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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렬전_작자 미상
가 빌기를 다한 후에 만심 고대하던 차에 일일은 한 꿈을 얻으니, 천상으로서 오운이 영롱하고, 일원 선관이 청룡을 타고 내려와 말하되,
"나는 청룡을 차지한 선관이더니 익성이 무도한 고로 상제께 아뢰되 익성을 치죄하야 다른 방으로 귀양을 보냈더니 익성이 이걸로 함심하야 백옥루 잔치시에 익성과 대전한 후로 상제전에 득죄하여 인간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모르더니 남악산 신령들이 부인 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부인은 애휼하옵소서." / 하고 타고 온 청룡을 오운간에 방송하며 왈, / "일후 풍진 중에 너를 다시 찾으리라."
하고 부인 품에 달려들거늘 놀래 깨달으니 일장춘몽 황홀하다.
정신을 진정하야 주부를 청입하야 몽사를 설화한대 주부 즐거운 마음 비할데 없어 부인을 위로하야 춘정을 부쳐두고 생남하기를 만심 고대하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십 삭이 찬 연후에 옥동자를 탄생할 제, 방 안에 향취 있고 문 밖에 서기가 뻗질러 생광은 만지하고 서채는 충전한 중에 일원선녀 오운 중에 내려와 부인 앞에 궤좌하여 백옥상에 놓인 과실을 부인께 주며 하는 말이, / "소녀는 천상 선녀이옵더니 금일 상제 분부하시되 자미원 장성이 남경 유심의 집에 환생하였으니 네 바삐 내려가 산모를 구완하고 유아를 잘 거두라 하시기로 내려왔습니다. 백옥병의 향탕수를 부어 동자를 씻기시면 백병이 소멸하고, 유리대에 있는 과실 산모가 잡수시면 죽지 않고 장생불사하오리다." /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유리대에 있는 과실을 세 개를 모두 쥐니 선녀여쭈오되, / "이 과실 세 개 중에 한 개는 부인이 잡수시고, 또 하나는 공자를 먹일 것이요, 또 한 개는 일후에 주부가 잡수실 것이니 다 각기 임자를 옥황상제께옵서 점지하신 과실을 다 어찌 잡수시리까." / 향탕수에 부어 한 개를 드시게 한 후에 옥동자를 채금 속에 뉘여 놓고 부인께 하직하고 오운 속에 싸이여 가니 반공에 어렸던 서기 떠나지 아니하더라. (중략)
세월이 여류하야 충렬이 칠 세에 당함에 골격은 청수하고 총명에 발췌하야 필법은 왕희지요, 문장은 이태백이며 무예장략은 손오에 지내더라. 천문 지리는 흉중에 갈마두고 국가 흥망은 장중에 매였으니 말 달리기와 용검지술은 천신도 당치 못할네라. / 오호라 시운이 불행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유 주부 세대 부귀지극하더니 사람이 흥진비래가 미쳤으니 어찌 피할 가망이 있을쏘냐.
나 각설, 이때에 조정에 두 신하 있으되 하나는 도총대장 정한담이요, 또 하나는 병부상서 최일귀라. 한담은 본대 천상익성으로 자미원 대장성과 백옥루 잔치에서 대전 한 죄로 상제꼐 득죄하야 인간에 적강하여 대명국 황제의 신하 되었는지라. 본시 천상지인으로 지략이 유여하고 술법이 신묘한 중에 금산사 옥관도사를 데려다가 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