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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을 전공하는 자연과학자와 미학을 전공하는 인문학자가 서로 만나 동일한 주제에 대해 서로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이 지닌 특징이다. 1권이 출간된 지 3년이 지나서 새롭게 꾸민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교적 1권이 두 사람의 개인적 관심이 반영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면, 2권에서는 보다 시사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굳이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지 7년 여가 지난 시점에 읽어본 2권의 내용은, 시서성이 소진된 주제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예컨대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던 ‘나는 가수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명박 정권의 실상을 파헤치는 ‘나는 꼼수다’와 같은 주제는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1세기 스마트 시대의 마당극’이라 평가했던 ‘나꼼수’의 주인공들은, 정권이 바뀐 뒤 공중파 방송에서 주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팟캐스트는 이미 1인 방송을 표방하는 ‘유튜브’로 그 중심이 이동한 지 오래되었다. 얼마전 진행되었던 유시민과 홍준표의 유튜브 방송은 공중파에서 취재할 정도로 그 인기와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초등학생들도 미래의 직업으로 ‘유튜브 1인 방송’을 선택할 정도라 하니, 스마트 시대의 매체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22개의 주제를, 자연과학자와 철학자의 입장에서 각자 분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저자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예컨대 복권으로서 ‘로또’라는 주제를 접근하기 위해서, 정재승은 무려 20주 동안이나 과학적 예측과 직관적 방법으로 선정한 번호들을 구입해보았다고 한다. 저자 개인적인 체험으로서 ‘과학적’ 분석이 중국집에서 나눠주는 ‘포츈쿠키’의 숫자보다 확률이 떨어지더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 반면 인문학자인 진중권은 그것의 확률을 하나씩 따지면서, 복권 구입의 무용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10여년 전부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른바 ‘K-Pop 현상’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불안한 시선과 함께 일말의 기대를 제시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그것이 몇몇 가수들에 의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가수를 통해서 그 영향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그룹을 위시하여, 적지 않은 그룹들이 전세계에서 ‘K-Pop 열풍’을 이끌고 있다. 저자들의 우려와 달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TS’ 역시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이고, 그 이름조차 기획자인 ‘방시혁이 만든 소년들’의 약자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획사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 가수들의 역량이 그 인기를 길게 끌어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강행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과 비관적인 예측은, 시간이 흘러 이제야 비로소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두 사람의 저자가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서로의 관심사에까지 깊이 있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가 점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학문에서 ‘통섭’ 혹은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각자의 학문분야의 분류에 갇혀 사고하기보다는, 관심사를 넓혀 진정한 통섭과 융합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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