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上行) - 김광규,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일부러 실제 의도와 반대로 말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이번시간에 다룰 '상행'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기도 한데요.
시인은 반어법을 통해 '잘못된 근대화에 대해 풍자'하고 있습니다.
전문을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 김광규, 「상행(上行)」
시에서 화자는 서울로 올라오는 상행 열차 안에서 바라본 1970년대 우리 나라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때 화자는 자신이 느낀 말을 직접 말하지 않고 청자인 '너'에게 말을 건내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반어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화자가 청자인 '너'에게 좋게 말하는 것(네 곁에 있지 않느냐, 고개를 끄덕여 다오, 경쾌하냐, 여행을 해 다오, 말해 다오,
이야기해 다오)은 사실 부정적인 대상을 이야기 합니다.
각각의 시어는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 ▶ 현실에 무감각한 소시민의 모습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 ▶ 1970년대 성장 위주의 획일적인 근대화
흥미 있는 주간지 ▶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없는 소일거리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 성장 위주의 근대화
맥주나 콜라 ▶ 문제의식을 잊게 하는 소일거리
오랫동안 가문 날씨,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 ▶ 본질적인 사회문제를 가리는 소시민적인 일들
의미를 지니며 현대 사회의 문제로 시인이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들입니다.
그리고 화자가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말아 다오, 침묵해 다오)는 시인이 긍정하는 대상으로
실제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시어들은 각각
낯선 얼굴 ▶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진 존재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에 전파 소리 같은 ▶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회문제
생각, 이야기 ▶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생각, 이야기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여기서 마지막으로 볼 것은 마지막 구절 '너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입니다.
결국 화자 자신도 '너'처럼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지 못하며 소시민적으로 살고 있다는 성찰로
이 시에서 화자가 전달하는 대상은 청자인 '너'뿐만이아닌 화자 '자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행'에서는 '잘못된 근대화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 반어적 어조를 사용하여 현싱을 풍자하고 있고요.
2. 근대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여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