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절씨구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휘젓는구나.
그러면 그렇지. 그런 놈들 한 순간은
잘 먹고 잘 살지만,
천만에 이 열 손가락 모조리
장을 지질까?
두고 보라지, 그런 놈들 결국은
끝이 안좋더라고,
그러면 그렇지, 그러면 그렇지,
두고 보라고.
벙어리 산천에 날마다 궂은 비
큰 바람 부니,
어절씨구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더럽히는구나.
(양성우의 '미꾸라지' 전문)
이 시를 읽다가, 문득 과거 박근혜의 가신이라고 자처했던 이모 의원이 대통령 탄핵되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부끄럽게도 그는 내가 사는 순천의 지역구 의원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해당 의원의 사무실 앞에는 뱉은 말을 책임지라는 내용의 글들과 함께 장을 지지기 위한 각종 장들이 수북히 쌓이기도 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지금은 지역구 그 어디서도 모습조차 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시인의 말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 온 강물을 휘젓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하겠다.
이 시는 1980년대 초반에 쓰여졌지만,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학부모를 볼모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치원 운영자들이 모 의원의 비리 명단 공개로 인해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도 결국 '끝이 안좋'은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육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돈벌이에만 신경을 쓰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80년대는 엄혹한 독재정권 하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벙어리 산천'의 처지였지만, 이제는 각종 SNS를 통해서 정보가 손쉽게 전파될 수 있는 세상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잇는 기득권자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모습들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궂은 비 / 큰 바람'으로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고 보라지, 그런 놈들 결국은 / 끝이 안좋더라고, / 그러면 그렇지'.
어쩌면 작품의 이 한 구절이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이 느껴진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