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해철이 불의의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이 책은 사실 강헌의 평전을 읽고 나서 뒤늦게 구입하였는데, 고인이 남긴 글을 모은 유고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머리말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에는 그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의 가사가,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역시 그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가 적혀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진행하는 방송, 혹은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소 시니컬하고 직설적인 표현이나 내용들이 있지만, 그가 생전에 구사했던 화법이 그대로 녹아있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1부 '나, 신해철'은 고인이 스스로 작성한 자기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자랐던 환경에서부터 음악을 접하고 활동하던 모습과 생각들이 그대로 투사되어 있었다. 제2부 '마왕, 세상에 맞서다'에서는 살아가면서 품었던 현실에 대한 생각과 소신들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글들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자못 삐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고인의 유고집이기에 너그럽게 허용될 수 있는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만약 그가 죽지 않았다면 아마도 절대로 출간하지 못했을 내용들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제3부 '안녕, 마왕'은 지인들의 추도사를 모은 것이다. 나는 이 책 가운데 그의 어머니가 쓴 편지가 특히 관심이 갔고, 오래토록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제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부모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아들을 위해 인천까지 쫓아가 장난감 자동차를 사들고 오셨던 그 아버지는 아들을 잃고 좋아하던 담배까지 끊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더 아들의 죽음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있으리라.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고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음 편히 영면하기를....(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