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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 자신의 일상을 통해서 겪었거나 생각나는 내용들을 풀어낸 에세이 모음이다. '후회와 미련이 새벽을 삼켜도 수많은 아침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라는 긴 문장으로 이뤄진 부제 역시 수록된 글의 성격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래서 프롤로그에도 '오래 전의 나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라는 제목을 달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평범한 사람들은 매일의 삶에서 후회와 미련이 반복되고, 때로는 그 속에서 행복과 희망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지난날 나를 울리고 웃게 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보며 3년간의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글로써, 저자의 SNS 등에 게재했던 글들을 갈무리하여 책으로 엮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겪었던 경험과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다소 감상적인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으로부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순간의 감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념들이 글속에 녹아들어 있다. 모두 4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제목들을 통해서, 자신이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정리하면서 세부 목차를 조정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은 저자가 겪었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꺼내여, 그 순간들을 어떻게 견디며 이겨냈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첫사랑'이나 헤어진 그 다음날'을 주제로 아련하고 아팠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만, '과거에 살지 말것'을 다짐하고 누군가에게 '어떤 위로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예술성'을 시로 풀어내고, 힘든 순간을 '버티고 난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그대로 '잊고, 잃고 가끔 그리워하고'라는 두 번째 항목의 글들에 그 감성이 이어진다고 하겠다. 친구와 더불어 영화를 보러갔던 과거의 기억에서 '그 시절의 우리는' 어땠는가를 떠올리고, 어린 시절의 감성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동심'에 대해서 되뇌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블루'에 대해서 고민하고, '희망의 이면'이 때론 절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삶은 절망과 희망, 딱 그 사이에 있다'는 자신의 깨달음을 밝히기도 한다.
혼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면'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항목에서 풀어내고 있는데, 아마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이들이 가장 공감할만한 내용일 것이라고 이해된다. 과거 붉은 실을 지니고 부부의 인연을 맺어줬다는 월하노인의 전설을 빌어 자신에게도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기를 간구하는 마음을 '붉은 실'이라는 제목의 글로 플어내고 있다. 혼자 살아가면서 '고독 속에 있는 아는 바라볼 때'의 감정들을 풀어내는가 하면, 그간의 생활을 토대로 자신만의 '극도의 슬픔을 피하는 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동안 특정 브랜드의 맥주에 빠져 살았던 '의미 없는 습관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과거 주식투자의 경험을 통해서 '달콤한 환상엔 꼭 그만한 위험이 뒤따른다'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에 대해서 자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까지의 글들이 대체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들이라면, '나만은 나를 믿고 걸어가기로'라는 네 번째 항목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앞으로 삶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의 기대까지를 포함한 '내 마음의 수납장'을 생각하면서, 옛 추억을 적당히 덜어내야 현재와 미래의 삶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저질렀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지만, 그러한 모습조차도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편해진 것들'이 있음을 자각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의 글에 간혹 <어린 왕자>의 내용들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방치된 서가에서 '다시 만난 어린 왕자'를 접하면서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감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운문으로 간혹 그 두 형식을 섞어서 풀어내는 이 책의 글들은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서 '기억하되 연연하지 얺기를'바라는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러한 자세가 삶을 건강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지나온 삶의 흔적으로 글로 남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마도 SNS에 올렸던 글이라 저자가 매일의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과 상념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고 여겨지는데, 독자들 역시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이해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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