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암사에 겹벚꽃을 보러 오는데, 1년 걸렸습니다
선암사를 향해 걷는 길은 비가 내렸습니다ㆍ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동그란 물결도 구경하고
온통 연두빛인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눈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ㆍ
선암사 들어가는 이 길, 그리고 4월의 벚꽃을 참 많이 그리워했는데
오늘에사야 왔습니다ㆍ
선암사의 겹벚꽃은 어떨까요?
만개했을 지, 떨어져서 붉은 꽃자리를 만들었을 지, 두근두근거리면서도
은행나무 주위를 돌다가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며 딴청을 피웠습니다ㆍ
아!
역시 그 자리, 그 곳에 자리한
아주아주 오래된 고목의 벚나무!
우리 손녀 주먹 만한 겹벚꽃이 황홀하게 피어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ㆍ
비를 먹어선지 꽃송이가 더 큼직합니다ㆍ
가지에 다북다북 달린 꽃송이가 예쁜 아가들 같습니다ㆍ
600년 매실나무도 벚나무 곁에서 이를 지켜보며 초록 매실을 달고 있었습니다ㆍ
우중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아 그대 꽃그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ㆍ
내년에 다시 올거라고 꼭 안아주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ㆍ
승선교 다리 위를 흐르는 투명한 물빛에 참나무가 흔들렸습니다ㆍ
절마당에 있는 나무들ㆍ
꽃들은 스님들의 기도와 부처님의 자비로 그토록 아름다운 것일까요ㆍ
가을쯤 노랗게 물들면 다시 오자고
약속하고 돌아서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요?
사람처럼 나무도 꽃도 돌조차도 오래오래 두고 보니, 정이 생깁니다
선
암
사
벚나무. 은행나무 ㆍ조계산의 구름ㆍ
ㆍㆍㆍㆍㆍㆍ
단풍이 곱게 물들면,
아들 형제와 걷던 '천년불심의 길'을 다시 걸어봤으면 싶습니다ㆍ
5년 전에도 세 남자의 든든한 호위를 받으며 걸었는데,
결혼을 하고 반려자를 만나 그 품에서 노느라 이제는 그렇게 오붓한 시간은 없겠지요ㆍ
있다한들 그 시간의 순수함과 다른 빛깔이겠지요ㆍ
아들들은 기억하겠지요ㆍ
보리밥집의 마루에서 덩치가 큰 흰둥이와 놀던 작은 아들, 아빠는
되돌아 산을 내려가서 차를 가지고 송광사로 오는 동안, 셋이서 길을 잃었던 일, 코란도 아저씨를 만나
고맙게도 데려다 준 일 ㆍㆍㆍ
선암사에서 송광사를 넘는 조계산!
산 중턱에서 보리밥도 먹고 그이와 넘고 싶습니다ㆍ
가을이면 습하지 않아 가뿐하게 넘을 수 있겠지요ㆍ
시간이 허락하면 법정스님의 체취가 있는 불일암까지 다녀왔으면 바램입니다ㆍ
빗발이 더욱 굵어집니다
그래도 발길을 재촉하지 안습니다ㆍ
느릿느릿 산을 내려옵니다ㆍ
뒤에서 그리운 엄마가 어여 가라고
손을 내저으시는 것 같습니다
2024.4.20
순천 웃장시장 장날에(5.10장)
선암사 들어가는 길의 백반집, 삼겹살 정식을 먹었습니다.
밑반찬들이 참 맛깔났습니다.
오후.. 봉화산 둘레길
비 오는 산길, 맨발 걷기를 했습니다.
대나무숲. 참나무. ....근사한 놀이였습니다.
플라타너스의 하얀 줄기는 단연 으뜸였습니다.
유년시절, 가로수였던 그리운 나무가 지금은 보기 힘듭니다.
죽순이 삐죽삐죽...
타인들은 결코 도적질을 할 수 없도록 힘이 센 아이들....^^
낙안읍성...너무 많이 놀아서 다음 여행지는 짧았지요
중국의 장가게 잔도길이 전혀 무색할 만한 멋짐이었습니다.
1일차 -선암사 - 봉화산 둘레길 - 웃장시장
2일차 - 낙안읍성 - 용궐산 잔도길
첫댓글 참 아름다운 여행이었지요.
2일이 마치 20일처럼 값지고 귀한 날였습니다.
비 오는 날의 둘레길은 얼마나 멋지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