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難得糊塗) 새겨둘 만 한 좋은 글귀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한국인의 가훈(家訓)으로 가장 애용되는 것이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가훈은 난득호도(難得糊塗)라 합니다. 난득(難得)은 어렵다는 말이고, 호도(糊塗)는 흐리멍텅 또는 어리석음을 뜻합니다. 뜻을 풀이하면 "바보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즉, "똑똑한 사람이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사는 건 참 어렵다"라는 뜻으로, ‘난득호도’는 청나라 문학가 중 8대 괴인으로 알려진 '정 판교(鄭 板橋)'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합니다.
"바보가 바보처럼 살면 그냥 바보지만 똑똑한 사람이 때로는 자기를 낮추고,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처신하는 것이 진짜 똑똑이다"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날카로운 빛을 감추고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어쩌면 동양 철학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똑똑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일 수록 겸허히 자신을 낮추는 '난득호도'의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말로 똑똑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때론 침묵의 지혜를 선호하는 예의 바른 사람입니다.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난득호도(難得糊塗)> 탁편(托片) (40×112cm, 山東省 濰坊博物館藏) 난득호도(難得糊塗) 총명난 호도난(聰明難 糊塗難) 유총명이전입호도경난(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방일착 퇴일보 당하심안(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비도후래복보야(非圖後來福報也) 어수룩하게 보이기란 어렵다. 총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어수룩 하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해 지기란 더욱 어렵다. 한 가지를 내려놓고, 한 발짝 물러서면 일마다 마음이 편안할 것이니 도모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된 응보가 올 것이니라.
판교(板橋) 정섭(鄭燮 / 淸)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難得糊塗> 정 판교(鄭 板橋)는 청나라 말기를 대표하는 서화가로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 사람이다. 시서화(詩書畵)에서 삼절(三絶)을 이뤘으며, 특히 묵죽(墨竹)의 귀재(鬼才)로 통했다. 위의 글은 중국 사회에서 널리 퍼져 있는 한 폭의 제자(題字)다. 여기서 말하는 호도(糊塗)는 어수룩한 것이라기보다는 짐짓 어수룩하게 보이는 것이다. 어수룩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아예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긴장과 경계를 풀고 좀더 편안하게 다가오게 된다. 어찌 보면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겠으나 심고원려(深考遠慮)의 처세술이 아닐 수 없다.
칠지감옥(漆地嵌玉) <難得糊塗> 괘병(掛屛) (長 71cm; 寬 36.5cm) 일찍이 노자(老子)는 "뛰어난 기교는 졸렬해 보이고 훌륭한 말일 수록 어눌하게 들린다." (大巧若拙 大辯若訥)고 했다. 또 "군자는 덕이 성한데 용모를 보면 어리석은 듯하다." (君子盛德 容貌若愚)고 했다. 송나라의 문호(文豪) 소식(蘇軾)은 "대단히 용감한 사람은 도리어 겁먹은 듯하고, 크게 지혜로운 사람은 어수룩 해 보이며, 지극히 존귀한 사람은 초헌, 면류관(軒冕)이 없어도 영화롭고, 지극히 인자한 사람은 양생(養生)하지 않아도 장수한다"고 했다. 참된 빛은 번쩍이지 않고, 큰 지혜는 멍청한 것처럼 보인다.
(眞光不輝 大智若愚)는 말이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헌(軒)은 대부(大夫)이상이 타는 수레이고 면(冕)은 대부(大夫)이상이 쓰는 예관(禮冠). 초헌(軺軒): 조선시대 종2품 이상의 벼슬아치가 타던 수레.
명거(命車), 목마(木馬), 초거(軺車), 헌초(軒軺)라고도 한다.
긴 줏대에 외바퀴가 밑에 달려 있고, 앉는 데는 의자 비슷하며 위는 꾸미지 않았다. 2개의 긴 채가 달려 있어 앞뒤에서 사람이 잡아 끈다.
= 옮겨온 글 편집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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