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우황청심환’을 읽고...(배한재)
우리나라말고도 여러 나라가 분단을 하고 통일을 하기도 하였다. 벌써 독일과 예멘, 또는 키프로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아예 땅을 갈라버린 나라도 없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가 쓴 우황청심환을 읽고 나는 대한민국에서 혹은 조선인민공화국에서 분단을 겪어보지 않은 자가 겪어본 자의 아픔을 얼마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나 역시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이 나와서 분단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그 슬픔이 어떠한지 계속 떠벌려도 별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분단을 자초한 나라가 싫어지기만 하였다.
사실 말로는 통일을 이룩하여야한다는 둥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둥 계속해서 언론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자가 도대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단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으로 인한 자존심 때문에 말로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우황첨심환에서 주인공 남궁 씨의 아내와 그의 자식은 처음에 그가 귀국했을 때 북한에서 온 그의 친척들이 온 것을 보고 아니꼬와 하였다. 그의 며느리는 아예 대놓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우황청심환에서는 남궁씨의 가족들은 북한을 무시하고 우월심을 그대로 내비춰 보이고 있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게 된다. 벌써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여왕 명성왕후를 민비라고 깎아 내리며 우월심을 내보이고 있다. 그런 우리나라가 한 나라였던 북한을 무시한다는 건 자기 비하나 마찬가지다.
글에서 남궁 씨는 아내와 가족들이 자신의 친척들에게 한 말과 행동들이 하나하나 맘에 안 들어 자신이 외국에 있을 때 가족들에게 천시 받았을 친척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가져온 중국산 우황청심환이나 녹용 중국산 약재품들을 팔아주기까지 한다. 이때 중국산 우황청심환이 가짜라고 나오는데 남궁씨의 친구의 아들이 중국산 우황청심환을 팔아줄 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함량기준이 다르다고 가짜라고 단정지어버리다니, 국교에 목말라하면서 그랬다는 건 암만해도 경솔한 짓이에요"라는 그의 말에 왠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의 수준보다 좀 낮다고 무시한다는 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외침과는 말이 안 맞는 부분이다.
하지만 남궁 씨는 그의 아내가 연변 동포 때문에 짜증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부부의 마음에 금을 긋고 있었던 건 운동권이 그의 아들이었던 것이었다. 남궁씨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을 부여잡고 엉엉 우는 장면이 왠지 맘에 거슬렸다. 우황청심환을 읽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게 꽤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분단에 대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