勺詩富林 34강 無知・無明
罪의 기원; 傍觀, 卑怯, 小心, 貪慾, 自慢, 忿怒, 猜忌
3장 ‘醜의 미학’ 마지막 8. 無知・無明, 2018년 10월 24일
시詩를 쓴다는 것은 섬기고 모시는 일
귀 기울여 세상과 이웃의 울음소리를 듣고, 손을 내밀어 앓는 상처를 보살펴
목숨의 진상을 알고知 깨달아 밝아지는明 일
그래서 그들을 다독이고 자신도 다스리는 일
그렇지 못하고 그들에 대해 무지無知하면 오히려 구업口業을 쌓는 길
1. 惡行과 業報와 罪는 자신에 대한 無明과 타인에 대한 無知에서 비롯
범죄, 상실, 오판, 억압, 폭력, 거짓말, 추악함, 더러움, 병마 등등 헤아리기도 힘든 이 세상의 그 모든 오류를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無知"입니다.
1) 성경 시편 14:1,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저희는 부패하고 소행이 가증하여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
2) 아인슈타인, 내가 더 알면 알수록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3) 셰익스피어,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4)『도덕경』, “知不知上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들어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나의 무지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썰물 때 나는 모래밭에다
글을 한 줄 써놓고
그 글에다 내 모든 영혼을 바쳤다.
내가 써 놓은 글을 읽어 보려고
밀물 때 돌아와 보니
바닷가에서는 나의 무지만이 보일 따름이었다.
2.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 확증편향; 攀緣
무지는 가정과 친척, 친구, 이웃 등 모든 因과 緣의 만남에서 빈번히 抑壓이나 歪曲으로 드러납니다. 상대방에게 무지한 자는 그 상대방이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진정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이해를 못한 채 我田引水하여 附和雷同하다가 결국 손해나 상처를 입거나 진상을 깨닫고 나서야, 자기 합리화, 변명, 후회를 늘어놓게 됩니다.
모르니까 저질렀지, 알았는데 미안해, 말하지 그랬어, 알았어도 내가 뭘 어쨌겠니.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문학과 지성사, 1999. 중에서
p. 31; 아버지께서는 팔걸이의자에 앉으셔서 세상을 호령하셨지요. 아버지의 의견은 언제나 옳으셨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모두 다 정신 나간 것이고, 터무니없고, 엉뚱하고, 정상이 아닌 것이었지요. 아버지의 자신감은 너무나 커서 끝까지 고집부리지 않으셔도 될 일에도 아버진 끝내 자신의 말이 옳음을 주장하셨습니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아버지는 전혀 아무런 의견도 없으셨지만 그로 인해 그 문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죄다 틀린 것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습니다.
p.34; 아버지의 반대는 생각에 대해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무차별적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에게 약간의 관심만 보여도 – 제 성격상 그런 일은 별로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 아버지께서는 제 감정은 전혀 아랑곳하시지 않고 제 생각도 아예 무시하신 채 욕설과 비방, 인격 모독의 말을 퍼부으시며 간섭하셨지요.
p.35; 아버지가 이처럼 자신의 말과 생각으로 제게 얼마나 큰 고통과 치욕을 안겨줄 수 있는지에 대해 어쩌면 그토록 철저히 무감각하실 수 있는지, 그 점이 제게는 늘 불가해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아버지는 자신의 위력을 전혀 아시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p. 92; 아버지는 가게와 가정에서 멀리 떨어지실수록 그만큼 더 다정하고, 관대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고, 동정적인 모습이 되시지요(제 말씀은 물론 겉으로만 그렇게 되신다는 거지만 말입니다). 그건 가령 어떤 독재자라도 일단 자기 나라를 벗어나게 되면 더 이상 독재적일 필요가 없게 되어 더없이 비천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이야기이지요.
p. 153; 가정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제가 아버지한테서 보아온 모든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건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들이 모두 함께, 그러니까 강인함과 타인에 대한 경멸, 건강과 어느 정도의 무절제, 뛰어난 언변과 불충분한 설명, 자기 신뢰와 모든 것에 대한 불만족, 세상에 대한 우월감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억압, 인간에 대한 이해와 불신, 거기에다가 근면, 끈기, 침착, 대담성과 같은 완벽한 장점들까지 두루 갖추고서,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버지에게서처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아버지에 비하면 거의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못하거나 극히 조금만을 지니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고서도 감히 제가 결혼을 해야 했을까요? 아버지 같은 분조차 결혼하셔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셔야 하고 어떤 때는 자식들한테조차 좌절을 맛보아야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관객을 위하여
나태주
나는 늘 주인공이었다
아니, 주인공이고 싶었다
주인공이 아닐 때도 구경꾼이기를 거부하고
주인공이려고 노력했다
관객은 언제나 넘쳐났다
결혼을 한 뒤에는 우선 아내가 관객이었고
아이들이 관객이었다
한 번도 주인공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관객의 외로움이나 고달픔 같은 건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 자라고 결혼도 하고
43년이나 타고 온 기나긴 교직열차에서도 하차하려고 하나
내가 결코 끝까지 주인공일 수는 없는 일이구나
그 동안 나 하나만의 일인극을 줄기차게 바라보아 준 사람들
그 누구보다도 아내의 고달픔이-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되어진다
관객의 외로움, 그것이 이제는 내 몫으로 떨어지다니...
이 염치없음이여! 어이없음이여!
두려움이여!
3. 유마힐, 이 세상의 모든 病은 我相이 만든 것
여러분, 이 몸은 무상한 것이고, (있다가 없어지므로)
강하지 않고, 때로는 무력하고, 견고하지도 못하며,
나이가 들수록 재빠르게 썩어 가는 것이므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집착하면 괴로움이 되고 근심이 되며, 또 항상 온갖 병이 모이는 곳입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몸에 대한 집착은, 지혜가 밝은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몸은 물방울[聚沫]과 같아서 잡거나 만질 수도 없고,
이 몸은 물거품[泡]과 같아서 오래도록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몸은 불꽃[炎]과 같아서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파초(芭蕉)와 같아서 속에 견고한 것이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허깨비[幻]와 같아서 잘못된 생각[顚倒]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꿈과 같아서 허망한 망견(妄見)으로 된 것입니다.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연(業緣)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온갖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이 몸은 뜬 구름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변하고 사라지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주인이 없으니 땅[地]과 같으며,
이 몸은 아(我)가 없으니 불[火]과 같습니다.
이 몸은 영원한 수명[壽]이 없으니 바람[風]과 같으며,
이 몸은 물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나[人]가 없습니다.
이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
지·수·화·풍의 4대(大)를 근본으로 삼고 있고 그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 몸은 공(空)한 것이니, 유한하기 때문이고
성품이 없다면 무지(無知)한 것이니,
풀과 나무와 기왓장과 조약돌과 같습니다.
이 몸은 인연(風力)을 따라 상황마다 다르게 생각을 내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으로 굴러갑니다.
이 몸은 깨끗하지 않으니,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몸은 거짓인 것이니, 설사 몸을 씻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는다 해도
반드시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몸은 재앙이니, 갖가지 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몸은 늙음에 쫓기고 있습니다.
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망스러운 도둑과 같이
때로 내 이익을 건드린 남을 원망해대며 악한 마음을 품으므로
조심하고 근심스러워하고 남을 원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4. 소크라테스Socrates;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
무지에 대하여
함성호
여기서
핸들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틀면
그대로 피안이다
도시의 지붕들
위를 날아
긴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하겠지
나는
그 포물선의
어느 좌표쯤에서
생의 끈을
놓고 있을까?
살아 있다는 것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나오면
다시 생은
더 어두운 터널로
나를 채근한다
좌석버스 안에서
죽은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옆자리에서 앉았던
사람들은
그가
자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썩지만 않는다면
죽음도 옆에 두고
친할 만하다
인형에게
말을 건네는 아이들은
살아 있는 죽음을
보고 있다
익사자는
어느 순간 생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뻔한 낙관이지만
나는
그 순간에야
무엇이 보일 것 같다
소는 불이 나면
그냥 서서 타죽는다
처음부터 삶은
없었던 것이든가,
아니면
가위에 눌린
꿈의 다른 방식이라는
걸까?
되돌아간다
또, 되돌아간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새로운 것일까?
5. 無知蒙昧가 無慈悲를 낳으니; 무지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 뼈저린 물음
세상 읽기
천양희
세상을 뜻대로 읽고 싶어
가출을 출가로
불성을 성불로
유수를 수유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거꾸로 읽고 싶어
정부를 부정으로
선생을 생선으로
교육을 육교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마음대로 읽고 싶어
가능을 능가로
입산금지를 지금 산에 들어감으로 바꿔 읽어보다가
세상을 생각대로 읽고 싶어
不二를 이불로
불행을 行不로
유일을 일류로 착각하다가
삶은 삶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나는 나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각자를 자각으로 쓰고 말았네
실상을 상실로 쓰고 말았네
못난 시 2
김지하
요즈음
나는
시청 앞에서 밤공부한다
새벽맞이 공부
조금은 바보 같은
조금은
신령스러운
중앙청이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빌딩 쪽에서 보면
참으로 한심하고
못나 빠지고
그런
내 나이 일흔인데
열댓 살짜리 애들과
젊은 아줌마들과 둘러앉아
쇠고기
대운하
물
의료보험
몰입 영어 교육 어쩌고저쩌고
밤새도록 떠들고 밤새도록
춤추며 노래 부른다
여러 해 전에 나 떠나간 한 아우의
아침 이슬 노래도 부른다
이 노래 참 좋다
전엔 몰랐던
그래
저기서
먼동 터 온다
집에 가 한숨 자고
밥벌이 강의 노트 조금 만지작거리고 나서
허허허
조동일 형이 그리 권면하던
못난 시 한 편
두 번째로 쓰겠다
지금 쓰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인데
과연
맞는가?
과연
못났는가고
못나게
이리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