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정원’
서영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너는 내 속에서 섞이고 있었다
출렁이는 석양 너머 분꽃 향기는
파도와 섞여 서쪽으로 밀려가고
정원의 바람개비는
쏟아지는 달빛을 돌리느라
날개에 금빛 가루를 묻힌 채
밤새 같은 길을 달린다
네가 떠난 후,
함께 나눠 가졌던 정원은 왜소해지고
심장이 떨어지듯 수국이 졌다
더 이상의 꽃이 피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고양이가 뛰어들지 않았다
벌레 울음이 그쳤다
정원은 충분히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울타리 아래에 서서
사라진 정원을 보고 있다
경계를 지우며
안개가 정원 가득 녹아내리자
네가 보이지 않았다
◆ 시작노트
바람에 실려온 기억의
그림자에 잠겨본다.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아물어가는 시간
아물어가는 사랑이다...
◆ 서영 시인 약력
- 계간 [시와 편견] 디카시, 시 등단
- 저서 <야화, 숲을 거닐다>
- 동인지 <시의 에스프레소> 공저
- 제1회 시사모 전국 작품 공모전 디카시 우수상
- 한국의 디카시展 효(孝) 공모전 최우수상
- 왕십리연가 현장백일장 최우수상
-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수상
- 이형기 디카시 공모전 신인문학상
- 이병주문학관 디카시 공모전 우수상
- 신춘전국작품 공모전 디카시 대상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
첫댓글 포스팅을 축하드립니다. 서영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