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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서울에 살면서도 조금은 한적한 공간을 찾아 정착하여 살고싶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살면서 다양한 편리함을 누리던 이들에게 서울을 떠나 낯선 지방에 정착하여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험임이 분명할 것이다. 직장 문제로 20여 년 전에 이미 서울을 떠나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서울을 떠나기 싫어하는 이들의 마음은 단지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서울에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지극히 낭만적인 마음으로 탈서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을 적지 않게 목도하기도 했으며, 그들이 최종적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일상을 영위했던 공간을 떠나는 것은 물론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또한 새롭게 정착할 곳에서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대도시와 달리 한정된 공간에서 늘상 마주치는 이들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대도시에서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넉넉한 심정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내 경우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을 찾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지방 소도시에서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서울을 떠나 제주에 내려온 후 마음을 다해 대충 살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대중가요의 가사를 쓰는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작사가로서의 활동이 굳이 장소에 상관없이 이뤄질 수 있는 작업이기에, 저자는 서울을 떠날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제주에 정착한 이후 작업실 겸 서점을 운영하면서, 단순해진 삶에 적응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저자의 삶을 드러내면서, 새롭게 다잡은 삶의 철학을 밝히고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공감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따라하고싶은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저자의 넉넉한 제주 생활은 그대로 목차의 항목에 그대로 담겨있다고 여겨졌다. 먼저 '오늘도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라는 첫 번째 항목에서는, 제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자세와 철학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정원을 늘리고 싶어 밭 한쪽에 꽃을 심은 이후, 그곳에 핀 다양한 '잡초'들로 뒤덮인 모습을 보고 고민하는 저자에게 누군가 '나에게 예쁘면 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사는 삶'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이 항목들에서는 제주에 정착하면서 비로소 느끼고 깨달은 문제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너그러움을 향해'라는 두 번째 항목 역시 주변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과 꾸밈없는 삶을 통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어린 시절 밥만 잘 먹어도 칭찬을 했던 어른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기대 수준을 높이고 칭찬보다 꾸지람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문득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가 마치 아이처럼 어머니의 칭찬에 반응했음을 떠올리고, 훗날 어머니에게 칭찬을 해주겠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나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움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다움을 유지하면서'라는 제목의 세 번째 항목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세라고 여겨진다. 우리를 살아가면서 나보다 나은 누군가와 비교를 하면서,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이나 자책하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와의 비교는 대체로 좌절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기에, 저자는 '비교라는 독을 마시지 마라'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점잖고 예의바른 태도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때에 나 역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꽃을 가꾸면서 여기저기 날리는 꽃씨로 인해 언치 않는 곳에 피어난 꽃을 보면서 고민했을 때,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있으면 잡초'라는 조언을 통해서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경쟁과 생존의 목표를 정하면서 사는 것이 익숙한 이들에게, 저자는 마지막 항목에서는 '되도록 가볍게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한때 인간관계가 중시되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저자는 때로 '우정에 멈춤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안겨주는 관계라면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더라도, 그 관계를 청산하고 '이별을 말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삶의 자세 역시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넉넉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믿어진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니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졌고,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여유로움이 전달되는 듯했다. 삶의 여유는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고, 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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