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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일 아들이 학교를 가는데 말도 없고 인사도 없다. 어제 저녁 일찍 자더니 숙제는 했는지 걱정이다.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교육이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중학교 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부모님께서 기대를 하고 도시로 전학을 시켰다. 하지만 부모와 떨어져 생활을 하다보니 아무리 스스로 잘한다고 해도 철이 없어 결국 여러 가지 면에서 보탬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엄격한 부모님의 통제나 관심속에서 자랐다면 훨씬 바른 인품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혼자 커 나온 환경이 지금도 다른 사람의 구속이나 간섭을 싫어하고 이기적인 부분도 적지가 않다. 아들은 미래에 나보다 나은 삶을 영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있으니 당연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지만 이것도 군대나 대학을 가거나 머지않아 서로 헤어지는 운명의 날이 오면 그나마 불가능한 일이다.
2일 토요일 아들은 월드컵경기장, 아내는 딸과 칼국수 먹으러 나가고 나는 고향으로 어머니를 뵈러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마음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노래도 부르면 답답한 부분이 많이 해소된다. 더구나 6월 초여름의 도로 주변은 신록이 우거져 눈과 마음을 더욱 시원하게 하고 그렇게 4시간을 가면 고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를 반긴다. 초저녁 지평선 들판에 도착하여 고향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요란하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개구리 소리는 자장가처럼 화음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 무질서한 소리로 어지럽게 들려오는 것은 현실속 무절제와 욕심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늦은 밤에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맛있는 김치찌개를 놓고 도란도란 대화를 한다. 홀로 사시면서 어쩌다 이렇게 아들이라도 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하시지만 먼저 보낸 큰아들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고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착찹하기만 하다.
3일 고향집 마당에 빨간 장미가 만발하여 장관이다. 서울 우리 아파트 주변에서도 보고 있는데 고향의 꽃이 유독 진하여 아름다움이 두 배는 되는 것같다. 평소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모내기 철에 해마다 이렇게 장미가 핀다며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흡족해 하신다. 아침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화호수퍼에서 막걸리와 빵, 과자를 사가지고 가까이에 있는 선산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뵌 적이 없어 기억에 없고 나에게 자상했던 아버지와 할머니 전생의 두 母子가 나란히 해와 달을 맞이하며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일 학교에 아들을 내려 주고 바라보니 하루가 다르게 커 간다. 건강하고 최선을 다하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소에 인내심이 부족한지 아들은 집에서 개인 수업을 시작하면 1,2개월 이내에 바로 그만 두어 실력의 연결이 안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오늘도 영어 개인지도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5일 아파트 입구에 엊그제 고향에서 본 것처럼 정열적인 빨간 장미가 피었다. 아름다운 계절임에도 아들의 얼굴은 어둡고 인사도 없이 학교에 간다. 품안에 자식이라더니 어느 순간 대화도 하지 않고 함께 다녔던 목욕탕도 안 따라오고 바라보는 눈빛조차 불만으로 가득이다. 오후에 학교에서 오는 아들을 만나 집 건너편에 있는 보하독서실에 함께 갔다. 일주일 전부터 일권으로 다니고 있는데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해서 10만원으로 57번 좌석 1개월 예약해 주고 아침저녁으로 가렵다는 발바닥 티눈을 제거하러 곧장 홍제역 피부과 동행하고 다시 독서실에 내려 주었다. 밤 10시에 궁금해서 독서실 가보니 공부는 안하고 동전만 늘어놓고 돈 계산만 하고 있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콜라 사주고 치킨 1마리 주문하여 집으로 왔다.
6일 현충일 아들은 학교 행사로 올림픽공원 걷기대회에 참가한다고 일찍 나가고 딸은 앞집 창민이 아빠 엄마랑 한국은행 연수원(수원) 간다며 나간다. 오후에 미성회관에 가서 대일학원 원우회에 참가했는데 말기 암 환자로 온 선생님께서 이승에서의 이별을 고하고 마지막 인사로 과욕부리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라고 여러 번 강조하신다.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약해져 죽음의 시간으로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회한의 마음으로 당부를 하는데 그들의 삶의 과정에서 나오는 절절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돌아오면서 독서실에 있는 아들한테 가서 우동을 사주고 집으로 왔다.
7일 노량진학원 모의고사 실시로 강의가 없는 휴일이다. 어제 전립선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생명인 선생님은 75세 평균연령을 살았다면서 의연하게 마지막을 정리하는 모습이 슬픔의 감동이었다. 오늘은 어제의 충격으로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나도 앞으로 30년을 살 수가 있을 것인데 요점은 열심히 살되 피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건강하게 살면서 즐거워야 한다는 결론을 만들었다.
저녁 수업중에 아들한테 전화가 와서 받으니 빨리 와서 어제처럼 우동을 또 사달라고 한다. 져녁 강의 때문에 어렵다고 하고 늦게 집에 오니 통닭을 먹고 있고 10시 지나 독서실 가더니 12시에 다시 온다.
8일 학교 가는 아들에게 성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였지만 건성으로 듣고 나가고 저녁에는 독서실 간다더니 또 금방 2시간도 안 되어 돌아왔다. 공부를 하러 다니는 건지 놀러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화를 냈고 9일 아침에 끈기있게 공부를 안 할 바에는 독서실도 다니지 말라고 했다. 하루 한,두시간 이용한다면 안 가는 것이 낫고 또 중간고사 충격도 있고 아무튼 이번 기말고사 성적이 떨어지면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가라고 말하니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만 본다.
10일 일요일 아들은 영화를 관람하고 오더니 다시 축구하러 가고 딸은 엄마 책을 교보문고에 가서 교환해 왔다. 일요일 늦게까지 수업하고 돌아온 아내는 여름방학 때 유럽여행을 계획한다기에 내가 1천만원 여행비용 준다고 하니 놀란다. 여행은 살아있는 경험이니 적극 지원해 줄 생각으로 일단 1인당 400만원씩 아들과 딸까지 3명 13일 여행비용은 1200만원정도 계산이 나온다.
11일 돌이켜보니 내가 강의를 시작한 지도 어언 20년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학문의 깊이를 느끼고 어려움을 실감하지만 오늘도 일을 할 수 있음이 고맙고 행복하기만 하다. 1주일 전에 예약한 아들 독서실 비용을 우체국에서 10만원 입금해 주었다. 밤에 교육인을 위한 음악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어 다녀왔는데 집에 오니 11시가 되었다. 아들이 늦게 도서관에서 오고 딸은 꾸중을 들었는지 울다가 잠 들었다고 하여 방으로 들어가 잠자는 얼굴을 쓰다듬고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12일 아침에 아들 태우고 학교에 내려주고 노량진으로 가서 수업하고 오후에 들어와 학교서 돌아온 딸을 안아 주려고 들었는데 너무 커서 들지도 못하고 내가 넘어졌다. 애기일 때는 딸을 업고 안고 하면서 달리기도 하고 인왕산 중턱도 오르고 했었는데. 아들은 지난 번에 이어 2차로 발의 티눈 제거한다고 일전에 갔던 의원에 다시 갔다.
13일 오전 강의 마치고 집에 오니 학교에서 온 아들이 종적이 없고 딸은 내일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연주회 한다며 연습하러 간다. 아파트 입구에 큼지막한 음악회 안내장과 거기에 자기 사진까지 붙여놓고 (김민경)이름을 크게 써 놓았다. 무대에 서는 자랑스러움의 심리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은 재미있어 웃을 것이다.
밤 11시에 아들이 밖에 나가서 복사용지를 사 오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이 밤에 어떻게 구입하라는 것인지 답답했고 다음 날 14일 친구 영식이의 사업과 나의 인천 투자 사업이 모두 어려워 여기도 힘든 시간이다.
오늘 딸의 서대문 바이올린 연주회에 참석해서 재능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을 못하고 그 대신 장모님께서 외손녀 연주회 보러 다시 오셨다. 저녁에 가스렌지를 켜 놓고 아내가 외출해서 국물이 모두 닳아지고 집안에 연기만 가득하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지만 화재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었다
17일 일요일 30도를 넘는 기온이고 다음 주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예보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식물인간 10살 아들을 떠나보내는 부모가 슬픔을 넘어 장기기증까지 한다. 보통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위대한 결단으로 삶이나 생명에 대해서 사람마다 여러가지 의미와 가치를 달리 두고 있는 것이다. 오전에 북한산에 갔다가 오니 딸은 엄마와 극장에 갔고 독서실에 갔던 아들은 일요일은 휴관이라고 집으로 돌아와서 라면을 끓여 밥을 먹고 있는데 커 나가는 과정이라 먹는 양이 엄청나다. 학생들이 쉬는 날 독서실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뻔한 일인데 일요일에 휴관이라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18일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 거실에 서니 탁 트인 아파트 전망이 유난히 밝다. 우리 집은 19층으로 산을 끼고 있어 오늘처럼 더운 날 밤이나 새벽에 문을 열면 시원하고 야경도 좋다. 아침 7시에 아들과 식사를 했다. 학교에 가는 아들은 어제도 그렇듯이 아빠인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고 식탁에 있는 아내와 딸도 오거나 가거나 아무런 말도 없이 밥만 먹는 소가 닭을 쳐다보는 맹물같은 아침시간이다. 오후에 맨발로 안산을 한 바퀴 돌고 저녁에는 친구인 영식이 정릉학원 매매계약을 도와 주었다.
6월 19일 음악을 잘 하는지 아니면 취미가 있어서인지 60만원에 주문한 딸의 피아노가 와 있다. 음악 전공을 안 해도 딸이 있는 집은 대부분 피아노 한 대씩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 음악시간이 있어 전혀 무관하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엄마들의 허영심일 것이다. 아파트 피아노 소리는 이웃에게 공해가 되고 구태여 필요하다면 학원에 가서 배우면 되는 일이다. 과거에 사람들은 그림의 안목은 없어도 거실이나 안방에 그림이나 서예 족자를 걸어두고 장식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피아노 구입을 계기로 음악인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만 대부분 집의 공간만 차지하고 결국 헐값에 팔아 치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20일 수요일 아들 딸과 아침 식사했다. 가족이 앉아서 식사하는 것은 음식 맛의 재미도 있고 밥상머리 교육도 될 수 있으며 무언의 격려도 하는 시간이다. 오늘도 아들은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낼 부터는 현관이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어 볼 것이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지금까지 아들을 사랑한대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저녁에 집에 오니 초저녁 어둑한 방에서 아내가 울면서 기미독립선언서 국어교재를 보고 있다. 민족대표 33인의 나라사랑에 감동을 받아서 우는 줄 알고 달래니 아들과 다투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도 없어 아들에게 전화하니 불통이다. 요즘 인사도 없고 눈에 증오의 빛이 감돌더니 일을 만들었고 밤에 독서실 가 보니 자리에도 없다.
21일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주룩 내린다. 아들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자는데 새벽 1시30분에 들어 온 아들이 나를 깨우며 수학을 지금 마쳤다고 하고 엄마와 싸운 이유를 물으니 간섭해서 욕을 하고 대들었다고 한다. 요즘 아들이 사춘기 때라 반항심이 많을 때고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니 예민힌 상태에서 생각이 달라 다투었을 것이다. 아들을 이해하며 나도 가급적 관심은 갖되 공부에 대한 중압감은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훗날을 위해 공부한다고 하지만 인생이 어디 미래뿐인가, 현재도 삶의 한 부분이기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재미있는 학교 생활이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침에 비가 오는 중 세면하고 나오니 아들은 그 사이에 학교에 갔고 오후에 어제 싸운 이야기를 꺼내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선 채로 쳐다보지도 않고 듣는다. 버릇이 없어 화가 많이 났지만 아들이 더 크면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대화를 중단했다.
22일 아침에 아들에게 기말고사가 다가오니 열심히 해서 중간고사 성적을 만회하라고 당부하고 신설동 임대료 미납으로 명도소송 때문에 북부 법원에 갔는데 법정이 긴장감속에 어수선하다. 어느 경우든 법원이나 경찰서같은 곳을 방문하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어 살아가면서 멀리하는 것이 좋다.
23일 내일 어머님 생신이라 토요일이지만 준비를 한다. 여동생은 오늘 오후에 기차로 혼자 간다면서 원석이 아빠를 원망하는 목소리를 낸다. 답답한 마음이 있어서지만 고정관념대로 살 필요는 없고 편한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아들은 내일이 일요일이라 오늘은 독서실에 가서 새벽에 오겠다 하고 시골도 안 간다며 공부의 의지를 보이는 말을 하는데 중학교 1학년 아들이 하루종일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을까, 내일 친구들하고 축구하려는 속셈도 없지 않을 것이다.
24일 일요일 이른 새벽이라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어머니 생신 준비는 작은 형수가 서울에서 미리 음식을 만들어 오니 우리는 부담이 덜하다. 시험공부 한다는 이유로 아들을 두고 왔는데 판단을 잘못했다. 나보다도 평소 감정표현이 없는 어머니께서는 경목이를 아기 때부터 튼튼하고 잘생기고 말도 잘한다고 다른 손자들과 달리 무척 예뻐하셨다.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갔을 때 제주가 참 아름답고 좋다고 하시니 아들은 금방 일어나 방바닥에 머리를 대고 재주를 여러 번 넘어 할머니를 웃게 하셨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는 아예 손자를 데리고 10여일 시골에서 살았던 때도 있고 서울에도 경목이 본다고 억지로 여러 번 올라오시곤 했었다. 마음이 슬픈 어머니께서 오늘도 경목이를 기다리실 것이 분명한데 아들이 공부하겠다고 자기주장을 내세워 어쩔 수 없었다. 아침 8시30분 고향에 도착을 했고 오늘 음력 5월10일 어머님 75번째 생신이시다. 환갑과 칠순 때는 모두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족잔치를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큰 아들이 떠난 의미가 없는 어머니의 삶이 되어 오늘도 수심만 가득하시다.
9시경 음식을 가져 온 둘째 형네가 와서 케익을 놓고 노래를 부르고 딸 민경이가 바이올린까지 켜지만 역시 어머님은 초점이 없는 눈빛으로 흡족한 기색이 전혀없다. 식사 후 오늘 참석하지 못한 원석이 아빠를 대신하여 여동생이 선물이라며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처방하고 금액을 지불한다. 점심을 먹고 어제 혼자 온 여동생을 태우고 서울로 이동하는 차 안, 어머니를 생각해서 더 있고 싶어도 자꾸 밀어낸다며 서운해 하는 여동생에게 어머니 성격을 이해하고 자식들에 대한 마음의 큰 사랑이 있을 것이니 잘 모시자고 지난 번 통화처럼 위로했다. 서울 하계동에 내려주고 집에 오니 11시가 되었다.
6월25일 아들 태우고 학교로 출발하지만 항상 시간이 촉박하여 언제나 교문이 닫힐 무렵 도착한다. 더구나 오늘은 비도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뛰어 들어간다. 26일 캄보디아 비행기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13명이 현지에서 사망했다. 노량진 교무실에서 선생들은 인명은 재천이라고 말하며 대문 밖이 저승이니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자고 이구동성으로 진리를 깨친 사람들처럼 웅성거린다.
27일 아침을 아들과 감자국으로 함께 먹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하여 오늘도 정신이 없고 28일에도 식사를 안하고 나가는 아들을 불러 식탁에 앉혔다. 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여유도 있고 밥맛도 좋으련만 비 오는 오늘도 늦지 않을까 염려된다. 오후에 집에 오니 딸이 옆집으로 미국인이 지도하는 영어 수업 받으러 가고 오후에 아들은
시험 4일 전이라고 비장감있게 외치는데 우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라도 여유있게 갔으면 좋겠다.
29일 장마철이라 연일 비가 내린다. 어제와 같이 그냥 학교에 가는 아들을 불러 식탁에 앉혔더니 말도 안하고 밥을 먹는 시늉만 하고 일어선다. 식사시간과 등교시간 몇 분의 간격이 아침마다 허둥대는 아들을 만들고 식탁에 앉히는 일은 나에게 일과가 되어 버렸다. 오늘도 7시30분 통학 버스 늦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아파트 아래를 주시했다. 저녁에 아들 초등친구 아버지가 45세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병으로 또 사고로 젊어서 떠나는 내 주변 친구나 후배도 있는데 살고 죽는 일은 어찌해 볼 수가 없다. 나이도 젊은데 안타깝고 그의 가족들 힘내고 살아 갔으면 한다.
30일 어젯밤 삼겹살도 맛있었는데 오늘 토요일 아침 호박 갈치찌개는 더 구수하다. 나이가 들면 맛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사랑이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토요일 요즈음 나는 틈나는 대로 맨발로 안산을 오르고 내린다. 마음을 잡고 극기의 심정으로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는 삭막해도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이 시원하여 정신이 집중되고 건강에도 좋아 오늘도 걷는다
점심에 집으로 와서 딸과 함께 햄을 구워 식사를 하는데 자기 몫을 다 먹더니 내 몫까지 자기 밥그릇에 얼른 담아간다. 뻔뻔하고 욕심이 많은 딸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언제라도 주고 싶다. 오후에 용돈으로 아들에게 4만원, 딸은 1만원 주었더니 말도 없는 아들과 달리 딸은 다가오더니 어깨동무를 해 준다. 평소에 이렇게 살가운 딸이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저녁에 어제 상을 당한 아들 친구네 조문을 준비한다. 안산초 학부모회장까지 지냈으니 참석하여 슬픔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이다. 한 해의 절반이 가고 내일부터는 7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