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한줄로 겨우 이어져 가냘픈 생명을 유지한 마지막 단풍과 이별의 아쉬움인지...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잡고 싶었던 욕심이였던지...
비 내리는 인천대공원 호수길에 비바람과 함께 많은 인적이 흐르고 있다.
앙상한 가지에 얇아진 줄로 겨우 지탱하던 매말라진 단풍 한 닢이 심히 후려치는 가을 비 등살 못이겨 생명 줄 놓고 잿빛 허공에 긴 원을 그리며 젖은 대지 위를 덮고 있다.
순간 묵중하고 커다란 구두 발 밑에 깔려 마지막 떠나는 길이 검게 포장된 도로에 찰삭 붙어 옴짝달싹 못하게 매이고, 뒤 이은 발들에 차이고 밟히고 반복되는 아픔 속에 아스란히 가을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점점 심술을 키우는 가을비는 도로 한켠 움추려 쌓여진 낙엽 잎을 흠뻑 적시며 매 순간 이별의 소야곡 리듬을 만들어 비 피한 정자 처마 아래 걸터 앉은 노인의 아쉬운 세월을 함께 흘리고있다.
호수 위 수없이 많은 작은 물방울 튕김은 갈대 잎 반영을 흔들어 지우려 하고,
유영하는 청둥오리 떼 몇 마리가 마지막 접어든 이 가을을 흘리고 겨울이라는 계절을 불러 들이고있다.
준비 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집 나섰던 객들은 갑작스런 가을비 폭우에 허둥이며 떨어져 날리던 낙엽을 무참히 밟아 붙이고 머리와 두어깨를 흠뻑 적셔가고있다.
손에 쥐여졌던 검은 장우산이 넓게 펼쳐지며, 남녀 한쌍이 다정히 팔 끼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앙상하게 벌거 벗은 아름들이 벚나무 사이를 지나며 , 이 가을의 감성을 가득히 채우고있다.
칠십줄 들어선 우산 속 두 부부의 다정한 걸음의 뒤안 길은 그들만이 간직한 알콩달콩했던 사랑의 흔적만이 대화에 실리고,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까맣게 잊은채 비내리는 토요일 오후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은 흐르는 세월을 잊은채 오늘이라는 시간에 만족을 채우며, 행복에 심취해 빗 속 검은 장우산속에 삶을 담으며 빗길을 걷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