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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현대사의 주요 문제를 다루는 시리즈로 기획된 책 중에서 2권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주로 현대사의 문제적 사건이지만, 저자는 일제강점기와 조선시대는 물론 그 이전 시기의 역사 기록도 비교의 대상으로 소환하여 거론하고 있다. 예컨대 잊을만 하면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몇몇 사립학교의 문제점을 자루면서, 조선시대 교육을 담당했던 향교와 서원 등의 사례를 거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하여 저자는 시대를 넘나들면서 역사 기록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항목에서 저자의 역사관을 논하면서,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자객열전’의 등장인물이나 조선시대 ‘신문고’ 등을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논하기 위한 사례로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2001년부터 2년에 걸쳐 주간지에 연재했던 내용이라고 하니, 아마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백년의 현대사를 조망하려는 기획 의도가 개재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세기의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서, 저자는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는 역사학자의 마음가짐으로 이 책의 내용들을 채워갔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하여 역사 기록을 통해서 현대사를 돌아보는 작업은 ‘남의 눈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의 경험을 쌓아가는 여행’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소환하여 특정 사건의 전개 과정과 그 의미를 밝히는 작업은 역사가로서 포기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하겠다. 비록 책이 출간되고 20여 년이 흘렀지만,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주제들은 여전히 현재의 관점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연재를 시작할 무렵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베트남전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숱하게 저질러졌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2권의 1부는 이러한 주제를 다룬 ‘평화를 사랑한 백의민족? -그 감춰진 역사’라는 제목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연재 당시에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서서히 시작되었든 듯한데, 2부에서는 ‘박정희. 양지를 향한 끝없는 변신’이라는 제목으로 그 실체를 밝히는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박정희의 실체’에 대해 객관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은 박상천의 저서 <알몸 박정희>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역사의 기록을 해석하는 작업은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그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하는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신성한 의무’로 인식되는 병역에 대해서 다룬 4부의 ‘군대의 역사, 병역기피의 역사’에서, 저자는 젊은 남성들을 징집하는 제도가 박정희정권의 독재를 지탱하는 수단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논증하고 있다. 현재 병역제도가 젊은 세대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하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그 정확한 실상을 밝히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련 시점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진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의무’로 여겨지고 있는 병역의 문제는 이제 징집이 아닌, ‘모병제’를 통한 직업군인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에 나 역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이 특정인의 ‘병역기피’나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 있으며, 군사비의 과도한 지출을 줄이는 ‘군축과 모병제를 내다보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쇠사슬에 묶인 학원, 그리고 지식인’이라는 제목의 5부에서는 ‘공교육’을 담당하면서도 ‘사유재산’임을 주장하는 사학들의 비리에 관한 행태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일제강점기의 친일파나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이들의 뻔뻔함과 달리, 민주화에 나섰던 몇몇 이들이 이른바 ‘반성문’을 보수언론에 기고하면서 촉발된 ‘요란함’과 그 부작용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용도로 재활용되는 몇몇 지식인들의 ‘자기성찰, 하려면 조용히 하자’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역사를 통한 세상읽기’라는 마지막 항목에서는 역사학자로서 역사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이전 시대부터 지속된 사회적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까운 과거인 현대사의 흐름과 함께 주요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여 성찰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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