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매일신문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정석철 기자 승인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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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문
강은혜
기쁨의 문을 열었다
으악
가시덤불로 얽힌 곳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기쁨이 사는 곳에는
잔잔한 시냇가 푸른
초원일 줄 알았다
가시넝쿨에서 어떻게 꽃이 필까
사막에서 어떻게 샘이 흐를까
기쁨은 가시밭을 헤치며
꽃을 피워 주었고
그 꽃들은 향기로
기쁨을 포옹해 주었다
삶은 만족이 없다.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또 다른 것을 가지려는 욕심은 끝이 없어
언제나 욕망의 방을 비우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불만이고 그만큼의 우울하다.
기쁨은 어떤 만족감에서 오는 즐겁고 흥겨운 감정인데 일생 몇 번의 기쁨을 맛보는가를
생각해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웃는 것은 기막혀서이고 어쩌다 진정한 기쁨을 누릴 때는
만족의 기쁨이 아니라 순간적인 웃음이다. 친구를 만나든가 애인을 만났을 때
, 또는 하루의 만족을 얻었을 때 우리는 웃음을 짓는다. 고진감래(苦盡甘來)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인데
이 말은 일상생활에는 적용할 수 없다. 나라를 잃든가 벼슬을 잃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재기한다는 중국의 고사성어로 일상에서 받아들이기는 범위가 너무 넓다
. 사람의 기쁨은 그래서 진심의 기쁨이 되기가 쉽지 않다.
강은혜 시인도 일상의 기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의 철학에서 얻은 기쁨이다.
한 번이라도 기쁨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이며
기쁨 뒤에는 반드시 애환도 함께 한다는 진리를 깨우쳤다
. 장미꽃은 가장 화려한 정열의 꽃이다. 하지만 가시가 많아 함부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기쁨은 가시밭을 헤치며 꽃을 피웠고 향기로 포옹해 주며 행복감을 주지만
얼마나 많은 고행의 길을 왔었는지를 생각하라는 교훈적인 작품으로
기쁨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