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권 올릴 때마다 또 한 달이 갔구나 느낀다. 이달에 소개할 책은 권여선 작가의 소설 '안녕 주정뱅이'다.
제목에서 대놓고 술에 관련된 소설임을 알려주는 것처럼 7개의 단편 모두에는 술 먹는 사람들이 나온다.
소설은 첫 단편 '봄밤'의 첫문장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끈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찰랑거리게 꽉 채운 소주 한잔을 쪽,소리나게 들이키고 싶은 문장이다.
7편의 짤막한 소설들은 에상치 못한 순간들의 아름다움과 비밀,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를 조용히 읊조리듯 들려준다.
생의 이면을 나즉나즉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커피잔에 소주를 따라 조용히 홀짝거리고 싶고, 편의점 밖 야외 테이블에서 시원한 맥주를 벌컥 들이키고 싶고, 어두운 방,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다.
어찌됐든 알딸딸하게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7편의 소설 내용을 구구절절이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 몇 문장을 여기에 옮겨 놓을까 싶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 비유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이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단점이 더 많으면 그 값은 1보다 작고 그 역이면 1보다 크고."
"그러니까 1이 기준인 거네."
"그렇지. 모든 인간은 1보다 크거나 작게 되지."
- 25쪽 봄밤 -
그 만남이 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 76쪽 실내화 한 컬레.-
"내가 무능해서 그런지 몰라도,"
관희가 고개를 옆으로 떨어뜨렸다.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참 힘이 드는 일이에요. 문정씨."
-134쪽 카메라-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136쪽 카메라-
바쁘게 살다 문득, 가슴 시린 아픔이 찾아올 때,
너만 아픈 건 아니야, 하며 누군가 건네준 따뜻한 손길 같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첫댓글 음주 조심! 눈물 조심!
어제 책을 빌려간 후배가 '봄밤'을 읽다가 울었다는 카톡을 보냈어요.
저는 조만간 만나 짠, 건배하자는 답을 보냈고요.
자연스레 술자리 약속을 잡기에도 유익한 소설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라서 더... 소설이라기보다는 누구누구네 언니, 누구네 이웃 이야기인 것 같아서 더 아리합디다. 흑흑.... 나도 건배.
헉! 136쪽 카메라.... 엄청난 내 돌덩이들! 그것도 피할 수 없다니!ㅠㅠ
솔낏! 밀까루~~~ 워쩔껴! 한 잔 하고 읽어야 하는 거 아닌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