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연히 알게된 단비...
이제 막 여덟살이 된 여아이다
백일을 막 넘길 무렾부터 알게된
다운중후군을 앓는 중증 장애자 아이였다
그냥 막연히 장애가 있는 아이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뜻밖에 그 단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단비를 정상학교에 못 보내고 그렇다고 엄마의 마음에
단비가 혹 정상이 되지 않을까해서 장애 등급을 받지 않아
장애자 학교도 못 보냈단다
그런데 이제 8세가 되어 집에만 있게하고 아무런 교육도
시키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혹 내 주변에 단비를 교육 시킬 수 있는 개인교사 한분을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마침,
내가 단비네 집이 있는 평택에 볼 일이 있어 평택에 있는 중에
전화를 받아 곧장 와이프와 함께 단비네 집에를 가 보았다
평택 시내에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안중이라는 시골에
살고 있었다
농장을 했던 터를 3년전에 매입하여 단비의 건강을 위해
일부러 내려왔다고 한다
아빠는 안양에서 중기 사업을 하고 있어 가끔 내려온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그 단비 엄마와 한시간 가까이 대화를 하면서
도대체 오늘 날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있는가하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도 너무도 착한 가정이었다
아니, 예수 믿는 나보다도 무교인 그들이 몇십배 더 착한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단비와 이야기를 하면서
왜 자꾸 '단비'라고 하지 않고 '은비'라고 발음이 되었다
몇번 반복하여 '은비'라고 하자
단비 엄마가 약간 눈시울을 붉히면서
사실은 지금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단비말고
한살 차이가 나던 은비가 있었다고 하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기가 찼다
은비가 다섯살 무렾
유치원을 갔다오다가 그만 트럭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트럭은 무보험이었고 트럭 운전사 집에 가보았더니
몇남매를 둔 가장으로 단칸방에 사는 아주 가난한 가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상이나 합의같은 것은 아예 바라지 않고
무조건 그 사람을 용서하였고
법에도 선처를 호소하여 처벌을 면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단비 엄마 말이
'그 사람을 처벌한다고 은비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먹고 살려고 트럭 한대를 가지고 어렵게 살아가는 그 사람
그 한 사람을 바라보고 사는 단칸방의 어린 남매와 가족들을 위해
무조건 용서하고 말았단다
얼마후에, 그 운전자가 책임보험에서 나온 2천만원이 넘는 돈을 찾아가도록
연락이 왔는데
단비 엄마 아빠가 그 돈을 찾아 오히려 그 운전자 가족에게 다 주었고
쌀까지 사다 주었단다
지금도 단비 아빠가 가끔 그 가정을 찾아가 쌀을 가져다 준다고 하였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리고 목사가 아닌가?
나같으면 정말 그렇게 했겠는가?
아무리 나 자신에게 물어도 백번다 '아니다'였다
아마 짐작건대 나는 그 운전자의 가정 사정이 어떻든 간에
내 아이를 쳐 죽인 그에게 혹독한 보상을 요구하였을 것이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단비 큰 아빠는 현재 서울 경찰청에 총경으로 꽤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가정이...
그것도 둘째 아이는 중증 장애자라서
은비에게 얼마나 부모가 기대를 걸었겠는가?
그런데 그런 은비를 죽인 트럭 운전자를 무조건 용서하고
게다가 그를 지금까지 도와 주고 있다니.....
단비 엄마가 그러면서 말하기를
자신들은 은비를 잃으면서
그렇게 생각을 했단다
자신들은 무교인이고 하나님을 믿지는 않지만,
하나님이 혹 정상아인 은비를 남겨 두면 자신들이
장애를 앓는 단비에게 사랑을 덜 줄까봐서
단비에게 은비 몫까지 사랑을 주라고 데리고 가셨다고 말이다......
나는 내 와이프와 함께 어제 그 자리엘 잘 갔다고 백번 생각했다
지금 만삭인 아내와 우리 뱃속의 아가가 그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세상 인심이 변하고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착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감사했다
목사인 나보다도 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간직한 단비네 가족...
정말 아름다운 가정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단비의 말과 생각이었다
그동안 몇번의 수술을 받고 약3억이 넘는 돈을 들이고도
아직도 등이 곱추처럼 완전히 굽고
온 몸이 성치 못한 단비
이제 겨우 걸어다니고 아주 쉬운 동작만 할 줄 아는 단비인데
우리를 보고 얼마나 반가워하고 좋아하는지..
내 곁을 떠날 줄 모르고
내 손을 잡았다 놓았다하면서 아주 좋아하였다
물론 외딴 곳에 엄마하고만 오래 살아서도 그렇겠지만
나와 우리 와이프를 너무도 좋아하였다
우리에게 커피를 타 준다고하고
자기 방을 자랑하기도 하면서
꽤나 의연한척하였다
놀라운 것은
단비가 제일 좋아하는 텔리비젼 프로는
만화같은 어린이 프로가 전혀 아닌,
뉴스,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등 주로 내가 좋아하는
프로들만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노무현탁핵을 이야기하였고
자기가 생각할 때 노무현이 백성의 마음을 편하게 못해줘서
탄핵이 되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이회창이 좋았다고 하였다
도무지 여덟살짜리 중증 장애자 여자 아이라고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하였다
어쩌면 TV 프로 좋아하는 것도 나와 같고
정치적 성향도 나와 똑 같은지 오랜 동지를 만난 것처럼 ^^
참으로 반가웠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단비네 핸드폰에 내 핸드폰 번호를 단축번호로 입력시켜 주고
단비에게 언제든지 목사님이 보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일러주고
단비 두 손을 꼭 잡고 간절히 기도해 주고 단비네 집을 나섰다.....
나는 어제 집에 돌아 오면서
집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시간을 자주 내서 이 집에 들러서
단비의 개인교사 역할을 해 주자고....
보수같은 것 바라지 말고
이렇게 착한 가정에 우리도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고 말이다......
어제 나는 생전 처음으로 내가 목사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고
참담한 마음을 가졌다
나는 어제 예수님을 본 것이다.... 예수님을.....
용서가 무엇이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삶을 통해 보여주는
예수님을 말이다.........
나의 백번 천번의 설교가 그 한 가정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래 사진이 단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