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참으로 괴괴한 글자로구나
삼천년 인간 병고에서 완강하게 승리하고
오늘 2007을 달리며 군립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지금 제작된다면 ㅁ가 두개는
더 붙어야 되는 암울하고 뎅뎅한 저 글자
셈,* 내 친구 부부를 한꺼번에 잡아간
그 독한 세균덩어리 띠. 이. 발.
사전에 없는 욕 석 달 째 하면서
그 암자를 만든 천재에게 꾸벅 절하고 말았어
도시는 저 글자를 너무 많이 닮아가고 있어
네모가 세 개나 들어있는 저 글자 말이야
나는 癌자를 庵자로 바꾸어 놓고
황금 옷 입은 남자에게 암을 고자질하고 있었지
나쁜 놈 세균 주제에 세균만 먹지
백일기도 내 친구 비싼 항생제 다 받아먹고
내장 먹고 뼈까지 먹다가 해골이사 네가 가져라
투우 뱉어버리는 징그러운 세균 놈
많이 잡아먹었다 암, 지금 빌딩에서
하얀 인턴 놀리면서 불어나는 식사꺼리에
해봐라 해봐 버섯처럼 번지며 먹어치우는
셈, 우린 세균을 키우고 있어
농약 먹고 강하게 자란 균 배추 속 타고 들어와
김치 냉장실 어휴 시원해
그 비웃음 째진 입술이 너무 무섭다니까
화장실 똥 싸는 내 모습 암 글자 닮아있어
베레모 까만 점 물에다가 냄새나는 금빛 찰랑거리며
가랑이아래 신문을 보면 완벽한 癌자가 되고 말았어
육십오억 지구 갉아먹는 혹, 암세포 아닌가
셈, 죽음하나 비싸게 생각하니 이렇게 되었어
파리한 세상 그래도 바다햇덩이 세수하는 이곳
순천행기차 꼬리도 없이 장어처럼 지리산 파고 돌아
서울논문 만나러갔지
암이란 고치는 게 아니라 만들지 말라는 논문, 암
* 내 친구선생님
심사평
- 생략
문길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랜 습작에서 오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일정 수준을 넘었으며 시인의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와 다양한 소재로 시를 쓰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행간이 길어 자칫 산문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으나 심사위원 모두 [서시] 의 신인으로 주저하지 않고 낙점을 하였다.
제2회 계간 [서시] 의 신인상으로 김봉식 시인과 문길 시인을 추천한다. 앞으로 시와 삶이 일치하는 진솔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박종인, 신린 두 분께는 아쉬움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 평론가, 본지 주간), 유성호(문학 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문정영(시인, 본지 부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