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슈타이너)는 그 신체와 영혼의 유기체에 적절한 교육으로 아이의 잠자는 능력을 깨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루돌프 슈타이너 자서전, 2018, 117)."
슈타이너는 늘 가정교사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 할 정도로 집안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나중에 교육에 관한 이론(발도르프교육)을 정립하는데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가정교사는 스승인 슈뢰어 교수가 소개한 입주 가정교사였다. 그 집에는 네 자녀가 있었는데, 위의 세 자녀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당시 나이 10살정도 된 막내 에른스트는 수두증에 읽기, 쓰기, 셈하기의 가장 초보적인 원리도 습득하지 못한 어려운 상태였다. 에른스트는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시험은 치지 않고 시험지에 구멍을 내거나, 집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린 감자껍질을 주워서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악간의 명문가였던 에른스트의 부모님은 막내아들에 대한 걱정이 매우 컸다.
슈타이너는 이 소년의 교육을 전적으로 맡겨달라고 부탁해서 일단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슈타이너는 -위 문장처럼- 아이의 영혼이 잠자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선 잠자는 상태의 소년의 영혼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 그 다음에 영혼이 점차 몸의 표현들을 다스릴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려면 먼저 영혼이 어느 정도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위 책 118). 슈타이너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매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15분 정도의 수업을 위해서 세 시간 준비를 하는 것이 다반사일 정도로 슈타이너는 아이를 열심히 가르쳤다. 슈타이너가 소년을 가르친지 2년 만에 소년은 초등학교 과정을 따라잡고 김나지움 입학시험에 합격하였다. 건강도 좋아져서 뇌수종도 크게 즐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년은 9년제 김나지움도 졸업하고 의사시험에도 합격하였다. 슈타이너는 소년이 김나지움 8학년을 마칠 때까지 소년의 곁을 지켰지만, 당시 소년은 이미 슈타이너의 도움이 필요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소년은 이후 의사가 되어서 세계대전(제1차 세계대전)에서 의사로 복무하다가 전쟁 도중 전염병으로 희생되고 말았다. 슈타이너는 이 경험으로 교육이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철저히 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에서 주목한 것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인간의 영혼이 잠을 자기 떄문에 사고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대부분 올바르게 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이다. 그러므로 만약 영혼의 길을 찾는다면, 누구라도 찾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이다. 슈타이너 역시 이때의 경험을 책으로 쓰지는 않았고, 발도르프 교육에서 교육이론으로 정립하였다. 필자는 이 내용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부터 알아서 아이들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늘 이것이 화두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갈 수가 있을까? 이것이 질문이다.
필자가 슈타이너의 공부를 계속하고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그런데 필자의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의 느낌, 본래 자아를 감지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변화가 왔다. 먼저 에테르체를 조금씩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테르체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반짝이면서 움직인다. 여기서 반짝인다는 말은 물질세계에서의 반짝임과는 달라서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영적으로 반짝인다는 표현은 그 세계에서는 받아들여진다. 나아가 반짝이면서 움직이는 것은 또 어떤 진동을 의미한다. 요컨데 에테르체는 어떤 진동을 하면서 반짝이는 것이다. 그 진동을 필자가 감지한 것이다. 특히 짐머만(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쇼팽 콩쿠르에서 일등을 수상함)의 연주에서 뭔가의 느낌을 감지하였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었지만, 특히 짐머만의 연주가 뭔가 느낌을 준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상태였다.
다음은 아스트랄체이다. 아스트랄체가 영혼의 바탕체로 영혼활동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였다. 세 가지 영혼활동의 근간, 감각혼, 오성혼과 의식혼이 아스트랄체의 상태에 따라서 활성화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긍정적이고 따뜻한 사랑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면, 영혼활동은 더 활성화된다.
다음은 본래 자아이다. 현실 의식상태에서 인간의 자아는 상속에 들어있다. 그러므로 본래 자아, 상을 벗은 자아를 현실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아스트랄체를 감지하고 그 상태에서 의지를 내면, 자신의 본래 자아를 만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의지는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를 잠을 자는 상태라고 말하는데, 예컨대 내가 팔을 들어올릴 경우 들어올리는 주체가 본래 자아이다. 즉 본래자아가 팔을 들어올리는 상황이 현실의 인간에게는 감춰져 있다. 그런데 아스트랄체에 들어가서 의지를 내면, 본래 자아가 팔을 들어올리는 상황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즉 본래의 자아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필자가 필자의 에테르체의 진동을 감지한 것이다. 짐머만의 피이노 연주에서 필자는 필자의 에테르체의 진동을 느꼈고, 그 진동이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다르다는 사실, 요컨대 짐머만의 피아노 연주에서 울리는 진동이 필자의 에테르체의 진동과 같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도 에테르체를 느껴보았다. 그랬더니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는 굉장히 고급진 귀족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그렇다는 것이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폭발하는 화산같은 에너지를 느꼈다. 이것이 피아노 연주자의 영혼의 상태라는 사실을 필자가 파악한 것이다. 즉 자신의 영혼의 상태가 자신의 연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영혼이 잠을 자는 상태인데, 이들의 영혼은 음악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렇게 두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에서는 피아니스트 자신의 영혼의 상태가 드러났지만, 짐머만의 연주에서는 좀 다른 것이 파악되었다. 짐머만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필자의 에테르체의 진동과 같았고, 그 진동이 필자의 에테르체와 진동하면서 필자의 영혼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짐작하기에 이는 짐머만이 연주를 통해서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짐머만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짐머만만이 알수가 있겠지만, 스스로 굉장히 노력했기 때문인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감으로써 다른 사람도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늘 짐머만의 연주를 들으면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항상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의 에테르체를 파악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열심히 하면은 누구나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간다. 또 누구나 자신의 영혼이 잠자지 않으면 지금도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들어가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필자가 현장에서 이렇게 들어갔다면, 아이들도 들어가게 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즉 자신이 자신의 영혼에 들어간 만큼 다른 사람도 들어가게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것은 물질로 자신의 전공을 통해서 표현되겠지만, 먼저 자신이 자신의 영혼에 들어가야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짐머만이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티켓이 매진 되는 것을 보면, 관객들이 짐머만의 연주를 통해서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가기 떄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여기에서 자신의 에테르체의 진동을 감지하는 상태, 나아가 아스트랄체를 감지하고 자신의 본래 자아를 만나는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먼저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해서 즐겁다면, 영혼이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 일을 꾸준히 하면 영혼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음악 자체가 인간 정신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음악이 가장 들어가기가 쉽다는 생각은 한다. 더불어 인간 정신은 어느 한 요소만, 즉 에테르체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정신과학적 요소가 함께 발달하기 떄문에 각 요소가 발달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영혼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 자신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들어가게 하는지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부분에서도 성취를 이룰 것이다. 물론 필자는 슈타이너를 통해서 찾았지만(?),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므로, 어떤 방법이든지 누구나 열심히 해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