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춘문예 심사평 주요내용 요약>
시집은 팔리지 않는데,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 씁쓸하다.
새롭고 참신하고 실험적이라는 미명 아래 다다이즘(Dadaism)의 시, 시적 변용이 지나쳐 모호하거나 난센스적인 시, 꺾고 비틀어 그로테스크한 시들이 얼굴에 분칠을 하고 나서게 되었다.
‘보성댁 출항기’를 쓴 이는 시 쓰는 솜씨가 안정되어 있으나, 자기만의 어법이 없다. ‘스타킹을 신고’의 투고자는 ‘현재의 기억은 늘 과거의 기억에 불친절 해’ 같은 구절이 빛나지만, 몇 군데 시상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은 점이 걸린다. ‘등뼈해장국’의 경우에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으나, 상상력에 새로움이 없다.
‘양귀비와 사귀다’의 투고자는 구어체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시상을 낯설게 전개하는 솜씨는 좋으나, 작위적 수사가 많다.
‘아버지의 창고’를 투고한 이는 사투리를 굴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그러나 시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을 그대로 옮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시의 발상과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어디서 읽은 발상과 소재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신진시인으로서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주목되는 현상은 내면의식을 서사화 하는 산문적 경향이다. 최근 유행을 따라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적확한 형식인지 찬찬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언어를 끌고 가는 힘이 부쳐 호흡이 끊기거나 상상력이 빚어내는 언어의 탄력성을 갖춘 작품이 드물었다.
내용적으로는 올 한 해 국내외에 주목할 만한 사회현상들이 있었음에도 그러한 곳에 눈길을 보낸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적 충동과 사유에 충실한 작품도 고르기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은 대략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천여 편의 응모작을 살폈다.
첫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의 원형을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함이 있는가를 살폈다.
둘째는 소통을 위해서도 공감을 위해서도 어설픈 시적 허용에 기대기보다 정확하게 문장을 사용마지막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시의 눈을 갖추고 있는가를 살폈다.
시는 모범 답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모든 답지를 지우고 난 후에 새로 쓴 한 줄의 고민 속에 있다.
시인은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길을 열어주는 언어의 전달자(메신저)가 아니겠는가.
첫댓글 좋은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공부하는 입장에서 올렸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게시하여 주시고 합평의 장을 만들어 주신 장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감상하며 심사평도 새겨보고 의견도 나누면서 좋은 일정이었습니다.
시를 보는 눈도 조금 업그레이드 된 기분입니다.
2020새해에도 장시인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님들 건필하시고 좋은 작품들 많이 남기시는 한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 제목을 생각하면 아련히 그 내용이 떠오르고
흥미 있는 구절이 되새김질된다면
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요
곧 소화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