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人倫] 3. 女慕貞烈 男效才良 (여모정렬 남효재량)|백우
【本文】
女慕貞烈 男效才良 여모정렬 남효재량
여자는 굳고 곧은 절개를 사모하고 남자는 훌륭한 재주를 본받는다.
【훈음(訓音)】
女 계집 녀 慕 사모할 모 貞 곧을 정 烈 세찰 렬
男(사내 남) 效(본받을 효) 才(재주 재, 바탕 재) 良(좋을 량, 어질 량)
【해설(解說)】
女慕貞烈(여모정렬) 여자는 굳고 곧은 절개를 사모하고
男效才良(남효재량) 남자는 훌륭한 재주를 본받는다.
이번에 공부할 구절은 남녀(男女)의 덕(德)에 대한 내용입니다. 덕(德)이라는 글자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고매하고 너그러운 도덕적 품성', '윤리적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는 인격적 능력'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라는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윤리적 품성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자나 여자나 갖추어햐 할 도덕적 윤리적인 품성이 있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당연히 그러해야 할 어떤 지녀야 할 덕이 있을 것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여자는 절개 남자는 배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우스개 말로 '여자는 배짱, 남자는 절개'라는 말도 있으니 요즘의 세태가 변했음을 방증해 주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저변에는 곧은 절개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여모정렬(女慕貞烈). 여(女)는 부인(婦人)을 가르킵니다. 여성의 뜻입니다. 모(慕)는 '마음으로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정(貞)은 '곧다'는 의미이며, 열(烈)은 원래 화염이 맹렬함을 뜻하는 것이지만 '굳고 바르다.[剛正]'는 뜻으로 변하였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여자는 굳고 곧은 절개를 사모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철저했던 시대에 문장에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등장하는 것이 의아하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남자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여자가 나오는 것이 상례인데, 천자문에서는 여자가 먼저 등장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단순히 문장의 운(韻)을 맞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효재량 여모정렬하고 싶은데 이것이 운이 맞지 않아서 순서를 바꾼 것입니다. 계속 양(陽) 자(字) 운(韻)을 써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주도(周都)는 패(沛)라는 땅의 사람인데 영명(英明)한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는데 2년이 지나 주도가 죽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처는 개가(改家)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며 코를 잘라 그 결의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옛날에는 일부종사(一夫從事)할 것을 결의했던 것입니다. 충신(忠臣)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요 열녀(烈女)는 불사이부(不事二夫)라 하여, 남자는 의리를 지키는 것을 여자는 정절을 지키는 것을 표상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실행한 사람에게는 열녀문(烈女門)을 세워 그 덕을 찬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습니다.
남효재량(男效才良). 남(男)은 '장부(丈夫')를 말하고, 효(效)는 '본받는다'는 뜻입니다. 재(才)는 '재주'를 말하고 양(良)은 '복을 받을 만한 좋은 것'을 말합니다. 재량(才良)은 '좋은 재주'를 말합니다.
사람마다 각기 재주 하나씩은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런 재주가 없을 것 같은 느림보 굼벵이도 구르는 재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남자는 가족을 부양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을 익히든지 기술을 연마하던지 예능을 갈고 닦든지 또는 다양한 생업에 종사할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훌륭한 재주를 본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남효재량(男效才良)입니다. 기량을 키우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이야기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춘추전국시대 때, 공손룡(公孫龍)이 조(趙)나라에 갔을 때,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능한 것이 없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고 하며 한 가지 재주만 있으면 누구든 식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허름한 털옷을 입고 노끈으로 띠를 두른 한 사람이 찾아와서 "저는 남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고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공손룡이 제자들을 돌아보며, "내 문하에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던가?"
"없습니다." 하고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그럼 이 사람을 제자의 명부에 올리도록 해라." 하고 명령했습니다.
그런 뒤로 며칠이 지난 다음, 연나라 임금에게로 유세를 갈 작정으로 황하까지 오게 되었는데, 배는 건너편에 있어서 강을 건너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래서 큰소리를 낼 수 있다는 그 사람을 불러내어 사공을 불러 오도록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한 번 외치는 소리에 배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목소리 큰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해도 중요한 시기에 위급을 구하는 역할을 한 것을 보면 한 가지 재주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 맹상군의 식객 3000 명 중에는 좀도둑질을 잘 하던 사람과 닭울음소리를 잘 흉내내던 사람이 식객으로 있었는데 절체절명 시기에 개처럼 잠입하여 솜씨를 발휘하고, 닭울음소리를 잘 내던 사람이 닭울음소리로 위급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계명구도(鷄鳴狗盜)에 대한 고사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마다 가진 재주는 쓰기에 따라 선용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지만 선용하면 이름을 빛내기도 하고 더럽히기도 하니 빛내는 쪽으로 선용해야 할 것입니다.
여자는 굳고 곧은 절개를 사모하는 여모정렬(女慕貞烈)과 남자는 훌륭한 재주를 본받는다는 남효재량(男效才良)은 오늘날에도 되새겨 봐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