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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가 친구로부터 무민 캐릭터의 무드등을 선물로 받고, 무민 관련 책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무민이 단순히 캐릭터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가와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던 것이다. 동화와 만화로 형상화된 책들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다소 엉뚱해서, 처음에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의미를 따지는 것이 내 독서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러 권 읽어 나가면서 조금씩 캐릭터가 익숙해지고, 그 성격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민을 창조한 토베 얀손의 전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의 삶을 통해서 무민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조각가인 아버지와 미술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얀손은 일평생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규범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2차대전이 한창인 상황에서는 반전주의를 지향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무민들이 살고 있는 배경인 무민 골짜기에 학교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무민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마도 저자가 추구하는 그러한 삶의 방향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무민이라는 캐릭터는 토베 얀손에 의해 만들어져, 핀란드의 국민적인 캐릭터를 넘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동화와 만화로 시작된 무민 이야기들은 이제 영화와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수정이라는 만화가에 의해 탄생한 ‘둘리’라는 캐릭터의 행보가 그렇듯이, 작가 얀손에 의해 창조된 무민은 이제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상품으로 확고하게 정착된 것이라 하겠다.
모두 11권으로 구성된 무민의 ‘만화 시리즈’는 매우 다양한 소재를 취해, 무민 가족들이 펼치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주로 무민 가족이 사는 무민 골짜기가 배경이 되지만, 때로는 휴가를 가거나 소풍을 거다가 무인도에 표류하는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작품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하나씩 늘어나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내면서 엉뚱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무민과 그 친구들은 트롤이라고 지칭되고 있는데,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상의 거인족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한다. 인간과는 다른 일종의 요정 혹은 괴물인 것이다. 작가에 의해 형상화된 무민 시리즈를 통해 읽는 동안 충분한 즐거움을 느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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