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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전쟁이나 갈등이 없이 세상이 평온한 상태를 일컫는 단어이다. 이 책의 대표저자인 문정현 신부는 성직자로서 일평생 평화운동에 헌신하면서 지금껏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결정되고, 그로 인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평화유랑단’을 조직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에 시작한 유랑단 활동은 1년 뒤에 평택의 대추리에 정착하여,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주민들을 몰아내고 미군기지가 건설되면서, 그들은 다시 미군기지가 있는 군산에 정착하면서 평화운동을 지속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 책에는 2003년부터 시작한 평화유랑단을 만들 당시부터 2008년 군산에 정착하면서 활동한 기록들이 일지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모두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맨 앞에 놓인 ‘평화가 무엇이냐’는 약 1년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활동했던 평화유랑단의 궤적을 그린 것이다. 미군의 주둔은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있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전쟁의 위험을 안겨주는 요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더욱이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나 각종 사건들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미군이 철수하면 큰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군이 철수하고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지는 형식이 되어야만 한다.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가 정착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평화유랑단을 조직한 목적이 바로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손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군기지를 지어주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지를 선정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진행된 기지 이전 사업이 더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평화유랑단이 평택의 대추리에 정착하면서 ‘평화바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했던 내용들이 두 번째 항목인 ‘대추리로 이사 오길 참 잘했습니다’에 소개되고 있다. 오랫동안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주민들에게 미군 기지의 이전은 생존권의 문제였고, 평화바람의 활동가들은 그들과 함께 치열하게 반대 운동을 펼쳤다.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지만, 그들의 활동과 경험은 그대로 이 땅에 ‘평화바람’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추리를 떠난 이들이 새로운 활동 공간으로 정한 곳은 미군기지가 있는 군산으로, 이곳으로 정착하는 과정은 세 번째 항목인 ‘지금은 군산 시대’에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그곳에서 활동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군산에서 ‘평화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운동은 특정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늘 생각하면서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록 거리상으로는 그들과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 평화가 왜 중요하고 또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출간한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라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 항목은 ‘빤스 고무줄처럼 질긴 인연’이란 제목으로, ‘평화바람’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을 출간하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게 ‘평화바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부탁’해서 모아진 글들을 함께 엮어냈다. 그들의 글에서는 평화바람의 활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녹아들어 있지만, 때로는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도 엿보였다. 아울러 이들의 활동에 고마움을 담은 평택의 대추리와 군산의 주민들의 목소리도 수록되어 있다. 이제 군산에 정착한 평화바람은 ‘군산 미군기지와 새만금, 군산과 부안을 잇는 맞춤형 생태 평화 기행을 진행하고 민박집을 온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마 10년도 더 지난 지금쯤은 이러한 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군산은 내 고향인 만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이들의 활동에 자그마한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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