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얼마 전 일곱번 째 시조집 '나 이제 고향 가서'(세종출판사)라는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시조 창작자이면서 이론가·평론가이기도 한 시인의 작품은 시조 독자들의 관심을 꽤 끌었다. 요즘 음식평론이 인기를 끌면서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는 듯한데, 말하자면 '좋은 맛의 근본은 결국 담백한 맛' 정도의 뜻이 되겠다. 임종찬 시조시인이 새 시집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시조의 맛도 이와 통한다.
작품들은 간결하다. 단수 시조의 특유의 간명함, 음악성, 함축미를 높이 사는 그의 지론이 작품에도 반영된다. '엎어놓은 식기(食器)처럼 아내는 잠이 들고/잠이 없는 별빛처럼 나는 시방 지켜앉아/천지에 가을 지는 소리를 헤아리고 있노라/비누방울 떴다 지는 명멸하는 목숨들이/과욕의 꿈을 꾸며 천리 길을 헤매는 밤/밤벌레 우는 곡절을 짚어보고 있노라.'('밤중에 혼자 앉아' 전문)
때로 텅 비어감을 지향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하고 간결한 인상의 시편들이 시조의 맛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