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 박 현 시창고
항아리 / 박 현
1
그는 늘 한 자리에
목을 웅크린 학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오랜 시간의 목마름으로
눈 멀고 귀 멀어 간 천애의 울음
울음으로 내뿜던 분노와 설움도
핏줄을 뛰놀던 순환의 피도
지금은 자개물린 빛과 무늬 .......
배는 불러 있어도
잉태는 할 수 없는,
입은 열려 있어도
울음은 울 수 없는 -
퇴화한 한 마리의 설어운 학이
황홀한 비상이 날개를 잃고
목짤린 형자로 웅크리고 있었다.
2
청자빛 하늘아래 뜨락으로 모란꽃이 지는 어느 날 - 구름이 화문이룬 하늘을 배(잉)고 사뭇 불룩해 있는 그의 배를 쓰다듬고 있노라니, 이건 참 희한히도 자개 물린 빛. 무늬에 피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에 나는 또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 퇴화된 학의 날개에 새 살이 쭉지하여 돋아나던 것을 .....순간, 그는 외줄기 울음을 길게 뿜더니 트인 하늘에 찬란한 날개를 펴는 것이었다.
그날의 학이 날아가면서 껍질로 벗어두고 간 것일까. 지금 내 앞에 놓인 질항아리는, 뵈는 것보다 더 많은 슬픔을 안으로 깨물고, 채울 수 없는 내부를 비어둔 채로 늘 그렇게만 앉아있는
것이다.
196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출처] 항아리 / 박 현|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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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ilot
웹사용
보낸 사람 Copilot:
"항아리"는 박 현 시인의 작품으로, 빈 항아리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주요 상징적 요소와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어운 학: 학은 고전적인 동양 문학에서 종종 사용되는 상징적인 새입니다. 이 시에서 설어운 학은 퇴화와 고독, 무력함을 상징합니다. 날개를 잃고 목짤린 형태로 웅크리는 학은 삶의 어려움과 절망을 나타냅니다.
- 청자빛 하늘과 모란꽃: 하늘과 모란꽃은 아름다움과 변화를 상징합니다. 하늘 아래 뜨락에서 모란꽃이 지는 장면은 시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며, 구름과 하늘의 화문은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 비어있는 질항아리: 질항아리는 빈 공간을 나타내며, 슬픔과 무력함을 안고 있습니다. 내부가 비어있는 상태는 채울 수 없는 감정과 공허함을 상징합니다.
이 시는 시적인 상상력과 상징적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