 움트는 게 있어요
별이 반짝이듯이 마음에 별이 있는 거예요
바라보는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거예요
사람이 사람을 아는 것은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에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거예요
<합평작>
사랑은요/ 박영애
사랑할 게 없는 마음은 참 슬퍼요
좋았던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 할 말이 없어지는 것, 함께할 게 바닥나는 것
스러지는 가운데도 움트는 게 있어요,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별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에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거예요
<시작 노트>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늘 사랑에 대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행위일까요.
사랑을 받고 싶고, 베풀고 싶은데
어떤 것이 서로를 귀히 여기는 사랑일까요.
시 쓰기를 통해 풀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 해답을 안겨주세요.
<합평노트>
짧은 시일수록 함축과 긴장이 도드라지게 드러나야 합니다.
충남 강경에 ‘박용래’라는 시인이 있었지요.
박 시인은 조사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이었는데,
나태주 시인이 청년 시절에 박 시인을 찾아갔습니다.
술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전시 오류동에 있는 박 시인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박 시인은 시를 쓴다면서 후배 시인에게 먼저 자라고 했습니다.
윗목에 쪼그리고 누워 막 잠이 들었는데 다급하게 깨웠습니다.
“태주야, 태주야, 이 시 좀 봐라. 좋지 않니?”
까마득한 선배의 시를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없던 나태주 시인은 좋다고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고는 또 잠이 들었습니다. 근데, 또 깨우더랍니다.
“태주야, 태주야, 시를 고쳤는데 좀 나아졌는지 봐라.”
아무리 찾아도 전 작품과 차이가 나지 않아 자세히 살펴보니 조사 하나를 고쳤더랍니다.
이처럼 박용래 시인은 밤을 새워가며 조사 하나에도 고심했던 분입니다.
시는, 특히 짧은 시는 조사 하나, 방점 하나에도
의미의 파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3연에 ‘스러지는’이라는 어휘가 등장하는데, ‘쓰러진다’와 ‘스러진다’의 차이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쓰러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넘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스러지는 것은 녹아들듯이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2.21.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21) 시 합평의 실제 3 - ① 박영애의 ‘사랑은요’/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