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위헌성도 더 짙어진 검수완박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이른바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의 첫 공개 변론이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정권이 대통령 임기 내에 공포 절차까지 마치기 위해 밀어붙였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과 절차상의 위헌성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고, 5시간 동안의 변론 공방도 그 연장선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청구인을 대표해 직접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위험한 뉴노멀’ 주장과,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민형배 위장 탈당의 법률적 효력’ 문제 제기였다.
한 장관은 “만약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앞으로 다수당은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관계없는 수정안 끼워 넣기 같은 백전백승의 만능 치트키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 문제를 지적했지만, 국회도 헌법의 범위 안에서 입법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재판관의 “가장(假裝)행위는 법률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의 원칙”이라는 언급이다. 이 재판관은 위장 탈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잣대로 “내심의 의사는 탈당의 의사가 없음에도 가결을 위해 형식적으로 탈당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민주당은) 다 알면서 무소속 의원임을 전제로 안건 조정위 위원으로 선임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면서 그렇게 밝혔다. 이 부분 역시 헌재가 이번 심판을 결정하는데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심판의 기본적 논점들을 살펴보면 헌재의 헌법 수호 책임이 무겁다. 우선, 국회의 입법권 행사로 개정된 검수완박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한지 여부다. 즉, 국회가 입법을 통해 법무부 소속의 검찰 구성원인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함으로써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국가기관 등에 부여된 권한의 유무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헌법재판이란 점에서 검찰의 수사권 삭제 문제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법에 수사권의 근거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또한, 국회가 행정부에 속한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입법형성권을 자유롭게 행사해 삭제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핵심은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가 있는지의 문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한에 대해 헌법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자유·권리와 관련된 국가기관 권한은 헌법적 근거를 요구하며,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 헌법 전체를 대상으로 찾아야 한다.
수사는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범인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다. 수사의 목적은 범죄 사실을 조사하고 범인의 신병과 증거를 확보해 공소 제기와 유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보면 수사와 기소는 연결된 하나의 형사절차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수사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수사절차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함으로써 검사가 수사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신체의 자유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유권적 기본권이다. 법률에 규정된 검찰의 수사권을 삭제한 것은 헌법을 위배한 것이다. 검수완박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533306?sid=110
다가오는 검수완박 재앙과 헌재 책임
석동현 변호사, 前 서울동부지검장
사라지는 공무원들 근무 열정 세종시 이전 뒤 보신주의 팽배
어른거리는 불 꺼진 검찰청사 지능범들 교활한 범행 춤추고
국민의 검사 대면 기회도 없앨 잘못된 정치적 결정 시정해야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흔들면, 되돌리기도 어렵고 결국 그 폐단은 국가적 재앙이 되고 만다. 졸견으로는 세종시를 만들어 정부청사가 광화문·과천·세종·대전 네 군데로 분산되게 만든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본다. 필자는 검사 시절, 법무부에서 3번 근무한 적이 있다. 세종시가 생기기 전으로, 장관의 국회 출석이나 법안 및 예결산 심사, 조직 확충, 관계기관 회의 참석 등으로 국회, 광화문 청사, 과천 청사의 여러 부처와 기관을 수시로 들락거렸고, 늦은 밤까지 야근은 다반사였다. 어쩌다 밤에 전화를 걸어도 다른 부처의 관료들 역시 태연히 전화를 받았다. 그 시간까지 다 일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러 중앙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부터 관료들의 근무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고위직들은 서울을 오르내리기 바쁘고 중·하급직원들의 칼퇴근에 6시가 지나면 관가의 불은 대부분 꺼진다고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관료 사회의 열정은 식고 현상 유지, 보신주의만 남았다. 정부청사 분산으로 인한 부작용과 경쟁력 퇴보 사례는 언젠가 연구 분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그런 연구 분석 대상이 될 사례가 추가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내내 개혁 미명 아래 형사사법의 한 축인 검찰의 기능을 축소·형해화한 일이 그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법으로 지칭되는 검찰청법을 다급하게 통과시키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 공포하자, 많은 사람은 마치 그 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비로소 박탈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이미 지난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다. 검사들은 6대 범죄 외에 그 나머지 유형과 고소·고발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일반 국민은 검사실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다시 말해, 어떤 범죄 피해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경찰이 조사할 뿐 검사에게 호소하거나 검사를 대면할 기회는 소멸된 상태이며, 검수완박법은 상황을 더 가중시킨 것뿐이다.
그런 검수완박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헌적 소지가 너무나 많은 이 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법무부는 일찌감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제기하고, 아울러 시행일 전에 결론이 안 날 경우에 대비해 법 시행을 잠정 보류하는 처분을 해 달라는 청구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이 법으로 초래될 사법체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면서도 지난 서너 달 동안 위헌 여부 결론은 고사하고 법 시행의 보류 결정조차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검수완박법은 내용 면에서 검찰 수사권을 대폭 제한(박탈)해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이 돼 온 검찰의 역할을 뿌리째 흔드는 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법 통과 과정에서, 여야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속 의원 1명을 ‘위장 탈당’시키는 절차상의 불법까지 자행했다.
결과적으로 검수완박법에 따라 검찰의 손발이 묶이면 정치인들은 겁낼 곳이 없어 좋겠지만, 그 피해는 주로 형사사법적 구제가 필요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큰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검사들은 더는 비리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는 힘든 일에 매달릴 생각을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직무 의지나 역량도 차츰 줄게 된다. 사건 관계인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평면적 진술이 담긴 경찰 조사 서류만으로 판단하다 보면 현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검사들 머리 위에서 지능범들의 교활한 범행과 비웃음은 춤을 출 것이다. 마치 퇴근 시간만 되면 불이 꺼지는 세종시 정부청사와 유사한 전국 각 검찰청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런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늘(27일)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석해 청구인 측 입장을 설명한다고 한다. 검수완박법의 타당성과 합헌성 여부는 어차피 헌법재판관들의 직권적 판단 사안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코드에 관계없이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정말 신속히, 또 정확히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533088?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