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44) 시 쓰기 상상 테마 4 - ⑦ 계절적 요소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4
네이버블로그/ 37. 상상테마36 - 계절적 요소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⑦ 계절적 요소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 계절적 요소를 상상에 적용할 때
계절은 살아가는 내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생활, 정서(심리, 사고(思考), 생존 등이 계절적 요소에 개입을 받아 이루어진다.
그만큼 영향력과 밀착성이 높은 것이 계절인 셈인데,
왜 시에만 쓰면 실감이 나지 않고 뻔한 느낌을 주는 걸까?
그것은 개별적 요소와 낯설게 하기의 요소를 계절에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별적 요소는 화자나 시적 대상만이 느끼는 계절에 대한 감각이나 심리 상태이다.
그리고 낯설게 하기는 개별적 요소가 개별 표현 양식을 만나 언어화되었을 때 나타난 신선한 느낌이다.
그러니 계절적 요소를 최대한 개별화시킨 다음 낯설게 하는 방법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시를 써야 한다.
우선 어떤 사람에게 어떤 계절을 만나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별의 정서로 시를 쓴다고 했을 때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밤에 이별하는 게 좋을까?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에 이별하는 게 좋을까?
꽃이 만개하는 봄날 낮에 이별하는 게 좋을까? 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구체적인 봄날을 선택했다면 그 상황과 관련된 상상을 더욱 펼쳐야 한다.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이별을 할 것인지,
공간은 어디로 할 것인지 등을 정한 후 상상을 극단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런 다음 하나의 매력적인 시적 메시지를 정하고 그것과 관련된 구절을 나열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인데 이별이 만개했다’
‘지척에는 당신의 냄새가 흐드러진다’ ‘오늘부터 낮의 색깔은 암흑이다’
‘이별의 안감으로 필요한 것은 후회가 아니라 비난이다’
‘눈물의 실뿌리가 끝도 없이 뻗어간다’ ‘외로움은 번식력이 좋다’
‘심장에서 첫이란 단어가 살다가 사라졌다’ 등의 구절을 나열할 수 있다.
그러면 상상을 바탕으로 한 시 쓰기의 기반이 형성된다.
특별한 계절을 착안해서 쓰는 방법도 있다.
‘3인칭만 사는 계절’ ‘아이러니가 쑥쑥 자라는 계절’
‘금요일이 사라진 계절’ ‘몽상이 때때로 찾아오던 계절’ ‘슬픔에게 저당 잡힌 계절’과 같은
자신만의 특별한 계절을 상상한 후 써 나가면 된다.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계절이 체념과 침묵을 가질 때
역마살을 품은 계절은 살짝 들떠있었다
소금쟁이의 발을 하고
겨울과 봄 사이
다리를 걸치고
다음 행선지를 간택하는
상상에 젖어 웃고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보는 순간 난감했다
지나온 자리마다
패륜이 낭자했다
사막은 폭설과 눈이 맞았고
얼음은 고체의 삶을 버리고
범람에 합류했다
둥둥 떠내려가는 타이어와 페트병들
난파를 즐기며
난교(亂交)를 감행했다
예측과 예감과 예보는 전부 빗나갔으니
이젠 안간힘이 필요 없는 세계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세계만 펼쳐졌다
적막과 울음이 밑바닥에 깔렸다
계절은 당황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한통속이란 말이 듣기 싫었다
매번 같은 자리 같은 태도의 신생을
봄날엔 꼭 만나고 싶은데
쏟아지는 죽음만 목전에 있었다
온갖 색(色)과 욕(慾)이 섞여
미쳐 돌아갔다
지구가 꼭 거대한 레미콘 속 같았다
―《열린시학》 2021년 가을호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은 이제 너무나 흔한 상식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는 기상이변에 따른 것들이다.
인간들이 지구 온난화를 만들고 지구 온난화가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기상이변으로 인해 인간이 다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계절이 체념과 침묵을 가질 때」는 그런 부끄럽고 안타까운 상황을 반영한 시다.
사계절이 뚜렷하게 있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은 점점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져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계절’을 의인화시켜 살아있는 생명체로 변환한 후 계절 입장에서
현실을 되돌아보는 방식의 발화를 하게 만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의 ‘계절’.
그것도 모른 채 “온갖 색(色)과 욕(慾)이 섞여/ 미쳐 돌아”가고 있는 지구와 사람들.
그 실체를 풍자하려고 한 것이다.
이 시의 장점은 의인화된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펼친 점이다.
시에서 의인법은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의인법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순간,
뒤에서 펼쳐지는 내용이 뻔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인법을 쓸 때는 반드시 긴장감 넘치는 묘사나 직관적인 진술을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뻔함’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서 쓰인 객관적 상관물은 없다.
없는 이유는 직관적인 관찰과 사유가 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문장이 파괴의 실상을 반영하고 그것이 시적 진술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시의 곳곳에 이미지가 많이 배치된 이유는 환경 파괴의 실상 자체가 이미지를 포함하고,
화자의 시선에 잡힌 풍경이 이미지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이미지마저 없다면
이 시는 객관적 상관물을 활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해 건조한 진술로만 펼쳐졌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심상이 그려지지 않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을 것이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시에 쓰인 상상은 두 가지다.
계절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한 것이 하나이고
두 번째는 계절에게 난감함을 갖게 한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환절기를 지나 계절은 봄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뒤돌아보는 순간 당혹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혹감을 갖게 한 상황을 필자는 극대화시켜서 진술했다.
(어쩌면 그것은 극대화가 아니라 본질 자체일지도 모른다.)
“사막은 폭설과 눈이 맞았고/ 얼음은 고체의 삶을 버리고/ 범람에 합류했다/
둥둥 떠내려가는 타이어와 페트병들/ 난파를 즐기며/ 난교(亂交)를 감행했다”와 같은
구절들이 그것을 반영한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 기재는 생략함 – 옮긴이)
· 심은섭의 ‘지명수배자 제1호 ―봄’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상상인, 2021.)
· 박순희의 ‘역류하는 소문’ (2016년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작)
· 윤석정의 ‘우거진 봄’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2021.)
<직접 써 보세요>
* 여기서 제시하는 구절을 바탕으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 제시 구절:
‘3인칭만 사는 계절’ ‘아이러니가 쑥쑥 자라는 계절’ ‘금요일이 사라진 계절’ ‘언니를 몰래 삼킨 계절’
‘백색 계절’ ‘1인용 계절’ ‘사막만 있는 계절’ ‘몽상이 때때로 찾아오던 계절’
‘슬픔에게 저당 잡힌 계절’ 등.
(‘계절’이란 단어가 배치된 자리에 계절과 관련된 다른 단어를 넣어도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 간절기, 24절기 등의 단어가 모두 해당된다.
이 밖에 본인이 착안한 특별한 계절이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창작을 해도 좋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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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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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5. 1.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44) 시 쓰기 상상 테마 4 - ⑦ 계절적 요소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