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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밤색가죽점퍼를 입은 사내가 초조하게 담배를 빨다가 급하게 껐다. 폴리에스텔 비닐우비로 몸을 두른 또 다른 사내가 차 안에서 느긋하게 모퉁이를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이 검정색 산타페에서 기다린 지 40여 분이 지나서야 벤츠가 나타났다.
기다리는 동안 겨우 여섯 대의 차가 지나갔을 정도로 차량통행이 뜸했다. 대개 인근마을의 차로 보이는 트럭들이었다. 저만치 모퉁이를 꺾어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보아 틀림없이 대형승용차다. 그렇게 확신한 밤색가죽점퍼가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더니 차를 비스듬하게 틀어 세웠다. 길을 막고자 함이다.
가죽점퍼가 복면을 내려썼다가는 다시 올렸다. 모자처럼 다져 만지고 폴리비닐의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비닐 옷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죽점퍼가 차에서 내렸다. 예상대로 은빛날개가 전면에 부착된 벤츠였다.
가죽점퍼는 운전석으로 다가가 차가 고장 났음을 알렸다. 추위에 떠는 흉내를 내며 도와달라고 했다. 운전석의 사내가 윈도우를 내렸다. 얼핏 뒷좌석의 여자 두 명도 보였다. 중년의 사내가 운전석에서 내려 차량후미 쪽으로 앞서 걸었다. 그가 트렁크를 젖혀 고개를 숙이자 길을 막아선 산타페의 후미에서 비닐옷차림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비닐 옷이 다가오며 손짓을 하자 가죽점퍼가 중년사내의 허리띠를 감아쥐고 트렁크 속으로 힘주어 밀어 넣었다. 비닐 옷이 아직 덜 들어간 사내의 하반신을 쑤셔 넣고는 힘껏 트렁크를 닫았다. 동시에 가죽점퍼가 운전석 쪽으로 갔고 비닐 옷은 조수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람만이 세찰 뿐 인근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비닐 옷이 품에서 날카로운 흉기를 꺼냈다. 사태의 심각함을 느낀 조수석의 사내가 비닐 옷차림의 괴한에게 대들었지만 운전석으로 몸을 들이민 가죽점퍼가 그의 목을 졸랐다. 그와 동시에 비닐 옷이 꺼내든 흉기가 조수석에서 몸을 뒤척거리는 사내의 가슴을 파고 들어갔다.
“크아악!”
깊숙이 박힌 칼이 조수석 중년사내의 몸뚱이에서 빠질 때 단말마의 비명이 터졌다. 비닐 옷은 다시 한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위로 올린 오른손을 그의 목에 처박았다. 오른손을 비틀자 비닐 옷의 왼팔을 잡았던 중년사내의 두 손이 맥없이 풀어졌다.
“아아악!”
이번에는 뒷좌석의 두 여자가 고함을 내질렀다. 조금 후 왼편의 여자가 도어를 열더니 살려달라고 울먹이는 오른편 여자를 잡아끌었다.
두 여자가 차 밖으로 뛰쳐나가 잠시 우왕좌왕하는가 싶더니 오던 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죽점퍼가 부리나케 운전석에서 나왔으나 쫓아가지는 않았다. 어둠속으로 뛰어가는 두 여자의 모습을 뒤창으로 보면서 비닐 옷이 송곳을 빼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옆구리에 쑤셔 박았다. 축 늘어진 사내의 몸이 한 번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비닐 옷이 팔을 빼자 운전석 쪽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조수석에서 몸을 뺀 비닐 옷은 피 묻은 송곳날을 장갑으로 문질렀다. 트렁크의 요란한 쿵쿵거림도 멎었다. 비닐 옷차림의 사내가 몸에 덮어썼던 비닐을 벗었다. 진회색파카차림이다. 주변을 살폈으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그녀들도 모퉁이를 돌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모퉁이에서 시선을 거둔 가죽점퍼가 막 비닐 옷을 벗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둠속 그의 눈동자가 형형한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온통 핏물에 젖은 비닐을 꾹꾹 말아 준비해온 가방에 넣는 사내의 표정이 돌처럼 차갑다. 그가 새 장갑으로 바꿔 끼고는 트렁크를 열었다. 복면을 쓴 채였다. 사색이 된 사내가 발버둥치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입을 틀어막고 손목을 감았다. 순순히 응했다. 복면을 벗고 검정운동모를 이마아래까지 푹 눌러쓴 진회색파카의 사내가 산타페에서 삽을 꺼내 차주변의 타이어자국을 없앴다. 두 사람 모두 장갑을 끼고 있었으므로 지문은 남아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벤츠의 내부를 살폈다. 조수석의 중년사내가 숨이 멎은 것도 재차 확인했다. 검정운동모자가 다시 두 여자가 뛰어간 방향을 응시하다가 산타페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청평 쪽으로 방향을 잡은 그가 빛바랜 가죽점퍼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제야 복면을 벗는 가죽점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죽점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사람을 죽이기로 계획은 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하니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떨려왔다.
그가 조수석의 사내를 찌를 때 마치 자신의 목이 찔린 것처럼 움찔거렸었다. 두 여자가 내지른 비명이 아직도 뒷자리에서 들리는 것 같아 가죽점퍼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경춘가도에 들어서서 한참을 서울 쪽으로 몰던 검정운동모가 천마산부근의 한적한 야적장에서 가방을 태웠다. 흉기는 이미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청평댐 아래 어딘가에 가라앉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있지도 않았다. 계획대로 깨끗이 일을 해냈다. 가죽점퍼가 어느 정도 호흡을 가다듬었을 때는 차가 마석을 지나 구리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가 다시 눈을 감았다.
- 그녀들은 안전할까.
반대편 어둠속으로 허겁지겁 뛰어가는 두 여자의 뒷모습이 생생했다.
- 휴우, 어쨌든 가장 힘든 1차 계획은 깨끗이 마무리한 거야.
극심한 피로가 몰려들었다. 눈을 감았지만 정신은 더욱 생생하게 맑아진다. 차내가 무척 덥다고 느껴졌다. 가죽점퍼를 벗어 뒷좌석으로 내던졌다. 살인을 최후통첩 받은 날, 사흘 전의 일이 맑은 정신 속으로 스며든다.
“사흘 후에 네 사람이 박 사장님의 별장에 가기로 했어.”
사흘 전, 수요일 밤. 수연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었다. 그렇게 말하는 수연이의 낯빛이 무척 희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에 별다른 대꾸도 없이 리허설을 하는 연극배우처럼 여러 가지 자세를 만들어보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한쪽 어깨를 약간 기울이고 어깨의 기울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수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딱 적당하다는 표시였다.
- 사흘 후, 사흘 후라….
D데이가 정해졌다. 남현태 교수, 박정민 사장, 현소영과 오수연의 나들이가 있기로 한 사흘 후의 토요일 밤이 실행일로 잡힌 것이다. 사흘 동안 보다 철저히 준비를 마치고 오늘 박 사장의 별장으로 가는 길목의 한 곳을 범행 장소로 골랐다.
지난주에 박 사장의 별장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수연이가 지도를 짚어가며 알려준 그의 별장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윤기가 택한 장소는 좌우로 모퉁이와 언덕이 있어서 일을 처리하기에 더없이 적합했다. 윤기는 수연에게 행동계획을 말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하겠다고만 했다.
윤기가 살인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동안 수연은 적어도 겉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건 이미 적극적인 긍정이며 동조나 다름없었다.
수연의 고민을 듣고 처음 윤기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거라는 위기의식이 들면서도 딱히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결국에 내린 결론은 단 한 가지였다. 남현태 교수를 죽이는 것. 그것은 절체절명의 결론이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 모든 명제를 이리저리 조합해도 해답은 그 뿐이었다. 맨 처음, 수연에게 남 교수를 죽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을 했을 때 그녀는 까무러칠 듯 놀라며 반발했다. 그런 수연이 보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건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서였다.
박정민 사장과 논의를 거치고 온 후 수연은 잘 해낼 수 있겠느냐며 염려 반, 다짐 반으로 동의했었다. 천사였던 수연의 내면에서 미동도 없이 잠자던 악마가 꿈틀거리는 순간이었다. 숨어 있던 사탄의 형상이 영화 한 편으로 말미암아 실체를 드러낸다고 윤기는 생각했다. 수연은 목련처럼 화사하게 필 수도 있는 자신의 앞날이 흰 꽃잎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검붉게 멍들까봐 두려워했다. 윤기 또한 자신의 욕심이 발로가 되기는 했지만 이제 발을 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수연이 챙길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챙겨주고 싶을 따름이었다. 아직 부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1년 반을 부부처럼 살아온 사이였다. 아내가 챙길 수도 있는 플러스가치가 빠져나가는 걸 간과하는 것은 부군夫君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었다. 가정이 풍요로울 수도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모른 체 한다면 그건 가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었다. 그런 부군의 마음에 아내가 의지했고 가장의 의지에 결국 가정에서의 합치된 결론을 얻어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범죄에 적극 공모한 모양새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런 뜻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해결책이 나올 즈음 초기의 본질은 여러 갈래로 변형되고 말았다. 어찌되었건 일단은 진작 결심했던 대로 이 사태의 1차적인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윤기는 살인에 가담해 줄 동반자도 구했다. 그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을 듣고 직접 자신이 나서겠다고 했다. 핵심적인 일처리는 자신이 맡겠다는 그가 너무 고마웠다. 그는 능숙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그러나 사건의 주동자는 여전히 자신이다. 직접 살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아도 범행의 주체는 윤기 자신이었다. 물론 완전범죄가 실패로 끝났을 때를 가정한 것이지만.
1차 계획을 감쪽같이 실행했다고 할 수 있는 지금 불안하고도 두렵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오른 것 같다. 윤기는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열이 잔뜩 오른다. 차가 구리톨게이트를 지났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강물이 꽁꽁 얼어붙었는지 물살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날이 밝으면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는 않았다. 잡힐 염려는 없다고 보아도 좋았다. 윤기는 고개를 돌려 입 한 번 뻥긋하지 않고 운전만 하는 그를 쳐다보았다.
- 그도 제 정신이 아닐 거야. 겁에 질려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걸 거야.
누군지 모를 종범從犯, 세상에 드러나지도, 드러낼 수도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끌어들여 저지른 살인이었다. 수연은 사이버 상에서 구한 청부킬러쯤으로 알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현숙 역시 공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 부분은 제가 잘 알아서 할게요. 안심해도 되요.”
현숙은 공범에 대해 민감하게 신경을 썼지만 그가 누군지는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사건의 내막을 아는 두 사람, 수연과 현숙도 실제 남 교수를 죽인 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 그래도 만일 일이 잘못되면.
윤기 자신이 살인사건의 주범임은 그 누구에게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왜 그런 게 지금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지. 왜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이….
윤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불안을 털어내려 했다. 유현수만 그 낚시터로 갔으면 이건 완전범죄야. 겁먹을 거 없어. 그는 지금쯤 안면도 2호지에서 바람맞은 걸 알았을 거야. 윤기는 파고드는 불안을 씻어내려고 위안이 될 만한 생각들을 떠올렸다.
- 나를 유현수로 느꼈을까! 박정민이나 현소영이 그렇게 생각해 줄까!
그제야 윤기는 최대한 유현수의 모습을 연출하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였음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의식하고 행동했는지조차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흘 전, 꾸부정한 자신의 모습은 거울 속에서 유현수가 되어 있었다. 이 사건을 일으킬 사람은 두 눈 부릅뜨고 찾아봐도 유현수 뿐이다. 아무리 유능한 형사가 추리하고 거듭 추리해도 유현수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거울 속 유현수가 그렇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만일 유현수가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찰은 그를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볼 것이다. 스승을 죽인 파렴치한 제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처음 목표한 그대로만 된다면 ‘세컨드 레이디’의 원작자여부를 가릴 일도 없어진다.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예상대로 현실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었어.
다행히 유현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주말이면 혼자 낚시를 가거나 도서관에 처박혀 작품을 쓰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현숙의 치밀한 계획, 현숙의 말은 마음을 안정시키다가 기분을 고조시키기까지 한다.
최종적으로 살인을 브리핑하면서 요목조목 설명하는 현숙의 말에 공감이 갔지만 몸은 더욱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몇 번이고 단전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고르려 해도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숙은 더욱 차분하게 계획된 내용을 짚어가며 학습시키듯 가르치고 지시했다. 호텔에서 나와 그녀와 헤어질 때는 풍성하게 살점 붙은 눈이 춤을 추듯 너울거렸다.
“저 눈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생길 거야, 윤기! 힘을 내!”
용기를 북돋우려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함박눈의 수직향연, 하얀 군무群舞, 그녀의 희망메시지. 굳었던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것 같았다.
수연과 점점 가까워지는 박정민 사장에게서 처음에는 참기 힘든 질투심과 자괴감을 느꼈었다. 그런 박 사장이 인생을 화려하게 비상시킬 인물이 될 줄이야. 박 사장을 공범으로 끌어들이자고요? 그게 가능한 일이겠어요? 현숙은 유현수의 알리바이를 없애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박정민 사장이 사전에 범행사실을 알아야하는 거라고 했을 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되물었다. 그렇게 묻는 자신을 보며 그녀가 가늘게 미소를 지었었다. 현숙은 역시 빈틈이 없었다. 그녀는 마치 박 사장을 위해 범행을 저질러야 하는 것처럼 말했는데 들을수록 윤기는 그녀의 계획이 마치 자신을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 남 교수를 죽이는 필연적 이유가 수연이나 박 사장, 그리고 현숙도 아닌 윤기 자신을 위한 것처럼 들렸다. 속속들이 치밀한 그녀의 말에 윤기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지만 속으로는 쾌재의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자 윤기는 그녀가 구상한 살인계획들 중 박정민 사장이 사전에 범행계획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제일 마음에 들게 되었다. 그 부분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됨으로써 한걸음 성큼 실행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현숙의 구상을 떠올리면 안심이 되었다. 지금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남 교수를 죽여 박 사장의 약점을 잡아둔다는 건 결코 싸구려 계획이 아니었다. 그 대가는 엄청났다. 박 사장이 범행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현숙의 의도에서 윤기는 훨씬 큰 것을 보았다.
산타페가 가파르게 회전하자 윤기는 감았던 눈을 떴다. 강변북도에서 동부간선도로로 접어들었다. 너무 오래 입을 열지 않아서인지 긴 침묵을 깨기가 어색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윤기는 그를 힐끔 보았을 뿐 입을 다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