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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이것이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 예찬’ 중에서)
추상적인 단어에 불과하지만, ‘청춘靑春’이란 표현은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람의 일생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찬란한 시기이며, 젊음이 비로소 시작되는 나이를 일컫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글처럼, 청춘은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청춘’은 젊음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여겨졌기에, 그 단어에는 언제나 가능성과 희망을 뜻하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미래의 모습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겪었을 20살 무렵을 인생의 봄이라는 의미로 ‘청춘’이라 표현하고, 나이가 들어 그 시절의 젊음과 희망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이처럼 ‘청춘’이란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면서, 밝고 건강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청춘’의 의미가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선 희망의 의미가 지속될 수 있으려면,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이념이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젊은이들이 활동할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고, 20대의 젊은이들조차 미래에 대한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청춘의 길목에 서 있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미뤄야만 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캠퍼스의 낭만을 경험하기보다 도서관과 학원 등에서 취업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청년 실업’으로 표현되는 취업난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면서, 이 시대의 청춘들은 언제부턴가 연애와 결혼은 물론 출산도 포기해야만 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로 칭해지기도 했다. 여기에 몇 가지 항목이 첨가되면서 ‘5포 세대’니 ‘7포 세대’니 하는 표현도 등장하더니, 급기야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자조적인 의미의 ‘N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물론 이러한 용어들이 요즘의 현실을 다소 과장해서 표현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힘든 최근의 사회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신조어들이 대중들에게 널리 공감대를 획득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과거에는 청춘에 긍정인 수식어들이 이어졌고, 사회에서도 그들을 넉넉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시절은 누구나 다 거치는 시간이고, 또한 그 때의 열정이 이후의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청춘들에게는 희망적인 수식어 대신에, 우울이나 위로와 같은 조금은 부정적인 표현들이 뒤따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청춘들이 그만큼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이러한 사회 현상의 저변에는 모든 것을 경쟁과 이익 추구를 위해 질주하는 '신자유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이념에 어느새 깊이 침윤된 사람들의 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가 쓴 프랑스 청년들의 현실을 보망하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세대가 어른이 되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논의를 펼쳐나가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과거처럼 대학졸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패턴이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노동을 하면서 지내야 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동 못지않게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타인과 어울림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향유하는 활동이 개인의 삶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자기 시간에 대한 권한 되찾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일과 생활의 분리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의 일과 일상의 분리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달려있기에, '업무에서 단절될 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업, 노동, 여행, 사랑'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이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저자는 모두 5가지 항목을 제안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16~28세 모든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 기반 청년수당의 신설.
2) 일정 금액까지의 청년 노동 소득에 대해서 공과금과 각종 보험부담금 면제.
3) 16세부터 납세주체로 인정하고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것.
4) 이에 따라 투표 가능 연령을 16세로 낮출 것.
5) 16세가 된 청년들에게 10일 간의 국내 여행을 제도화 할 것.
이러한 제안 가운데 특히 '청년 수당'의 문제는 지금 국내의 정치권에서도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사람들의 삶이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의 특징이 반영되는 '단속성'의 시대이기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주문하고 있다. 모든 조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청춘의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라고 하겠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더라도 법과 제도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강조점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그들의 삶의 조건을 여유롭게 만들어주고 더 이상 'N포 세대'와 같은 용어들이 통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학업’ ‘노동’ ‘여행’ ‘사랑’ 등의 4가지 청춘 수업을 적절한 시기에 모두가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뒷받침할 필요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이 깊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저자의 이러한 제안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앞으로는 청춘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안겨주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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