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월 15일) 법과등불 공부모임 잘 회향했습니다.
<날라까의 경>은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형대의 수행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나무밑에서 홀로 선정수행을 닦는 부처님의 모습은 마음속에
그려볼수록 깊은 감동이 일어납니다.
날라까가 탁발수행자의 삶을 묻자, 부처님은 먼저 한적한 숲 속 나무 아래에 앉아,
번뇌와 갈등에 흔들리는 마음을 쉬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배의 움직임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해서 먼저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립니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보통 졸음이 와서 혼침에 떨어지거나, 아니면 다시 이런 저런
잡념에 몰입하게 됩니다. 부처님은 선정의 목적은 탐욕과 집착을 성찰하는데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적멸(열반)을 얻는데 있음을 잊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고통의 원인인 탐욕과 집착을 성찰하는 것은 불교선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특징입니다.
선정을 닦을 때, 단지 무심히 바라만 본다거나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불교의 선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숫타니파타 <날라까의 경>에서 전하는
부처님의 법문에서 본다면, 탐욕과 분노, 폭력, 위선과 고집 등 고통에 대한 성찰이 없는
수행은 진정한 불교의 수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혼침과 산란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무밑에 홀로 지내는 수행자의 삶에
만족하고 기쁨을 느껴야 한다고 부처님은 여러 차례 말씀합니다.
탁발하는 삶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행자의 처지는 밥과 옷을
얻기 더욱 힘듭니다. 나무밑에서 홀로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밖으로 명예나
재물을 추구하게 됩니다. 마을에 들어가 탁발할 때마다 음식에 대한 암시를 주거나, 때로는
여자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숲속이나 나무 밑에서 홀로 지내는 삶에 만족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2,5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도 가슴을 울리는 법문입니다.
<홀로 있음>이나 <멀리 떨어짐(遠離)>은 초기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공동체적 관계에 얽혀사는 현대인으로서는 숲속에나 나무밑에서 홀로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집에서라도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명예와 이익을 성찰하고 교만과 집착을 버릴 때, 우리 또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경험합니다.
특히 명예와 이익을 성찰하는 일은 홀로 고독하게 자신을 돌아볼 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도 부처님이 가르친 '숲에서 홀로 지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선정은 보통 초기경전에서 4선정이나 9가지선정(9차제선정)을 말하지만, <날라까의 경>은
이론적 형식이 이루어지기 전의 소박하고 원초적인 선정수행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형화된 교리나 고답적인 관념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탐욕과 분노와
폭력의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해탈을 구하는 순수하고 실천적인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탐욕과 분노 등 욕망과 집착의 원인과 조건을 이해하여 그 어둠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부처님의 깨달음입니다. 수많은 경전들이 전해지는 오늘 부처님의 원래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주는 <날라까의 경>에 합장합니다.
다음은 <날라까의 경>중 일부입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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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일반 사람들이 집착하는 욕망과 탐욕을 떠나 눈을 갖춘 님이 된다면,
바른 길을 갈 수 있고,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29.
배를 가득 채우지 말고 음식을 절제하고, 욕심을 적게 하고 탐욕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욕망이 없어지고 버려져서, 욕망을 여읜 것이 적멸입니다.
37.
윤회의 흐름을 끊은 수행승, 그에게는 집착이 없고,
선하거나 악한 모든 일이 끊어졌기 때문에 타오르는 번뇌가 없습니다.
38.
그대에게 해탈의 길에 대하여 말하겠으니,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면도날처럼 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배에 집중하여 자신을 다스려야 합니다.
39.
마음이 침체되어서는 안 되고, 많은 것을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비린내가 없이, 집착이 없이, 청정한 삶을 궁극으로 삼으십시오.
40.
홀로 앉아 명상을 닦고 수행자로서의 수행을 배우십시오.
홀로 있는데서 기쁨을 찾으십시오. 홀로 있는 것이 해탈의 길이라 불립니다.
41.
그렇게 하면 시방을 비출 것입니다. 그러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버리고,
선정에 든 현자들의 칭찬의 소리를 들으면, 나의 제자라면 더욱 겸손과 믿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43.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반쯤 물을 채운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님은 가득 찬 연못과 같습니다.
- 숫타니파타 <날라까의 경> 전재성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