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79)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⑥ ‘A도 B할(될) 수 있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46. 상상테마45 - 'A도 B 할(될) 수 있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⑥ ‘A도 B할(될) 수 있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 ‘A도 B할(될) 수 있다’ 문장을 상상에 적용할 때
시에서 역발상은 너무나 중요하다.
익숙함과 식상함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미학적 신선함을 주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발상이 시를 주도해야 한다.
그 역발상 중에서 ‘A도 B할 수 있다(될 수 있다)’는 사유는 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발상 중에 하나다.
예를 들어
‘눈물도 슬픔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구름도 웃음이 될 수 있다’
‘계단도 높이가 지겨울 때가 있다’
‘이별도 다정다감할 수 있다’
‘십자가도 개가 될 수 있다’
‘월요일도 월요일을 탈출하고 싶다’
‘태양도 밤을 노래하고 싶다’
‘피뢰침에게도 고소공포증이 있다’
‘감옥도 웃음이 될 수 있다’ 등과 같은 역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A와 B의 자리에 최대한 이질적인 것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결합했을 때 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면 전부 가능하다. 예시로 몇 가지 문장을 적으면 다음과 같다.
‘누나도 바람이 될 수 있다’
‘언니도 극장이 될 수 있다’
‘아버지도 퍼즐이 될 수 있다’
‘할머니도 음악이 될 수 있다’ 등등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어머니의, 어머니에 의한, 어머니를 위한 가능성
어머니도 바람이 될 수 있다
아침나절과 저녁나절
마음속에서 불고 있는 것이
식솔들을 향한
생각들만은 아니라서
어느 순간 방향이 될 수 있다
어머니도 극장이 될 수 있다
관객인지 주연인지 모를 생을
50년 넘게 살았으니
흥행인지 실패인지 알고 싶은
마음을 펼칠 수 있다
어머니도 퍼즐이 될 수 있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낯선 조각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며
감춰둔 밑그림을 증언할 수 있다
어머니도 음악이 될 수 있다
밭고랑의 리듬과
아궁이의 뜨거운 선율을
몸으로 다 읽어냈으니
육화(肉化)된 노래를
치매의 순간에도 흥얼거릴 수 있다
어머니도 척을 위해 척을 버릴 수 있다
깊은 밤 달에게 별들에게 들으라고
길게 내뿜었던 한숨에게 미안해서
오장육부에 척만 가득 채운 게 머쓱해서
척을 마침내 속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도 바깥이 될 수 있다
자신 안에 소문을 키울 수 있다
고도와 고독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웃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시와 소금》 2021년 가을호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대부분 사람들은 ‘어머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짠해진다.
그런데 이런 감정 상태는 너무나 흔한 것이다.
「역설적 상상력으로 시쓰기」 장에서 언급한 대로 그런 어머니의 이미지는 식상하니까 무조건 버려야 할까?
아니면 무조건 뒤틀어서 ‘낯선’ 어머니(나쁜 어머니, 개성적인 어머니, 불편한 어머니,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를 가진 어머니 등)로 만들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나로 규정되는 단순한 존재성이나 단순한 심리 상태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써도 된다.
익숙한 어머니를 자신 만의 직관과 사유로 낯설게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이 시 안에도 흔한 연민 의식이 깔려있다.
그런데 존재론적인 ‘문양’ 측면에서 살펴보면 흔한 어머니가 아니다.
고생만 하고 희생만 하는 어머니 안에도 어머니만이 가진 존재론적 ‘문양’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탈 심리나 바깥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축적된 개별화된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런 어머니의 이미지를 ‘어머니도 B할 수 있다’라는 상상을 통해 형상화를 했다.
그래서 흔한 어머니가 색다른 어머니로 탈바꿈했다.
어머니만이 가진 존재론적 ‘문양’(혹은 심리적 ‘문양’)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직관한 후
상상력을 더하니 필자만의 시가 탄생한 것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 적용된 ‘어머니도 B할 수 있다’는 상상에서 B의 자리에 배치된 사물이나 현상이 바로 객관적 상관물이다. “어느 순간 방향”을 품은 바람과
“흥행인지 실패인지 알고 싶은/ 마음을 펼칠” 극장과
“예기치 못한 낯선 조각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며/ 감춰둔 밑그림을 증언할 수 있”는 퍼즐과
“밭고랑의 리듬과/ 아궁이의 뜨거운 선율을” 품은 육화된 노래가 전부 객관적 상관물인 셈이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이 시에 나온 화자의 어머니는 필자의 어머니와 유사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 다른 점을 화자 입장에서 상상하고 체험했다.
가장 차이가 난 점은 ‘어머니도 음악이 될 수 있다/ 밭고랑의 리듬과/ 아궁이의 뜨거운 선율을/
몸으로 다 읽어냈으니/ 육화(肉化)된 노래를/ 치매의 순간에도 흥얼거릴 수 있다“라고 쓴 4연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농부로서 50년을 살지도 않았고,
치매에 걸리지도 않았으니 4연은 완전히 상상적 체험의 소산이다.
5연과 6연도 상상적 체험이 가미되었다.
이탈 심리를 품은 어머니의 이미지가 필자의 어머니와는 많이 다르다.
“어머니도 척을 위해 척을 버릴 수 있다” “척을 마침내 속일 수 있다”
“바깥이 될 수 있다/ 자신 안에 소문을 키울 수 있다/ 고도와 고독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웃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표현은
오직 화자의 어머니만 떠올렸기에 가능한 구절들이었다.
※ 또 다른 예문 (예문 내용 기재는 생략함-옮긴이)
· 이병철의 ‘미러룸’ (《시인수첩》 2015년 봄호)
· 강 순의 ‘한밤에 내가 배달된다’ (《리토피아》 2021년 여름호)
· 김정미의 ‘발톱’ (《문학과 창작》 2020년 가을호)
<직접 써 보세요>
* 아래에서 제시하는 예시 문장이나 구절처럼 ‘A도 B할(될) 수 있다’라는 상상적 문장을 만든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쓰시오.
- 예시 문장이나 구절:
‘눈물도 슬픔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구름도 웃음이 될 수 있다’ ‘계단도 높이가 지겨울 때가 있다’
‘이별도 다정다감할 수도 있다’ ‘십자가도 개가 될 수 있다’ ‘월요일도 월요일을 탈출하고 싶다’
‘태양도 밤을 노래하고 싶다’ ‘피뢰침에게도 고소공포증이 있다’ ‘감옥도 웃음이 될 수 있다’ 등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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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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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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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0. 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79)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⑥ ‘A도 B할(될) 수 있다’ 문장 구조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