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정진용/시인
치매
나 살았을 때 너희 잊어주마
나 죽어 너희가 나를 잊기 전에
나 살아 너희 먼저 잊어주마
_정진용
얼마 전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치매 소식이 있었다.
68 세인 이 배우는 은퇴를 선언하고 가족들의 보호 아래 투병 중이다.
前부인 데미 무어와 현재부인 그리고 딸들과 손자까지 그를 보살피고 있다니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
우리나라는 평균 12분에 한 명꼴로 치매 환자가 발생한다.
노인들은 물론 중장년도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이 바로 치매로 특징 중 가장 큰 것이 ‘기억력 저하’다.
자신을 점점 잃어버리며 사랑하는 사람들도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일,
그 과정에서 무너지고 상한 자존심과 낮아지는 자존감,
환자도 보호자도 함께 피폐해져 가는 치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도 한다.
친구 재숙이 엄마는 치매 환자였다.
재숙이가 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어머니, 여든에 치매가 왔다.
구순을 앞두고 얼마 전 세상을 버리셨다.
장례식 날 재숙이가 울며 내게 말했다.
“엄마가 나만 보면 내 머리채를 잡고 그랬어 이 나쁜 년아 네년이 내 서방 뺏어가서
우리 재숙이 고등학교도 못 보내고 공장 보냈다 이 나쁜 년아.”
내가 재숙이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엄마는 믿지 않았고 불쌍한 우리 재숙이 하며
통곡을 했다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오늘 디카시 ‘치매’ 사진과 언술을 읽으며 명치가 먹먹해진다.
잊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하얗게 기억을 지우고 살아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참담한 마음은 또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목포 삼향촌에서 가불 한 어머니의 망각을 만나 세상 살면서
받은 아픔과 슬픔을 살아서 다 잊고 세상 올 때처럼 하얗게 하늘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 치매일지도 모른다
그건 하늘의 축복일지도’ 모르다는 시인의 시작 노트에 그렁거리는 밑줄을 그어본다.
정진용 시인 이력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시집 ‘여전히 안녕하신지요’
‘버릴 것이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
‘그럼에도 사랑합니다’ 등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 ‘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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