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61) 시 합평의 실제 4 - ⑫ 박득희의 ‘장대비’/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4
티스토리/ 비오는 거리 굵은 장대비가...
⑫ 박득희의 ‘장대비’
< 원작 >
장대비/ 박득희
오후에 울먹이던
하늘이 지나가려던
빗방울 꼬리를 잡았습니다
심하게 잡히었던지
굵은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냅니다
목마름에 하늘만 보던
감나무와 푸른 채소들은
미안해하면서도 해소를 하고
아픔에 밤새 울었던
장대비는 잠시 멋쩍은 듯
희미한 발자국만 찍고 갑니다
< 합평작 >
장대비/ 박득희
울먹이던 하늘이
빗방울 꼬리를 잡았습니다
심하게 잡혔는지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냅니다
감나무와 푸른 채소들은
목마름을 해소하고
밤새 울던 장대비는
희미한 발자국만 남겼습니다
< 시작노트 >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초록 생명들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쁩니다.
목마르게 삶의 현장을 누비다가
저도 물을 마셔야겠습니다.
< 합평 노트 >
제1연의 “오후에”를 삭제합니다.
그냥 하늘이 울먹인다고 하면 될 것을 ‘오전에’, ‘오후에’ 같은 시간을 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후에 울먹였을 테지만,
시는 설명문이 아니기 때문에 건너뛰고 함축하며 불친절해도 됩니다.
“굵은 닭똥 같은 눈물”에서 ‘굵은’도 삭제합니다.
굵다, 가늘다가 없어도 독자들은 ‘닭똥 같은 눈물“이 어떤 것인지 인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3연의 “목마름에 하늘만 보던”과 “미안해하면서도”라는 표현도 삭제합니다.
그 같은 구절은 시를 진부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됩니다.
제4연의 “아픔에”와 “잠시”도 삭제합니다.
“아픔에”라는 수식어가 없어도 “밤새 울던 장대비”는 이미 아프기 때문에 울었을 것입니다.
“잠시”라고 시간을 한정하는 부사도 삭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합평작을 낭독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는 수식을 많이 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줄로 압니다.
정리된 시를 한 번 읽어보세요.
장대비 지나간 전원의 풍경이 정직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7.20.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61) 시 합평의 실제 4 - ⑫ 박득희의 ‘장대비’/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