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
운전면허시험에서 보기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목한 문제들이 출제됐다
면허시험이 이리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줄 처음 알았고
허둥대다가 아는 문제마져 놓치고 말았다
시험은 모두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나
험난한 인생살이 또 한고비 넘어야 하는데...
*미국 운전면허시험
미국은 교외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프롤 현상이 심하며, 주요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좋지 않은 지역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차량을 통한 이동이 생활화 + 필수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보니 운전면허가 성년 + 독립의 증명 쯤으로 취급받는다.
더구나 미국에는 주민등록증 같은 범국가적 강제발급 ID카드가 없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카드형 신분증은 운전면허증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증으로 운전면허증을 주로 사용한다. ID를 달라고 하면 미국인들은 십중팔구 운전면허증을 제시한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한국, 홍콩, 일본처럼 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면허를 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21세가 넘었는데도 운전면허가 없으면 좀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간혹 대도시 한복판에 사는 사람들이나 대학교 기숙사에 사는 사람들이 안 따는 경우나 볼 수 있는 정도.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을 꿋꿋이 이용하는 경우 면허가 없는 경우보다는 차 구입 및 유지비용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처한 사람일 경우가 많다. 아니면 불법체류자처럼 운전면허를 따기 곤란한 상황에 있는 외국인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면허를 젊을 때 따고 운전을 할 기회도 많아서 한국처럼 중년 이후에 자차를 몰기 시작하는 초보운전자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오히려 애 딸린 엄마들이 로컬 도로를 따라 매일같이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아서 운전실력이 웬만한 20대들보다 더 좋은 경우도 많다. 한국과 반대로 미국에선 운전 경험이 짧으면서도 젊은 혈기에 과격하게 운전하는 고등학생/대학생들이 더 악명이 높다. 한 마디로 말해 장롱면허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환경.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선 초보운전이라는 걸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선 학생운전이라고 써붙인다. 그러니까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출국한 후 생활하다보면 "뭔 저런 경우가 다 있나..."라는 말이 연발로 나올 것이다.
미국은 연방국가기 때문에 각 주가 사실상 하나의 독립국가나 마찬가지다. 각 주별로 면허제도가 다른데 원칙적으로는 면허를 받은 주에서만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냥 다른 주를 지나가거나 체류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에는 타 주 면허로 운전을 해도 무면허 운전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주로 이사를 간다면 그 주 면허를 받아야 운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캘리포니아 주에서 단속에 걸렸는데 나는 콜로라도 주 면허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일 내가 콜로라도 주에 주소가 있고 단지 용무가 있어서 캘리포니아 주에 들렀다면 무면허 운전이 아니지만 캘리포니아 주에 주소가 있는데도 콜로라도 주 면허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이사 오면 바꾼다. 그리고 이것이 굉장히 귀찮고 불편하다. 타주로 이사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 하나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고 앞서 밀한대로 독립국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사기면 보통 그 주안에서 이사가는게 대부분이거나 이사를 아예 안가거나 한다
게다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DMV / DPS는 불친절하고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여 미국인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다.미국의 공공기관들이 불친절과 답답한 업무로 악명이 높지만, 이 쪽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니 각오를 하고 가는 게 좋다. 이런 인식이 반영된 대표적 예시가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국민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셀마 부비에와 패티 부비에. DMV에서 일하는 매너리즘과 노처녀 히스테리로 점철된 인성 터진 캐릭터로 시종일관 민원인들에게 제부 한정 가족같은 불친절한 모습을 보인다. 또 하나의 예시는 2016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직원들이 모두 나무늘보인 것으로 묘사되며 모든 직원들이 0.25배속 돌린 것처럼 행동한다.
면허 시험
시험 규정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국과 비슷하게 필기 + 실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필기를 통과하면 실기 연습하라고 연습면허(learner's permit)가 나오고 이걸 갖고 연습해서 실기시험을 보는 구조이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도 있는데,
미국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난이도는 주마다 매우 다르다. 면허가 정지되는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가 취소되는 혈중 알콜 농도는?, 차량 주차시, 소화전에서 최소 몇 피트 떨어져야 하는가? 등의 세세한 시험 문제가 나와서 자세히 외우지 않으면 맞히지 못하는 문제를 내는 주도 있는 반면, 얇은 핸드북 하나만 외우면 떨어지기 힘든 수준으로 나오는 주도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이 복잡한 주일 수록 어렵게 나오고, 인구밀도가 낮은 시골 주들은 쉽게 나온다. 어느 주든 핸드북에 나오지 않은 부분을 센스로 알아맞히게 하는 곳은 없으므로 핸드북만 꼼꼼히 읽고 외운다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DMV 웹사이트와 인터넷 상에 이론과 출제 예상 문제들이 올라와 있다. 아니면 시간이 있다면 DMV에 구비되어 있는 핸드북을 읽어 보자. 별로 길지도 않고 나름 실용적인 정보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 정도가 양국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기시험까지 합격하면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임시면허증을 내주며, 정식면허증은 보통 1~2주일 정도 이후 우편으로 날아온다. 그러나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면허증이 함흥차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은 보통 일하기 싫어하고 클레임 받기는 더 싫어하는 한심한 미국의 공공기관과 악몽같은 배달 정확도를 자랑하는 USPS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때문에 일어난다.(…)운전을 할 계획이 없더라도 일단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좋은 것이,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에 마트에서 맥주 한 병을 사려고 해도 Photo ID가 필요하며 시민권자들도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증을 대신한다. 따라서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번거롭게 분실의 위험을 감수하며 여권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좋다.
사실 운전면허가 아닌 신분증을 DMV에서 발행해 주긴 하는데, 미국에서 장기간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반드시 운전면허를 따야 한다. 일부 주에서는 한국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교통경찰들이 당연히 한국 운전면허증은 읽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만들어 가더라도 유효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데다, 일부 경관들은 관광목적 입국이 아니라며 무시해버린다. 따라서 미국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다 경찰에게 잡힌 경우 무면허로 일단 재판까지 가야 한다. 한국 면허가 인정되는 주라면 물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겠지만, 이 짓거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맘 편하게 운전하려면 미국 면허를 따는 게 제일이다. 뉴욕 주의 경우 타국의 운전면허를 모두 인정하며 심지어 DMV 홈페이지에 '당신이 외국 면허가 있으면 웬만하면 뉴욕 주 면허 따지 마세요'라고 떡하니 써놓기까지 했지만 낚이지 말 것. 외국면허 인정은 Non-residential, 즉 미국에 거처를 두지 않은 외국인(관광, 비즈니스 등 단기체류가 해당)만 해당한다. 장기거주라면 무조건 취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