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57) 시 합평의 실제 4 - ⑦ 문정석의 ‘외갓집’/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4
Daum카페/ 5월 / 외갓집에 가고 싶어요
⑦ 문정석의 ‘외갓집’
< 원작 >
외갓집/ 문정석
둥구나무 이파리는
파도 알갱이처럼 조잘댄다
보리밭에서 숨바꼭질하는 듯
허리 필 때서야 까매진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외할아버지 기일 날
달이 차올라서야 호미를 챙겨놓고
보리쌀 두어 되 이고 외갓집을 향한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무서워
엄마 손 꽉 잡고 얼굴을 쳐다보면
보름달이 되어 나를 비춘다
사립을 밀고 들어가면
어린조카 왔는가 하면서 반겨주던 외삼촌
냇가가 보이던 대청마루는 용담댐에 잠기고
아련한 그리움은 소쩍새가 울면 더 커진다
< 합평작 >
외갓집/ 문정석
둥구나무 이파리가
파도 알갱이처럼 조잘대는데
보리밭에서 숨바꼭질하는 듯
허리를 펼 때서야 엄마 얼굴이 보인다
외할아버지 기일 날
달이 떠올라서야 호미를 내려놓은 엄마는
보리쌀 두어 되 이고 외갓집으로 향했다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
어린 조카 왔는가, 반겨주던 외삼촌
냇물을 내려다보던 대청마루는 용담댐에 잠겼는데
소쩍새 울 때마다 보름달로 뜨는
엄마 얼굴
< 시작노트 >
용담댐에 잠겨버린
외갓집,
그곳을 지날 때면
엄마 손잡고 외갓집 가던 추억이
바람보다 앞섭니다.
유난히 높았던
대청마루
외사촌 형제들과
어울려 놀던 때가 생각납니다.
< 합평노트 >
제3연의 “달이 차올라서야 호미를 챙겨 놓고”라는 표현에서 ‘차오르다’라는 어휘는
초승달이 보름달로 배가 불러오거나, 적었던 물이 불어날 때 쓰는 자동사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달이 뜨다’라는 개념을 지닌 어휘 ‘떠오르다’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또, ‘호미를 챙겨놓고’라는 표현은 일과를 마치고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행위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일과를 마쳤다면 “챙겨놓고”가 아니라 ‘내려놓고’라고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연은 “냇물을 내려다보던 대청마루는 용담댐으로 잠겼는데/
소쩍새 울 때마다 보름달로 뜨는/ 엄마 얼굴.”이라고 마무리합니다.
원작의 “아련한 그리움은/ 소쩍새가 울면 더 커진다”라는 표현보다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적절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 시는 어린 시절의 산골마을 정서가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시인이 어린 시절을 산골에서 보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는 것은 시인의 정서가 자연과 가깝고,
가공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6.26.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57) 시 합평의 실제 4 - ⑦ 문정석의 ‘외갓집’/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