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내고 이게 뭔 꼴" 수영장 있는 호텔 1시간씩 줄선다
코로나 이후 서울서만 수영장 수용 인원 3만명 감소
지난 일요일 네이버 '수영장' 검색횟수, 집계 후 최대 기록
일요일이던 7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 로비가 체크인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체크인 시작을 40분 넘게 앞둔 시각이었다. /장상진 기자
18일(일요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 체크인 시각(오후 3시)이 1시간도 더 남은 시각에 하나 둘 손님들이 프론트 데스크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로비를 가로지르는 긴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다. 2시20분에는 이미 줄이 ‘디귿(ㄷ)’자로 50m 이상 늘어졌다. 대기업 차장 윤모(41)씨도 아내, 아이와 함께 그 행렬에 서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가 원하는 ‘야외 수영장’ 때문이다.
이 호텔은 방역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야외 수영장 동시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숙박고객에 한해 입장 선착순으로 이용 자격을 준다. 윤씨는 “1박에 40만원 넘게 내고도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며 “코로나가 난리라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금·토요일을 피해서 왔는데도 이 모양”이라고 했다. 비슷한 로비 장사진은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호텔신라,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등에서도 펼쳐졌다. 모두 야외 수영장의 인기가 많은 호텔들이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된 서울에서 ‘수영장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상태에서 시내 주요 공공, 사설 수영장마저 폐장·휴장하면서, 어린이를 둔 집들마다 ‘수영장 찾아 삼만리’에 나서는 것이다.
19일 네이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8일(일요일) 네이버에서 ‘수영장’을 검색한 횟수가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일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치를 찍었던 2018년 7월29일 검색 횟수보다 35%가 많았다. 토요일이었던 17일에 이미 기존 최대치를 5% 웃도는 기록이 나왔고, 하루만에 다시 갱신됐다.
지난 18일(일요일) 네이버에서 '수영장'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횟수가 2016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수영장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폭증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1~3차 코로나 대유행보다 더욱 심각한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지만, 1년 넘는 ‘집콕’에 지친 시민들의 나들이 욕구는 작년보다 훨씬 커진 상태다.
4차 유행 시작 이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00여명을 상대로 설문한 조사에서 응답자 42.2%가 ‘휴가를 간다’고 답했다.
41.1%도 ‘결정 못했다’고 답변을 유보했을 뿐, 포기 결심에는 이르지 않았다. ‘가지 않겠다’는 16.8%였다. 이는 작년 조사와는 크게 다른 결과다. 작년 6월 잡코리아 설문에서는 응답자 31.9%가 ‘여름휴가 포기’를 선택했고, 9.1%만 ‘간다’고 확답했다.
7월 12일 서울 한강 뚝섬 공원 수영장이 잡초만 무성한채 코로나19의 여파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용가능한 물놀이 시설이 대폭 줄었다. 우선 서울 시내에서 이용 가능한 수영장이 수용 인원 기준 3만명분 이상 크게 줄었다. 우선 공공 부문에서 서울시가 한강 수영장은 여의도, 뚝섬, 광나루, 망원 등 모두 6곳. 수용 인원은 합산 1만6100명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전면 이용이 금지됐다. 여기에 어린이대공원 수영장 등 소형 수영장 다수가 휴업 중이다.
민간 대규모 실내 물놀이 시설도 장기 휴장 중이다. 서부권에서는 5000명 수용이 가능한 영등포 씨랄라가, 동부권에서는 5500명 수용이 가능한 송파 하비오워터킹덤이 각각 운영 중단 상태다.
그나마 문을 연 수영장들도 입장 인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객실 460개를 갖춘 호텔신라는 수영장 동시 입장 인원을 기존 130명에서 거리두기 4단계 이후로는 100명으로 줄였다. 그랜드 워커힐도 600명 수용 가능한 수영장에 180명씩만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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