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76)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③ ‘A 안에 살던 C가 빠져 나갔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43. 상상테마42 - 'A 안에 살던 C가 빠져 나갔다' 문장 구조로 시 쓰기
③ ‘A 안에 살던 C가 빠져 나갔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 ‘A 안에 살던 C가 빠져나갔다’ 문장으로 상상을 적용할 때
‘A 안에 B가 살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앞쪽에서 이미 상상을 적용해 시를 쓴 적 있다.
이번엔 추가로 ‘A 안에 살던 C가 빠져나갔다’라는 문장으로 상상을 펼칠 것이다.
A 안에 거주하던 C가 빠져나가면 C는 A의 속성과 자신의 속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그 C가 이번엔 D와 만나게 되면(살게 되면, 결합이 되면, 융합하게 되면) A, C, D의 속성을 전부 품게 된다.
그럴 때 A, C, D를 잘만 배치해도 나만의 상상이 적용된 시를 또 한 편 쓸 수 있다.
상상을 적용할 때엔 A와 C가 최대한 이질적인 존재가 되면 좋다.
예를 들어 짐승 속에 야성이(울음이, 발톱이, 야만이, 상처가) 살다가 빠져나가는 상상은 너무 뻔하니까,
짐승 속에 악천후가(구름이, 고독이, 진보가, 바닥이, 십자가가, 웅덩이가) 살다가 빠져나가는 상상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약적인 것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짐승 속에 자전거가(의자가, 드릴이) 살다가 빠져나갔다고 하는 상상은
작위적인 느낌을 줘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니 이질적인 것을 선택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연상 작용이 일어나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빠져나간 후에 만나게 될 존재 D까지 상상을 통해 적용하면
더욱더 매력적인 자신만의 시를 창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악천후는 배고픈 짐승 속에 살았다/ 짐승이 뒷골목 쓰레기통까지 뒤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빠져나왔다/
험악한 성질 탓에 갈 곳이 없었다/ 어느 날 먹구름이 말을 걸어왔다/
내 안에 들어와 살지 않을래?/ 악천후는 망설일 필요 없었다”와 같은 구절이 들어간 시를 쓸 수 있다.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말해볼까, 이미 나를 빠져나간 것에 대해
내 안에 살고 있던 그리움이 빠져나간 후
난 그늘만 사랑하는 사람
담장이 내민 그늘을 밟으며
허깨비만 살고 있는 집에 오른다
삭아 내리고 있는 건 시멘트 담장만은 아니라서
높아질수록 그늘의 맛이 까칠하다
내가 죽지 못해 산다니까
담 너머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눈동자가 서걱거리는 소리까지 가둔다
새삼 담의 목적이 감옥이 아니라고 믿어본다
담 하나를 만들려고
낯선 물과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이 만났을 텐데
난 나와 닮은 사람을 놓치고 후회했다
그럴듯하게 하나가 되어도
틈과 균열과 부식은 생긴다
설마 지금도 처음의 진정성이
마지막에도 존재한다고 믿는 거니?
담벼락이 내게 훈계를 하는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인 푸념쯤
뒤에 남기고 조금 더 오른다
올라갈수록 파산이 선명해진다
사랑도 파산될 수 있는 걸
무너진 뒤에야 아는 건 나의 잘못이니까
빠져나간 그리움이 들어오려고
기웃거리는 걸 외면했다
드디어 소속도 책임도 목차도 없는 옥탑에 든다
건너편 사람이 인사를 한다
오늘도 잘 버텼다는 뜻인데
버티는 일엔 사상 따윈 없는데
우린 아주 빨리 쓸쓸해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시가 온통 납의 정원같다
불온한 노래가 불안하지 않게 자라는
생살이 썩어 나가도 모른 척하는
중독성 강한 불빛
나만 빼고 다 호황이니까
이젠 다짐이 있는 아침을 만날 수 없겠다
― 《현대시》 2016년 6월호(개작)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이 시에 적용된 상상은 ‘내 안에 살던 그리움이 빠져나갔다’이다.
연인과 헤어진 이후 그리움을 몸속에 키워왔던 화자.
어느 순간 그 그리움이 빠져나갔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별한 다짐이나 대단한 각오가 찾아왔기 때문일 게다.
그로 인해 화자는 더 이상 기다림을 지속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자신이 사는 옥탑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 올라간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화자의 암울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그런 사물들의 몸짓을 통해 화자는 자신이 강제로 그리움을 내보냈고,
그 그리움이 다시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
러나 화자는 “이젠 다짐이 있는 아침조차 만날 수 없겠다”라고 말하며 끝내 부정적인 선택을 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시는 이별 후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화자가 힘들게 그리움을 내보내는 과정을 담은 시다.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통해 심리적 맥락과 분위기가 점점 강화되는 양상을 띤다.
따라서 이 시의 장점은 화자의 심리 상태가 주변 사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암시되고 있는 점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의 객관적 상관물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그늘과 담장이다.
그늘은 화자의 착 가라앉아 있는 기분을 대변하고,
“삭아 내라고 있는” “시멘트 담장”은 무너지기 쉬운 화자의 마음을 암시한다.
담장은 낯선 요소들이 모여 하나가 된 융합체이다.
그런데 지금은 틈과 균열, 부식을 안고 아주 천천히 와해되어 가고 있다.
그런 담장의 모습처럼 부러워하는 화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직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담장이 자신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이 개입되었을 거다.
버티지 못하고 옛사람과 쉽게 헤어졌기 때문에 화자는 담장을 보며 후회를 하고 있는 거다.
“설마 지금도 처음의 진정성이/ 마지막에도 존재한다고 믿는 거니?”라고 담장이 질문을 한다.
잊을 건 빨리 잊으라고 충고를 한 것이다.
“빠져나간 그리움이 들어오려고/ 기웃거리는” 것까지 막는 것 같아 화자는 완전히 잊겠다는 다짐을
더욱 굳히게 된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이 시에 나타난 상상적 체험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부분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과정에서 겪는 체험이고,
두 번째 부분은 집에 도착하고 난 후에 겪는 체험이다.
첫 번째 체험은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집에 도착한 이후에 겪는 상상적 체험을 살펴보겠다.
“빠져나간 그리움이 들어오려고/ 기웃거리는 걸 외면”하게 만든 담장의 충고를 지나
“소속도 책임도 목차도 없는 옥탑에” 든 화자.
건너편 옥탑에 사는 사람과 “오늘 잘 버텼냐”는 의미의 인사를 나누고 발 아래 도시를 내려다본다.
화자의 어두운 심리 상태를 대변하듯 “도시가 온통 납의 정원”인 것만 같다.
“불온한 노래가 불안하지 않게 자라는/ 생살이 썩어 나가도 모른 척하는/
중독성 강한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지배하고 있다.
화자 자신만 빼고 전부 다 삶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올라오는 내내 허무적인 감정이 따라다녔는데,
옥탑에서 내려다본 불빛들로 인해 허무는 극단적인 감정까지 불러온다.
그것이 마지막 행에 암시되어 있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 기재는 생략함)
· 최은묵의 ‘키워드’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이미영의 ‘왼손의 유전’ (『2020 경기문학』, 청색종이, 2020)
· 주영헌의 ‘주술(呪術)’ (『아이의 손톱을 깎아줄 때가 되었다』, 시인동네, 2016.
<직접 써 보세요>
* 이번 장에서는 ‘A 안에 살던 C가 빠져나갔다’라는 문장 구조를 바탕으로 상상을 펼쳤다.
여러분도 이 기본 문장을 바탕으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세요.
상상을 적용할 땐 A 자리와 C 자리에 최대한 이질적인 단어를 넣어 상상을 하고 체험하시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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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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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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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9.2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76)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③ ‘A 안에 살던 C가 빠져 나갔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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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용
보낸 사람 Copilot:
"말해볼까, 이미 나를 빠져나간 것에 대해"는 현대시인의 작품에서 나오는 시작 문장입니다.
이 시는 그리움과 고독, 사랑과 파산,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 상징적인 요소들이 시적인 상상력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각자의 해석을 통해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