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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개암나무[학명: Corylus heterophylla Fisch. ex Trautv.]는 자작나무과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의 키가 작은 나무’다. 개암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과실이지만, 역사책은 물론 옛 선비들의 문집이나 시가에 널리 등장한다. 고려 때는 제사를 지낼 때 앞줄에 놓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제사 과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전후로 개암은 제사상에서 퇴출된다. 아마 개암보다 더 맛있는 과일이 많이 들어온 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개암의 한자 이름은 산반율(山反栗)이나 진율(秦栗)처럼 흔히 밤(栗)이 들어간다. 달콤하고 고소하므로 간식거리로 그만이며 흉년에는 밤, 도토리와 함께 대용식으로 이용되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진자(榛子)란 생약명으로 치료에 이용한다. 개암[榛]이란 이름도 밤보다 조금 못하다는 뜻으로 ‘개밤’이라고 불리다가 ‘개암’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깨금, 처낭이고 영명은 Haze이다. 꽃말은 ‘환희, 화해, 평화’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야기되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일설에 개암나무 가지였다고 한다. 이는 그가 실릭스 피리와 교환해서 아폴론에게서 얻은 것으로, 후세에 이르러서 언어에 의한 사고표현력을 인간에게 준 마법의 지팡이(wand)의 원형이라고도 믿어지게 되었다. 개암나무 가지는 영지의 상징이며, 중세 이후에는 광맥ㆍ수맥을 발견하는 점술(dowsing)이나 매장된 보석의 발굴에 Y자형을 한 이 가지가 이용되었는데 목적하는 장소에 가면 가지가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서 알려준다고 하였으며 또한 고대 로마에서는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는 나무로써 혼례날 밤에 피우는 횃불로도 사용되었다.
북구에서도 뇌신 토르의 나무라고 하여, 낙뢰에서 집이나 묘를 지킨다고 믿었다. 또한, 켈트인도 이를 영지의 나무로 생각해서 숭배하고, 무단으로 자르면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개암나무로 만든 쐐기를 3개 박아넣은 집은 절대로 불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 개암나무 열매의 커가는 모습
▲ 개암나무 열매
▲ 개암나무 열매
▲ 개암나무 열매
▲ 개암나무 줄기와 잎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는 여러 갈래가 있다. 그 가운데 1980년 경남 진양군 금곡면 검암리 운문마을에서 채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한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잘 익은 개암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따 모으느라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다. 당황한 소년은 허겁지겁 산에서 내려오다가 전에 보지 못한 허름한 기와집 하나를 발견했다. 소년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마루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는 잠을 청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도깨비들이 몰려와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밥 나와라” 하면 밥, “떡 나와라!” 하면 떡이 수북이 쌓였다. 그 모습에 배가 고팠던 소년이 개암을 깨물자 “딱!”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혼비백산한 도깨비들은 음식과 방망이를 그대로 놔둔 채 모두 달아나 버렸다. 소년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내려와 마을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소문이 퍼지자 이웃의 한 욕심쟁이 영감이 소년과 꼭 같이 개암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도깨비들이 몰려드는 기와집에 미리 숨어들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들은 그대로 도깨비들이 몰려와 웅성거렸다. 이때라고 생각한 영감은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개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마침 “딱!” 하고 엄청 큰 소리가 났다. 그러나 방망이를 얻기는커녕 도깨비들은 영감을 붙잡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방망이 도둑으로 몰아 흠씬 두들겨 팼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공주가 자신의 얼굴이 흉하게 된 다음 탄식을 하다가 죽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 난 나무가 바로 개암나무고, 흉하게 된 얼굴을 감추기 위해 2장의 굳은 껍질 속에 자기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이 바로 개암나무의 열매다.」라는 전설이 있다.」
전래동화의 내용처럼 개암은 누구나 따먹을 수 있는 우리 산야의 야생 견과(堅果)였다. 딱딱한 씨껍질로 둘러싸인 열매 안에는 전분덩어리 알갱이가 들어 있다. 비록 도토리나 밤은 참나무과이고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로 거리가 있지만, 씨앗의 모양새나 쓰임은 비슷하다.
전국의 산야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나무 키가 1~2m 정도로 자라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것과 같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잎자루에는 털이 있으며 어린잎 앞면에는 흔히 자주색의 무늬가 나타난다.
꽃은 3~4월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암수한그루로 수꽃이삭은 원뿔 모양으로 가지 끝에 2~3개씩 달려 길게 늘어지고 암꽃은 각 포에 2개씩 달리는데 붉은색의 암술대를 길게 밖으로 내민다. 마르고 단단한 열매는 둥근 모양으로 10월에 갈색으로 익으며 포에 싸인 열매를 ‘개암’이라 하여 날로 먹는다.
▲ 개암나무꽃
▲ 개암나무꽃
▲ 개암나무 수분
▲ 개암나무 숫꽃
개암나무 열매는 위장병, 만성 대장 질환에 한약재로 이용한다. 익은 열매를 가을에 거두어 햇볕에 말려서 30g을 가루 내어 먹는다. 기력을 돕거나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쓰인다. 최근에는 개암 향을 넣은 헤이즐넛 커피로 우리 곁에 있고, 제과점에서는 고소한 맛을 더 높이기 위하여 개암을 쓴다. 개암은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여 맛이 고소하며, 지방이 많아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한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문화재청(문화유산정보)》,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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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려서 바고플 때 따 먹던 개암 , 그 꽃은 기억이 안 나는데 오늘 그림에서 보았네여.
익은 개엄은 은행알 같은 데, 꽃은 왜 저리 길까요.
복 받아 기쁜 님 엄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