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연휴 전날 토요일입니다. 명절 때 집안에서 걸리적거리느니 시장구경이나 하면서
간단히 점심겸 반주나 할까하고 경동시장 신관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칼국수가 있다는 걸 알고 갔습지요. 이집 상당히 유명세 타고 있는 집입니다.
그러나 칼국수로 반주하긴 좀 그렇네요. 일단 수육을 시킵니다.
배춧닢이 나오는게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저 마늘과 고추 다진 건 뭘까요? 칼국수에 넣는 것이랍니다.
배춧닢 위에 수육 올려놓고 된장에 새우젓에...커~
그렇게 먹으며 곁에 손님 잡숫는 국수를 보니 먹음직스럽습니다.
거기에 조밥까지. 이젠 조밥을 거의 먹질 않아 조밥 맛은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맛 좀 보게 나두 조밥 조금 주셔~" 젊은 주인은 군소리 없이 조밥을 퍼줍니다.
역시 조금 깔깔하군요.
수월하게 넘어가라고 콩나물국까지 대령입니다.
국수 뜨는 걸 보니 더욱 먹고 싶어집니다. 국수는 사람 수에 맞춰 넣는 게 아니라
대충 넣는 것 같은데도 어찌 그렇게 딱딱 맞아들어가는지.
곁에 쌓아둔 배추와 국수.
이집은 좌판과 실내 매장을 둘 다 구비하고 있습니다.
김보태라는 시인의 <국시 꼬랑지>라는 시.
먹을 게 없었던 시절에는 집에서 칼국수를 만들면 엄마 치맛자락을 끌어 당기며
국수꼬랑지를 하나 얻어 부엌 아궁이 장작불에 구워 먹었던 모양입니다.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구워지면 아마 크래커 비슷했겠지요.
방아다리 약수터에서 할아버지가 걷기 싫어하는 손자를 '저기 가면 사이다있다'고
달래며 갑니다. 약수터에 도착한 손자는 약수터 꼬라지와 국자에 떠준 약수를 맛보더니
"에이~ 하부지 공갈~"합니다. 그러니 추억의 국수 꼬랑지는 마음에만 담아두지
함부로 손주에게 크래커라고 구워주지 마십시오. 무심히 던진 공갈로 마음만 상합니다.
그 다음 날 위례 금암산길을 마치고 다시 칼국수를 먹으러 들렀습니다.
이날 카메라 SD메모리를 빠뜨리고 가 스맛폰으로. 다진 마늘과 양념간장을 넣고.
채썬 날고추보다는 간장에 절인 고추 채썬 게 더 맛깔진데...
배춧닢 띄운 게 이색적입니다. 저게 다 잡숫고 돈벌라는 만원짜리란 말이지요?
곁에선 막걸리까지 시켜 잡수십니다. 막걸린 언제 먹어도 좋다면서.
전 쏘주로 반주하려다 너무 배가 불러 세잔만 마치고 배낭에 챙겨왔습니다.
사골국수처럼 맛깔진 건 아니지만 담백하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그런 맛입니다.
두 사람이 수육 하나 칼국수 하나 시커 먹으면 딱 좋겠습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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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습니다. 혼자서 안주, 두꺼비, 식사 일인분 시키면 너무 많죠 ?
두꺼비에 안주 반, 식사 반 시킬수 있는 식당이 있으면 대~박 날텐데 ......
그러지 않아도 그 얘길했는데 워낙 매스컴 탄 집이라 그럴 생각 없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