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78)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⑤ 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45. 상상테마44 - 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⑤ 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 새 이미지를 상상에 적용할 때
사람에게 친숙한 동물 중 하나가 새다.
새가 사람 곁에 가까이 날아온 날엔 상징을 알처럼 품는 ‘관계성’이나 ‘암시성’이 탄생한다.
까치가 그저 아침에 울었을 뿐인데 기분이 좋고,
까마귀가 저녁이 울었을 뿐인데 마음이 불편하다.
도시 가까운 곳에서 소쩍새가 울면 향수에 젖고,
서로 부딪치지도 않고 군무를 추는 새 떼들을 만나면 삶의 ‘질서’에 대해 생각한다.
가장 많이 인식되는 새의 상징은 자유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나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죽어서 새가 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새들은 사람들에 의해 의미 지어지고 상황에 따라 재탄생된다.
그런 상징이나 의미는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일반적인 것들이다.
이제 개별자적인 시선으로 상상을 펼쳐보자.
닭과 오리를 보면서 뱃속에 새의 계절이 쌓인다고 느끼고,
솟대를 보면서 새가 밤만 되면 살아서 어디론가 갔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잠을 잔다고 여기자.
새라는 대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존재를 꺼내거나 번식시키는 상상도 추가하자.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새나 ‘나’만 모르는 새가 밤마다 ‘나’를 찾아와 말을 건다고 상상해 보자.
‘A에겐 날개가 있지만 B에겐 날개가 없다’란 문장 형태로도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A 자리와 B 자리에 다양한 대상을 넣어보자.
아버지, 어머니, 형, 나, 언니, 누나, 당신, 섬, 육지, 접속사 등을 넣어보면 재미있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그러나에겐 날개가 있지만 그리고에겐 날개가 없다’와 같은 문장을 형성할 수 있다.
날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새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책 속을 나는 새’ ‘시간을 나는 새’ ‘고독을 나는 새’ ‘불 속을 나는 새’
‘잠 속을 나는 새’ 등과 같이 상상을 펼쳐도 재미있다.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솟대를 위한 상상
벼락이 다녀갔다
긴 다리만 남긴 채 새는 날아가고 없다
새의 산책을 수습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
어떤 사람이 떠나고 싶을 때
발목만이라도 남기겠다고 한다면 내버려 둘 일이다
새에게 했던 질문과 대답을 멈출 일이다
접힌 날개로 날 수 있다는 착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새도 가끔 가능성을 버리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새를 타고 바닥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건
사람이 저지른 발목에 대한 오해일 뿐이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에 언제 날아왔는지 모를 새가 되돌아와 있으니
발목을 감출 때 비로소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잠 속을, 노래 속을, 고독 속을 가볍게 횡단하고 있으니
새에게 무언가를 건넸다면 끝까지 믿어야 한다
새를 잘못 복습하면서
꿈이 갖는 깊이와 넓이가 사라질 거라고 염려하지 마라
새를 품은 심장엔 활공 능력이 좋은 상상이 살고 있으니
발목의 처음과 끝에 비행(非行)이 발명하더라도
바락 앞에서 날개를 숨기지 마라
―『서민생존헌장』, 천년의 시작, 2015.(개작)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원래 솟대는 액(厄)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거나 풍년·
풍어를 기원(冀願)하거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세우던 신앙물이다.
그런 솟대가 어느 날 개별화되어서 필자에게 날아왔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지나간 다음날 그 자리에 가보니 솟대 위 새가 벼락을 맞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무를 깎아 만든 가짜 새가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살아있는 새의 죽음,
그 이미지가 너무 선명해서 메모를 해 놨다가 나중에 「솟대를 위한 상상」을 쓰게 되었다.
솟대 위의 새는 죽어있는 새가 아니었다.
살아서 ‘나’의 상상을 증명하는 새였다.
“잠 속을, 노래 속을, 고독 속을 가볍게 횡단”하면서 ‘가능성’을 실천하는 ‘나’만의 새.
그런 특별한 새의 파괴(죽음)를 화자가 경험한 후 애도하도록 상상을 펼쳤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의 객관적 상관물은 솟대 위의 새다.
사물인 새가 시의 주제가 되어 자신의 존재론적 의미를 부각하고 있는데,
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새는 객관적 상관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솟대 위의 새는 고정 불변의 자세로 허공을 견딘다.
오직 날아갈 방향만 생각하면서 긴 발목을 땅에 박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자신 안에 가능성을 꺼내 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상상을 펴고 날아가려 한다.
그러나 현실의 논리를 벗어나는 일은 두려운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새에게 상상의 옷을 입힌다.
밤새도록 어디든 떠돌아다니게 만든다.
화자 자신의 마음속 갈망을 새에게 전이시켜 실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새는 화자가 갖는 상상력과 가능성, 마음을 대변하는 상관물이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필자는 상상적 체험을 하기 위해 화자를 먼저 설정했다.
솟대가 잘 보이는 곳에서 솟대를 관찰하고 있는 화자,
끊임없이 새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을 찾는 화자,
자꾸 새와 밀착하면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화자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평범한 솟대보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인 솟대가 더 극적일 것 같아서 벼락을 맞은 솟대를 등장시켰다.
그래서 ‘발목만을 남기고 날아간 새’가 메시지를 품고 되돌아오도록 만들었다.
솟대 위의 새는 전부 상상력의 소산이다.
“발목을 감출 때 비로소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새는
“잠 속을, 노래 속을, 고독 속을 가볍게 횡단”한다.
그러나 이것은 화자와 새만 아는 영역이다.
현실에서는 “새를 타고 바닥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건 사람이 저지른 발목에 대한 오해일 뿐”이다.
필자는 그런 상황에서 화자의 심리 상태를 새에게 전이시켜 펼쳐 보이도록 했다.
“발목의 처음과 끝에 비행(非行)이 발병하더라도” “새를 품은 심장엔 활공 능력이 좋은 상상”이 있으니,
“벼락 앞에서 날개를 숨기지” 말고 끝 간 데 없이 상상의 영토를 넓히도록 만든 것이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 기재는 생략함-옮긴이)
· 정끝별의 ‘새들은 그림자가 없어요 외 2편’ (《현대시》 2020년 5월호)
· 문해연의 ‘당신의 당신’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박용운의 ‘깔세’ (2021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최명란의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직접 써 보세요>
* 아래에서 제시하는 예시 문장이나 구절을 참고하여 날 수 없는 곳에서 날아가는(살아가는)
새를 상상을 통해 만들어 내시오.
그런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놓은 다음 쓰시오.
- 예시 문장이나 구절: ‘책 속을 나는 새’ ‘시간을 나는 새’ ‘고독을 나는 새’ ‘불 속을 나는 새’ ‘잠 속을 나는 새’ ‘거울 속을 나는 새’ 등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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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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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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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0. 4.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78)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⑤ 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