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자는 새벽에 일어나 분주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혼자 조용히 할 일을 하면
될텐데, 이 사람때문에 그 밑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 일어나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한다면 이건 정말 못할 짓하는 거지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부지런해서
타의 모범이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게 보통입니다.
저요? 저야 그래서 남더러 같이 가자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창동역에서 간단히 국수나 하나 뽀개고 김밥이나 한줄
사넣고 전철을 탔어야 하는데 전부 다 놓치고 너무 일찍 도봉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 둘레길 1코스 시발점인 창포원 입구 스탬프가 들어 있는 우체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편의점 가서 쪼꼬만 라면 하나 먹고 김밥이랑 물을 한통 삽니다.
다른 사람의 궤적(GPX)을 다운 받아 놓고도 우산 받치고 꺼내 확인하는 게 귀찮아서
올라가다 잠시 실례하는 사이에 확인해보니 해발 250 m까지 한참 올라와 버렸습니다.
이런 불상사가???
초입에 계단은 있었지만 그 위로는 빗물이 흘러내려오는 고랑으로 올라가게 돼
어쩐지 찜찜했었는데... 우산 접고 펴고하는 게 번거로워 그냥 내쳐올라왔더니 그만. ㅉㅉ
이번엔 Navi를 보며 잘못 들어선 지점인 고도 50m 까지 내려와보니 반대편에 또 다른
계단이 있습니다. 원래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라고 방부목에 페인트 칠을 해놓았는데
그게 다 닳아 없어지고 비까지 와서 프래시라이트에 반사되지 않아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 넓은 계단을 놓치다니?
새벽부터 분주펴서 남에게 해끼치지 않고 그 실수가 나에게 국한되긴 했지만
고도차가 200 m 씩이나 되니 자살골 하난 제대로 먹었습니다. 맥이 빠집니다.
며칠 전 본 영화 Everest Again에서는 산소통을 가지러 사람을 구하러 몇백 미터도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기도 하는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연약해서리~
요렇게 꺽여 있는 걸 부주의해서 서울외곽도로 터널 위로 계속 직진했던 겁니다.
그럼 그렇지 둘레길이라면 이 정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지요.
수락골 근방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곡 골짜기 주차장에는 시트 비닐도 뜯지 않은 채로
새 번호판을 단 차들이 빼내기도 힘들게 빼곡하게 주차돼있습니다.
불황이어서 작년에 팔리지 못한 차를 영업사원들에게 떠넘긴 건 아니겠지요?
날씨만 좀 따뜻하면 영락없는 늦가을 풀경입니다.
수락산을 나그네처럼 타고 넘는 얕은 구름입니다.
촛점이 잘 맞지 않는 건 똑닦이의 한계입니다.
비 안개 속에서 부부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동해안 걸을 때 판초 사용했던 걸 왜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필 우산을 들고 나왔을까?
그럼 널널하게 Navi 확인하면서 길을 놓치지도 않고 이렇게 비오듯 흐르는 땀때문에
고생도 안했을텐데...
청솔모 한 마리가 포즈를 취해줍니다.
수락산 자락인 귀임봉 바위가 보입니다.
앞쪽에 보이는 산은 불암산이지요. 아파트 사이로 상계동 원주민 주택들이 보입니다.
편의점에서 산 소시지가 하나 통째로 들어간 무식한 김밥과 미소장국으로.
귀임봉 아래 옛 채석장. 길도 없는 것 같은데 돌들을 어찌 운반해 내려 갔을까요?
집이 들어서지 않았으면 논으로 가득찬 마들평얄텐데요.그나마 남아있는
그린벨트를 체육시설이니 공익시설이니 해서 야금야금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귀임봉 남쪽면입니다.
당고개로 우회하지 않고 (점선) 당고개역으로 곧장 내려갑니다.
주지스님 마음 참 곱습니다. 커피, 둥글레차도 마음껏 들라지~
여성분들을 위해서 화장실까지 마음대로 사용하라지~ ^^
편의점 김밥 대신 여기 내려와 뜨끈한 닭계장이나 먹을 걸. 아니, 오늘 종착지점이
여기면 돼지수육과 함께 당고개 냉면 하나 시원하게 때리면 금상첨환데~ ㄲ울ㄲ.
동네 사이 골목길로
불암산 자락의 정자. 노란 옷 입은 처자가 기공을 하고있는 듯.
아니 자세히 보니 반팔 티에 셀카 찍는 중, 원 혼자서 추운데 무슨 짓이람?
수락쪽에 내가 너무 일찍 간 탓에 사람보기 힘들었겠지만
불암쪽은 나이드신 분들과 여성분이 유난히 많습니다.
바위에 사람 얼굴 몇개 조각해놓은 듯 합니다.
여기에도 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네이버 지도엔 음석이랍니다.
지도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바위군요.
숲속도서관에선 책보다 도시락 까먹기 바쁩니다. 학생 때 버릇은 여든까지 갑니다.
저 양반들 배낭은 김치국물 대신 막걸리 국물 자국이 있을 것 같습니다.
태릉 클레이 사격장이 어디로 옮겨진 모양입니다.
발주처가 조선왕릉관리소인 걸 보니 그동안 무단점유했었던 것일까요?
왼쪽은 태릉선수촌, 오른쪽은 KEPCO 인재개발원과 군시설물로 철책이 둘러졌습니다.
그 옛날에 부지 정말 넓게 잡았습니다.
화랑대 지하철역 부근. 옛 경춘선를 산책로로 정비해놓았습니다.
중계동 서울온천 앞에 있는 정육식당에서 특갈비탕 하나와 반주.보통과 특이
어떻게 다르냐 물으니 특은 1만천원이고 보통은 9천원이랍니다. 나 원 차암~
최현석 쉐프처럼 '파슬리가 없으면? 파슬리로 하세요~'
갈비와 마구리는 그만한데 탕국물은 여엉~
길을 놓쳐 2 km 이동거리가 늘고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이 가산되지 않는 것 같아
확인해보느라 포즈를 누르지 않았더니 평균속도가 많이 줄었네요.
아마 저게 맞긴 할겁니다. 비가 오고 땀도 비오듯 쏟아지고 볼만한 사람들도 많아서...
에이휴~ 메주 냄새~~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새벽잠이 없으신가 ? 참 부지런 하십니다.
나는 쉬는날 보통 9시 까지는 자는데 ....
저건 놀토라 일찍 일어난 거지요.
하긴 놀토 아닌 일요일도 일찍.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