征對馬島敎書
魚變甲
王若曰 窮兵黷武는 固聖賢之所戒나 討罪興師는 非帝王之獲已라 昔에 成湯은 舍穡事而正有夏며 宣王은 以六月而伐玁狁하니 其事雖有大小之殊나 然이나 其皆爲討罪之擧則一而已矣라
왕은 말하노라. 무력만 일삼는 것은 聖賢이 경계하는 바이나 罪를 성토하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키는 것은 제왕이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옛적에 성왕(成王)과 탕왕(湯王)이 농사일을 버리고 하(夏)나라를 쳤으며, 주 선왕(周宣王)이 6월에 험윤(玁狁)을 쳤는데, 그 일이 비록 大小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죄를 聲討하기 위하여 擧事한 것은 마찬가지다.
對馬爲島는 本是我國之地라 但以阻僻隘陋로 聽爲倭奴所據온 乃懷狗盜鼠竊之計하여 歲自庚寅(1350年)으로 始肆跳梁於邊徼하여 虔劉軍民하고 俘虜父兄하고 火其室屋하여 孤兒寡婦哭望海島이 無歲無之라 志士仁人이 扼腕嘆息하여 思食其肉而寢其皮가 盖有年矣라
對馬島는 본래 우리나라 땅인데 다만, 험하고 궁벽하며 협소하고 누추한 곳이므로 倭奴가 웅거해 사는 것을 들어 주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에 감히 개처럼 도둑질하고 쥐처럼 훔치는 흉계를 품어서, 庚寅(1350年)년 이후로부터 변경에서 방자하게 날뛰기 시작하여 우리 軍民을 살해하고, 우리 백성의 父兄을 잡아가고, 家屋을 불태운 탓에, 孤兒와 寡婦들이 바다 섬 속에서 울고 헤매지 않는 해가 없었다. 이에 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들이 팔뚝을 걷어붙이며 분통이 터져서, 놈들의 살을 씹어 먹고 놈들의 살가죽을 깔고 자려고 생각한 지가 몇 해가 되었다.
* 건유(虔劉): 죽임. 살육(殺戮).<좌전左傳>. 自卉服之波飜 虔劉甚衆(倭가 물결을 뒤친 뒤로 살륙이 매우 많았다.)<李詹. 童子忌日水陸齋疏>
* 경인(庚寅): 고려 충정왕2년. 1350년.
惟我 太祖康獻大王이 龍飛應運하여 威德光被하여 撫綏相信이라 然이나 其凶狼貪婪之習을 囂然未已하여 歲丙子에 攘奪東萊兵船二十餘隻하고 殺害軍民이라
우리 태조 太祖康獻大王께서는 龍飛의 運에 응하여 위엄과 덕을 사방에 입히어 信義로 撫摩하고 편안하게 하였다. 그런데도 그 흉하고 탐내는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여 丙子(1395年)년에 동래(東萊)에서 우리 병선 20여 척을 약탈하고 군민을 살해하였다.
予承大統하여 卽位以後도 歲丙戌에 於全羅道와 歲戊子에 於忠淸道에 或奪漕運하고 或燒兵船하며 至殺萬戶하여 其暴極矣요 再入濟州하여 殺傷亦衆하니 盖其好人怒獸이 包藏姦狡之念으로 神人所共憤也라
내가 대통(大統)을 이어 즉위한 이후에도 丙戌年(1406年)에는 전라도에서, 戊子年(1408年)에는 충청도에서, 배에 실은 양곡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兵船을 불사르기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만호(萬戶)까지 죽이기도 하여 그 포학이 극도에 달하였고, 두 번 제주(濟州)에 들어와서 殺傷한 것이 또한 많았다. 이것은 사람을 탐내는 성낸 짐승이 간교한 생각만 품고 있는 것으로, 신명과 사람이 함께 분하게 여기는 바이다.
* 만호(萬戶): 조선 시대 각도의 여러 陣에 두었던 서반 종4품의 외관직. 또는 그 벼슬아치를 말함.
予는 尙包荒含垢하여 不與之校하고 賑其飢饉하며 通其商賈하여 凡厥需索을 無不稱副하여 期于並生이라
나는 오히려 그 죄악을 용서하여, 함께 따지지 않고 굶주린 것을 賑恤했으며, 通商도 허락하는 등, 무릇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 다 들어 주어 아울러 살아갈 것을 期約하였다.
不意今又窺覘虛實하고 潛入庇仁之浦하여 殺掠人民幾三百餘하고 燒焚船隻하고 戕害將士라 浮于黃海하여 以至平安하여 擾亂吾赤子하고 將犯上國之境이라 其忘恩背義悖亂天常이 豈不甚哉아
그런데 뜻밖에 또 이제 우리의 虛實을 엿보고는 몰래 庇仁浦에 들어와서 인민 3백여 명을 죽이고 병선을 불태우고 장사들을 살해하였다. 그리고는 黃海에 떠서 平安道까지 이르러 우리 백성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장차 明나라의 지경을 범하려 하였다. 그러니 恩惠를 잊고 義를 배반하고 天常을 어지럽힌 것이 어찌 심하지 않은가!
以予好生之心으론 苟有一夫之失所면 猶恐獲戾于上下한데 矧今倭寇肆行貪毒하여 賊殺群黎하여 自速天禍라 尙且容忍하여 不克往正이면 猶爲國有人乎아 今當農月이로되 命將出師하여 以正其罪는 盖亦不得已焉耳矣라 於戲라 欲掃姦㐫하고 拯生靈於水火하여 斯陳利害하여 諭予志于臣民云云하노라
나의 살리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라도 살 곳을 잃으면 오히려 天地에 罪를 얻을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더구나 지금 왜구가 제 마음대로 탐욕과 해독을 부리어 백성을 살육하여, 스스로 하늘의 殃禍를 불렀다. 그런데도 容忍하고 정벌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사람이 있다고 하겠는가? 지금 농사 때를 당하여 將帥에 命하고 군사를 내어 그 죄악을 치는 것은 또한 부득이해서 하는 일이다. 아! 姦凶을 쓸어 버리고, 백성들은 苦痛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여 이렇게 利害를 열거하여 내 뜻을 臣民에게 알리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