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마지막으로 묵클럽을 한지도 벌써 네 달이나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저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몽골에 다녀오고, 에어컨이 고장나고, 책을 내고...
일이 닥쳤을 당시에는 엄청 대단한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 일 아닌 것 같네요. (웃음)
뭐.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어른이 되고나면, 그렇게 대단한 목표나 성취를 바라지 않더라도
그저 살아나가는 것조차 힘에 부칠 때가 반드시 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 난리를 피우고, 고생을 해나가는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되지요.
저는 그것이 바로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어나버렸으니 그냥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이요.
어쨌거나 우리는 삶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초원 밖에 없는 몽골에도 갔다가, 한여름에 에어컨이 고장나서 고생하고
또 중쇄도 찍지못할 허접한 수필집을 책으로 묶어 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 모든 것에는 하나의, 적어도 하나의 이유는 있어야할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 진짜 이유를 찾기 위해 오늘도 분연히 발버둥치는 것이 아닐까요.
<KEEP STRUGGLING>은 금요묵클럽 16기의 슬로건입니다.
세상이라는 바다에 빠져 계속 허우적대는 이유, 이렇게 염병을 떨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까닭.
우리는 한 달동안 그런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것입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머저리같은 글을 쓰는 삼류 작가와 함께요.
저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진지하게 갈 것이라고.
환불? 그런 게 될리가 없잖아요.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첫 번째 모임에 대한 설명은 이 밑에 있습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변신」 (프란츠 카프카, 체코)
:: Comment ::
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으레 '읽다 말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소설 1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1위 어린왕자, 2위 노인과 바다)
'자고 일어나니 초거대 바퀴벌레가 돼있었다www' 라는 단순명료한 모티프 덕분에
작품의 컨셉만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것들이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책 읽을 시간은 안 주면서, 무슨 무슨 책을 안 읽었다고 하면 묘하게 쪽을 주는 분위기 쪽이 더 잘못이죠.
다만 <변신>은 비교적 최근 한국에 있었던 유행 때문에 더 중요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유행이 만들어지는 데에도 고전문학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정말 우리는 고전문학을 더욱더 사랑하고 읽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 TIP ::
- 민음사 기준 7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중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분량의 소설입니다. 여태 묵클럽에서 다룬 단일 작품 중에서 가장 짧지 않은가 싶은데요.
- 워낙 분량이 얇다보니 <변신> 하나만 갖고 책을 파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은 카프카가 쓴 다른 단편들을 몇 편 더 묶어서 단편선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변신>이라는 제목의 책을 샀더니 책이 너무 두껍더라' 하고 지레 겁먹지 마시고, 이번 모임에서는 <변신> 한 작품만 다룰 예정이니 그것만 읽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 제발, 제발제발,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나무위키나 유튜브에서 좆같은 줄거리 요약을 보고 오지 마세요. 묵클럽의 본질은 스스로 읽고, 보고, 생각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그보다도 요약으로만 소비해버리기에는 세상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잖아요. 우리 인생이라는 것은 요약이 안 되잖아요? 제발 부탁합니다. 직접 책을 사서(혹은 빌려서라도) 읽고 와주세요.
- '어차피 예전에 읽었던 건데 뭐' 라고 생각하고 읽지 않는 것도 바보같은 짓입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우리가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형편없는 편이고, 그런 생각으로 아무 준비없이 참여했다가는 모임의 재미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언젠가 읽었던 작품이라도, 줄거리를 대충 파악하고 있더라도. 우리 모두 교만해지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고 오도록 노력해봅시다.
- 사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소설 자체는 쉽지 않습니다.(웃음) 어렵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잘 읽기가 쉬운 작품도 아니죠. 스키장 슬로프로 치면 중급 코스 정도가 아닐까요. '문학 작품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은데 <변신>을 읽는 것이 좀 힘들었다'고 한다면 아주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난독증이 있는게 아니라요. 원래 독일-한국어 번역 문장 자체가 매끄럽게 읽히는 편도 아닙니다.
- 알 사람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체코 작가입니다. 거의 모든 저작이 독일어로 쓰였기 때문에, 사실상 독일어권 작가라고 보는 관점도 많지만요. 이것 때문에 쿤데라는 카프카의 국적에 대해 몇 줄의 블랙코미디를 쓰기도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 국적을 가진 엘리트가 일본어로 쓴 문학으로 유명해진 것이라고나 할까요.(완전히 똑같은 경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 그래서 '만일 카프카가 <변신>을 체코어로 썼더라도 이만한 문학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체코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지금도 1200만명 뿐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않았겠느냐는 입장입니다. 카프카는 너무나도 훌륭한 작가이고, <변신> 역시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에요.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3년 10월 6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특히 첫 모임에는)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준비물 ::
- 「변신」 (프란츠 카프카)
(구매 링크 - 예스 24)
:: 기타 ::
첫댓글 넵 오늘 저녁에 뵙겠습니다! 4달 동안 여러 일들과 분투하시면서도 생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