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에 사시는 형님께서 올해 첫눈을 맞으셔서 기분
이 좋다면서 서설(瑞雪)소식을 알려 왔었습니다.
내년 농사도 분명 대풍이고, 좋은 일들이 생길거라며
조금은 업되신듯 잔잔한 흥분까지 전해 주셨지요.
사실,며칠전에는 북경에 첫눈이 내려 자금성의 황금빛
지붕이 새하얀 눈으로 덮힌 사진을 보기도 했었고,
덕유산 자락에 첫눈이 내려,산정상이 새하얗게 눈덮힌
모습과 상고대까지 피어있는 멋진 풍광을 기사로 읽은
적도 있지만, 아직 실감하기에는 조금 이른듯 합니다.
사실 저는 눈을 엄청 좋아하여,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선택하여 그리곤 합니다
특히, 한여름에 그리는 설경은 머릿속 상상력을 죄다
동원해야 하고, 때로는 푸르른 숲과 울창한 나무들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앙상한 나목만 남은 숲으로
만들고,물감 한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눈으로 덮고
나서 지긋이 바라보면서 무더위를 식히기도 하지요.
겨울이 살을 애이는 추위만 계속 된다면, 얼마나 삭막
하고 무미건조하고 까칠 할까요.
그래도 이따금씩 내리는 함박눈이 있어서 겨울서정을
이야기하고,눈덮힌 산과들을 바라보면서 아득한 추억
속의 겨울사랑을 떠올리게 되는것은 아닐까요?
서울에도 곧 첫눈이 내릴것만 같은 날씨입니다.
《 겨 울 사 랑 》
ㅡ 문 정 희 ㅡ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에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41×31cm,황목,수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