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가 전국의 재혼 희망 돌싱 남녀 476명을 대상으로 ‘결혼 후 연애 기분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남성들은 전 배우자의 흐트러진 모습에서 결혼 전 아내에게서 느꼈던 연애 감정이 급격히 사라진다고 했다. 여성들은 전 남편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을 때 연애 감정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 한눈을 팔거나 허접한 옷차림, 주변 정리정돈 소홀 등을 연애 감정이 사라지는 이유라고 답했다. 남성들도 폭언과 폭행, 주변 정리정돈 소홀, 다른 남성에 한눈 팔 때, 외모관리 소홀 등을 주요 원인으로 손꼽았다. 이들은 또 전 배우자에게 귀가 따갑도록 자주 들은 잔소리로 ‘늦은 귀가’(남성), ‘시댁에 대한 무관심’(여성) 등을 1위로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33만 쌍이 결혼하는 사이 11만 4천 쌍이 이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 시민 이혼 조사에서는 결혼 20년 이상 된 ‘황혼이혼’이 27%를 차지해 결혼 4년 미만 ‘신혼이혼’을 앞질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 결혼 중 7만여 건이 재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대지진 이후 이혼이 세 배 가량 늘어났다. 일본 언론들은 이 현상에 대해 “대지진을 계기로 삶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부부가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혼하는 부부가 친지들을 초대해 이혼선언을 한 후, 둘이 함께 망치로 결혼반지를 부수는 ‘이혼식’도 인기 속에 치러지고 있고, 이혼식 전용 식장 대여도 인기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첫 결혼의 41%, 두 번째 결혼의 60%가 이혼으로 막을 내리는 미국. 미국의 이혼사업 규모는 1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재혼 배우자의 뒷조사를 해주는 사설탐정업을 비롯해 재무설계. 심리치료, 인테리어 등 이혼관련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는 미국 최초로 ‘이혼엑스포’가 개최됐다.
올해로 결혼 11년차를 맞았다. 10년이 넘는 결혼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 자기’로 인해 삶도, 생각도 변했다. 한 친구는 “10년이 넘은 마누라에게 자기가 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도 나는 ‘자기’를 공식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자기지만 지난해 여름, 늦은 귀가가 잦은 나에게 공식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음의 병이 깊었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 귀가했다. 딸들은 자고 있었고 집사람과 나는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눴다. 미안하다고 하면 넘어갈 줄 알았는데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느꼈다. 진심이 아닌, 그리고 상대방을 가볍게 여긴 나의 잘못에 대해.
핑계를 다 접고, 눈물을 흘리며 아내에게 삼배를 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삼배를 하고 일어나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고집 센 서방님이 많이 달라졌네. 그래 살자. 그런데 정말 좀 잘해라.”
그리고 난 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전보다 나는 잘하고 있을까? 아닌 것 같다. 돈 잘 못 버는 남편을 둔 우리 자기는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주말까지 일을 한다. 주말에 2살, 7살 딸들을 내가 돌보고 있다. 막상 해보니 죽을 맛이다. 아침 차리고 뒤돌아서면 점심, 점심 차리고 설거지 하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금방 저녁이 돌아온다. 그런 생활을 2년 넘게 한 집사람이 지칠 만하다.
처음에는 저녁에 돌아오는 집사람을 위해 된장찌개라도 끓여서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꿈을 꿨다. 하지만 주말엄마 한 달 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자기야, 언제 와? 밥하기 싫은데, 내가 애들 데리고 나가면 안될까?”
“뭐야. 그냥 밥이라도 해놔요. 그렇게 돈 쓰면 안돼. 밥 한 끼도 못 차리나?”
과거 내가 했던 말을 지금 아내가 거꾸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말 들으니 너무 서운했다. 입장을 바꿔보면 그 사람을, 삶을 이해할 수 있는데 너무 돌아온 것 같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황혼이혼’도 피하고, 다음 생에서는 몰라도 이번 생에서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 김치의 세간수필 (불교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