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3
7. 유예(오상원) 줄거리
인민군에게 잡혀 죽음을 목전에 둔 심리적 갈등, 죽음의 무의미함과 전쟁의 비극성이 '그'의 의식 속에 반복되며, 지나온 전투 상황과 패주 경로가 떠오른다. 가마니 속에 쓰러져 그는 인민군과 주고받던 대화를 생각하며 자신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그린다. 싸우다가 죽으면 그뿐이라고 생각되면서 전쟁과 죽음의 무의미함을 생각한다.
그가 인솔한 수색대는 북으로 진격하면서 전투를 별였다. 적의 배후에 너무 깊숙히 들어간 그의 부대는 본대와의 연락이 끊기고 만다. 눈 속에 쓰러진 부하들을 버려둔 채 산으로 타고 올라가면서 추위와 기아, 온갖 자연의 악조건과 싸우기 시작한다. 점점 낙오되고 줄어 가는 소대원, 남은 여섯 명과 대로를 횡단하지만 선임 하사를 잃게 되고, 불안과 절망, 피로와 굶주림, 추위와 고독뿐이다.
일주일째 되는 날 저녁, 험한 준령을 넘었다. 그 날 마을을 발견한 그는 눈물이 핑 돌 만큼 기뻐하지만, 그 마을에서 그는 인민군들이 한 청년을 죽음의 둑길로 내몰고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문득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 청년이 마치 자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인민군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두 놈이 쓰러졌지만 일순간이 지나자 용수가 왔다. 반격을 받은 그는 정신을 잃게 된다.
이후 몇 번의 심문이 있고 모든 것이 결정된다. 몸을 웅크리고 움 속 감방에 쓰러져서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들에게 끌려가 예정대로 남쪽으로 내닿는 둑길을 걷다가 총살될 것이다.
그는 그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자신의 삶을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둑길을 걷는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지자 자신은 모든 것이 끝났지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핵심 정리
(주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전쟁의 비인간성. 전쟁의 비정함에 대한 고발 . 전쟁의 비극성과 인간의 죽음
(배경) 시간적 배경으로는 6․25때 어느 추운 겨울이며 공간적 배경으로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산속과 골짜기의 마을.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심리 소설(구성) 단순구성, 순행적 구성(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문체) 간결체, 서술체(표현) 의식의 흐름
등장 인물
* 그(또는 나) : 패주하는 낙오병들의 지휘관. 끝내 혼자 남아 적의 포로가 되어 총살당함. 내면 의식이 깊어지면서 서술 시점이 '나'로 이동함
* 선임하사 : '그'의 부하. 극한 상황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 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오상원이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포로로 잡힌 국군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 기간 동안 그가 느끼는 여러 상념들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처리하여 생생한 효과를 얻고 있다.
오상원은 이른바 전후 문학파에 속하는 작가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전쟁에 휘말려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인간의 생명, 그로 인하여 파괴되는 개인적 삶 등으로써,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자품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후 세대가 놓여 있던 회색의 분위기와 그러한 분위기 속에 팽배했던 허무 의식을 그려 내는 데도 관심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인간 생명과 삶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특히, '모반'과 같은 작품에서는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 때문에 개인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혼란기의 오도된 가치관에 정면으로 맞서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가 정신을 보인다.
'유예'도 이러한 문학 정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적군의 회유를 거부하고 처형당하기까지 그의 의식 속에 명멸하는, 전쟁의 무의미성, 가치를 상실한 인간 생명에 대한 생각의 단편들이 주마등처럼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이 처한 현재 상황과 그와 관련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긴박감과 함께 인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교차시켜 가면서 주인공의 의식의 세계와 독백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순차성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 김태형 외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